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비밀 3화

비밀 3화




아름다운 귀족 도련님과 그의 기사에게 구해진 뒤, 현재 소년은 멍하니 어린 귀족, 아르테온을 쳐다보았다. 그가 살짝 고개를 돌리는 모습도, 골치 아픈 듯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는 것도 전부, 모두 다 보고 있었다.

'예쁘다..'

아니, 잘생긴건가?

'예쁘다든 잘생기다든 저 분은 아름다우시니까 다 맞는 말 아닐까?'

소년은 나름 진지하게 아르테온에게 쓸 형용사를 고민했다. 소년은 아르테온의 얼굴에 진심이었다.

그렇게 멍하니 바닥만 쳐다보고 있는 소년을 아르테온이 오해했는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너,너를 다시 노예상에 팔진 않을 거다..!"

다급함과 걱정이 섞인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 소년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상치도 못한 말이었다. 내가 바닥만 멍하니 쳐다보던 걸 오해한 걸까? 그럼, 그렇다면 그건.. 날 걱정해주신 거잖아.

소년은 아르테온의 예상치 못한 걱정에 당황하면서도 묘한 기쁨을 느꼈다.
짝사랑하는 이의 격한 반응은, 나를 걱정하는 마음이었기에 더욱 달콤했다. 단순한 그 말 한마디에 노예 소년의 어리고 쉬운 심장은 잔뜩 쿵쾅대며 환희했다.

소년은 고개를 올려 아르테온의 눈과 시야를 맞추고, 아무렇지도 않았다는듯 감정을 가라앉히곤, 괜찮다는 듯 양 옆으로 고개를 저었다. 감정을 가라앉히는 와중에도 귀끝에 띄운 달콤한 홍조만큼은 지워지지 않았다. 지울수 없을 만큼 설레었다.

한 편, 아르테온은 아르테온대로 당황하고 있었다. 자신이 왜 저 노예 소년에게 변명하고 있는지 그는 모르고 있었다. 노예 소년이 자신과 눈을 맞추며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젓는 그 행동 하나 하나에 안심이 되는 자신의 마음도 겨우겨우 간신히 인지하고 있었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지?'

저 아이는 노예잖아. 나는 대귀족 네르시안 공작가의 외동아들이고.

아르테온은 자신의 심장이 경직되었다 풀리는 걸 느꼈다. 하지만 여전히 심장이 있는 가슴은 답답했다. 아르테온은 자신이 왜 이런 반응을 느끼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저 아이를 좋아하기라도 하나? 아니 근데 갑자기 오늘 처음 본 아이한테 호감을 느끼는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모르겠다. 도저히 알 수도, 알고 싶지도 않았다.

아르테온은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에 더 이상 생각하길 포기하고 그 노예 소년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 네르시안 공작저의 매 맞는 아이로 데려가는 거야'

자신은 어렸을 때 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매 맞는 아이가 없었다. 그것은 그의 머리가 공부하기에 아주 잘 맞았던 것도 있지만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것도 있었다. 자신은 문제를 틀린 적이 없으니 저 아이가 매를 맞을 일도 없고, 혹시나 내가 문제를 틀린다 해도 저 아이를 때리지 못하게 지켜줄수 있었다.

더군다나 저의 스승들은 하나같이 아이라면 신분도 신경 쓰지 않고 좋아 죽을 만큼 아이를 좋아하시는 분들 아닌가. 내가 문제를 틀린다 해서 저 아이를 때릴수 있을 정도로 매정하고 엄격한 분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네르시안 저에는 아이가 없어 쩔쩔매며 그를 더욱 잘 챙겨줄게 분명했다. 만약 때리려 하면 내가 보호해주면 되겠지.

아르테온이 부드럽게 웃으며 노예 소년에게 말했다.

"너 우리 집으로 오지 않으련?"

노예 소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르테온 갑작스런 말에 놀란 듯 해보였다.

"공식적으로는 내 매 맞는 아이로 오는 거겠지만, 네가 나를 대신해 맞을 일은 없을 거다."

아르테온이 더 말을 이으려 입을 벌릴 때, 노예 소년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 순순하고 순진한 반응에 당황한 오히려 아르테온이 당황한 티가 보이게 횡설수설했다.

"..아니.! 그.. 의심은 안하느냐? 호, 혹시 모르잖아, 내가 너를 이름뿐이 매 맞는 아이로 데려간다고 한게 거짓말일 수도 있고...또 내가 너를 이상한 곳에 팔거나 쓸 지도 모르는 것인데? 또! 그..어른들이 모르는 사람 조심하라고 말하잖니 근데 나는 네게 처음보는 사람이기도 하니.."

횡설수설한 말에도 노예 소년은 번복은 없다는 듯이 단호한 눈으로 아르테온을 맹렬히 쳐다봤다.

"..하아,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그래서 정말 생각에 변함은 없는 거니? 없는 거지?"

노예 소년이 전 보다 더욱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뭐래도 나는 널 따라갈 것이라는 의지가 확실히 보였다. 그럼 됬다.

"그으럼! 어쩔 수 없겠구나! 나와 함께 가자!"

아르테온은 방금까지 횡설수설하며 걱정한 기색이 씻은 듯 사라지며 환하게 웃었다. 눈이 부셨다.

아르테온은 공작저까지 함께갈 새로운 사람을 일행에게 알리기 위해 입을 열었다.

"에릭 경! 에릭 경 어디있나! 밖에 있음 빨리 들어와!"

아르테온이 방문 밖에 있을 에릭을 불렀다. 아르테온이 외치고 얼마 되지 않아 곧 이어 에릭이 허겁지겁 들어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도련님!"

"이 친구, 공작저로 데려갈거다. 그렇게 알고 빨리 갈 준비해"

"갑자기요? 그건 그렇고 저 노예는 왜 데려갑니까? 공작저에서는 노예를 안쓰지 않습니까?"

"공식적으론 내 매 맞는 아이로 데려갈 거야. 맞진 않게 할 거지만. 노예 신분도 벗겨 줄 것이고."

"노예 신분을 벗겨준다고요?"

에릭과 노예 소년이 동시에 눈을 크게 뜨며 깜짝 놀랐다. 노예 신분을 벗길려면 돈이 많이 들텐데. 물론 공작저에는 그 정도 돈이 넘쳐나지만 공작부부가 허락해 주지 않을게 분명한 이 일에는 아르테온의 사비를 쓸 테였다. 공작가 도련님 답게 용돈은 많이 받을 테지만, 그렇다고 노예 신분을 벗겨줄 정도로 넉넉하진 않을 텐데?

"돈은 괜찮다. 가지고 있는 컬렉션 조금 팔면 채울수 있는 수준이야."

"그거 모으시려고 아카데미 담까지 넘으신 분이 노예를 위해 그걸 파시겠다고요?"

"뭐 어떤가. 저 친구 다시 노예상에 팔기는 양심에 찔리는거, 경도 마찬가지이지 않는가? 돈은 다시 모으면 되고, 컬렉션은... 그래 저 친구가 대신해 주면 되지."

아르테온의 해맑고, 나름 대책이 있지만 없는 발언에 에릭은 컬렉션을 위해 갈린 제 나날을 회상하며 뒷목을 잡았고, 노예 소년은 안그래도 빨갛던 귀 끝이 더욱 더 새빨갛게 익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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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1-12-19 18:54 | 조회 : 1,961 목록
작가의 말
에스테로(aws40662)

댓글 써주시면 감사합니다. 이번 화는 급하게 써서 분위기가 좀 가벼운거 같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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