[BL]비밀2화

비밀 2화





발걸음 소리가 들리곤, 이어서 사람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나를 찾았다. 나를 발견했으니, 나를 구해줄 것이 분명했다. 설사 창부로 오해받아 감옥에 간다해도 창관의 남창으로 사는 것 보단 나을 것이었다.

'그래도 오해 안 받고 잘 풀려나는게 좋겠지'

생각을 마치자마자 방 밖에서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구해 드리겠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달콤한 구원의 시간이었다.






***







한 편, 호기로운 어린 귀족 아르테온 네르시안은 지금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바로 그림뒤 비밀 공간에서 발견한 이국적인 소년 때문이었다.

"..그래서, 말도 못하는데 아무것도 기억이 안난다?"

이국적인 소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갈색 피부에 까만 눈과 까만 머리카락. 분명히 킬데아레스 제국 출신이었다. 문제는 킬데아레스 제국인이 왜 정반대에 떨어져있는 그란델 제국에 있냐는 것과 말도 못하는데 기억도 없는 어린 노예 소년을 이대로 다른 노예 상단에 보내기에는 양심에 찔리기도 하고 절차가 너무 복잡하단 것이었다.

킬데아레스는 노예제가 없으니 노예 태생이 아니라 납치되었을 확률이 높은데 아예 기억이 없고 말도 못하니 진실성 마법 검사를 할 수도 없었다.

그래도 보통이라면 그냥 적당한 노예상단에 일정 금액을 받고 팔아넘겼을 터이지만 아르테온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또래라는 사실도 그의 마음을 흔들지만 그보다 더 그를 흔들리게 만드는 것은 그 소년이 자신을 굉장히 맹목적인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차마 저 시선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발견하게된 과정도 그렇고 나름 똑똑한 아이 같은데 이리 져버리는 것도 불쌍하지 않은가. 이래서 노예제가 문제였다.

'썩을'

아르테온은 깊게 탄식하며 저 소년을 발견하던 상황을 떠올렸다.







***







"거기 누가 있는가!"

"거기 누구 계십니까!"

아르테온과 에릭이 서로 동시에 외쳤다.

하지만 그림 안 쪽에 있는 누군가는 대답은 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림 안쪽을 쾅쾅 두드리기만 했다.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인건가?"

아르테온이 고개를 작게 갸웃 거리며 에릭에게 의견을 구했다.

"말을 할 수 없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곳에선 말 못하는 벙어리를 선호하거든요."

"그럼 벙어리일 확률도 있겠군. 일단 서둘러 저 그림을 떼어내지"

"네, 도련님"

에릭과 아르테온이 각각 오른쪽과 왼쪽 끄트머리로 가 그림이 끼워넣어져 있는 액자를 작압다. 그리고나서 액자가 걸쳐져있는 못에서 액자끈을 내리니 액자가 가리고 있던 놀라운 것이 그들의 눈에 노출되었다. 누군가 갇혀있는 잠긴 방의 문이었다.

"이런 식으로 숨겨져 있었군. 근데 생각보단 허술한 것 같지 않나? 아니면 다른 장치가 있거나"

"그건 아닐거 같습니다. 아마 이 창관이 갓 생긴 시기에 만들어진 방이 아닐까요? 방 문과 이음새 같은 것들을 보니 꽤나 오래되어 보입니다."

"그나저나 에릭 경, 열쇠가 어딨는지 모르니 락픽이라도 좀 찾아보게. 그 왜 우리가 여기 올 때 챙긴 것 있지 않나?"

에릭은 잡담을 멈추고 혹시나 몰라 챙긴 락픽을 찾기 시작했다. 곧 이어 기사단 정복 주머니에서 락픽을 찾아 에릭이 방문에 다가가 문을 따기 시작했다. 갇혀있는 노예의 불안함을 줄여주기 위해 구해주겠단 의사를 밝히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구해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문을 두드리던 소리가 멈췄다.

곧 이어 수월하게 문을 따낸 에릭이 아르테온과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 안은 나름 쾌적하고 잘 꾸며져 있었다. 비록 쇠창살로 막힌 창문 하나 밖에 없는 답답한 공간이었지만, 인테리어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방문 뒤쪽으로 시선을 돌린 그 둘은 생전 처음보는 아주 아름답고 이국적인 소년과 눈이 마주쳤다.

소년의 순진해 보이는 새까만 눈동자가 자신들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



소년은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아주 아름다운 귀족 소년을 처다보았다. 새까만 비단결 같은 머리카락과 대조되는 백옥같은 피부가, 귀족의 고귀함과 고상함을 형상화한 것 같은 짙은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가슴께가 답답했다. 심장 박동이 거칠어 진다. 저가 감히 저 사람에게 닿고 싶었다. 손끝이라도, 보기만해도 보드라울 것 같은 저 머리카락 끄트머리에라도 닿고 싶었다.

최고급 비단처럼 부드럽고 조각같은 입술이 벌어지며 변성기 소년의 낮은 목소리를 뱉어내는 것도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그의 높고 칼날같은 단단한 콧날도, 사내다운 짙은 검은 눈썹도, 마치 잘 관리된 까마귀 깃같은 풍성한 속눈썹과 깊고 진한 아이홀마저도 전부, 너무나도 매혹적이었다. 잘 자라면 세기의 미남이 될 것이 분명한 이였다. 그윽하고 진한 눈빛도 남성미 넘치는 턱과 광대라인도 너무, 너무나도 강하게 소년의 심장에 직격했다.

소년은 느꼈다.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저 소년이 자신의 심장을 앗아가는 것을 느꼈다. 그 짜릿한 감각이 전신을 마비시킬 정도로 황홀했다.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내 심장을 앗아간 이가 하필이면 귀족이었기에, 단 한 번 닿지도 못한 채 버려질까 두려웠다.

허나 그럼에도 소년은 그 감각들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노예 소년은, 자신과 똑 닮은 검은 머리카락의 아름다운 귀족 소년에게 첫 눈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그건 지독한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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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12-12 11:43 | 조회 : 2,638 목록
작가의 말
에스테로(aws40662)

댓글을 남겨주시면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궁금한거 있으면 질문해 주세요.그리고 비밀은 장편입니다. 몇백화 나올 가능성이 아주 작게나마 있어서 어느정도 편수 쌓이면 한두편을 13kb 정도로 합쳐서 붙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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