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째깍.
째깍.
째깍.

고요한 정적 속에 오로지 시계의 초침소리만 울려퍼졌다. 나는 으슬으슬 찾아오는 한기에 떨리는 몸을 힘껏 웅크렸다. 분명 공기는 눅눅한데, 왜 이렇게 오한이 드는 걸까....어?

나는 감고있던 두 눈을 부릅 떴다. 그리고 보이는 배경에 숨을 들이켰다. 내 마지막 기억은 분명 내 방에서 이불을 꼭 덮고 잠에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나는...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처음 보는 교실에 누워있었다. 늦은 밤인듯 주위가 어두웠으나 앞을 못 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는 내가 왜 여기에 있냐는 것이다. 또한.. 나는 소등학교 시절에 이러한 교실을 쓴 기억이 없다. 한 마디로, 처음 보는 교실인데...왜 이렇게 기시감이 드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고개를 들었다. 그때, 난 이 풍경뿐만 아니라 또 다른 것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이렇게 한 쪽 눈을 다 가리는 길이의 앞머리를 가진 적이 없다. 소름이 돋으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내 얼굴을 만져보았다. 소심하게 머리카락을 한 가닥 뜯어보기도 했다.

틀림없이 내 의지대로 행동하고, 감각이 느껴졌다. 그것들이 이 신체가 내 몸이라는 걸 증명해주었다.

하지만 교실 뒷편에 걸려있는 거울에 다가가 내 모습을 확인했을 때, 나는 비명을 지를 뻔했다. 내 의지로 행동하는, 내 신체가 아닌 인물이 서있었기 때문이다. 거울 속 남학생은 이 학교의 체육복으로 추정되는 옷을 입고 있었으며, 어두워서 잘 분간이 가진 않지만 아마 어두운 보라빛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날 꺼림직하게 만든 것은 이렇게 생긴 인물을 난 본 적이 있었다. 바로 어제의 게임 속에서 말이다.

그래, 이번에 내가 찾은 그 게임 말이다.

그 게임을 떠올리자마자 아까부터 사라지지 않던 기시감의 정체를 찾을 수 있었다.

이 교실, 이 체육복, 이 얼굴...마지막으로-

뎅- 뎅- 뎅-

이 종소리까지.

모든 것이 그 게임과 똑같았다.





***





그 게임의 이름은 《:Đ》. 문자가 아닌, 표정 이모티콘에 더 초점을 맞춘 아주 괴상한 이름이었다. 그러나 이 표정만의 매력이 있어 또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아무튼, 이 게임은 고등학생인 주인공이 이 학교에 전학을 오면서 시작된다.

운동이면 운동, 공부면 공부, 외모면 외모. 모든 면에서 탁출났던 천재인 주인공은, 갑작스런 집안 사정으로 이 시골 동네로 이사오게 된다. 아마 주인공 어머니의 건강 악화로 요양하러 내려왔던 것 같다. 그래서 주인공은 이사한 집 주변의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는데, 그 고등학교 바로 여기, '●•■고등학교'였다.

고등학교 이름이 왜 저런냐고 묻는다면, 나도 모른다. 게임에 표시된 고등학교 이름이 진짜 '●•■ 고등학교'였으니까. 나는 편의상 동그라미와 네모를 합쳐 동네 고등학교라고 부르고 있다. 아무튼, 여기에 전학 오면서 메인 스토리가 진행된다.

주인공의 동네 고등학교 생활의 시작은 생각보다 평탄했다. 선생님들도, 친구들도 착하고 그에게 친절했다. 주인공도 편안하게 생활을 한다.

하지만 그 생활이 깨지는 건 주인공이 이상한 경험을 겪기 시작할 때 즈음부터였다.

어느 날 밤, 주인공은 집에서 잠이 들었는데, 이상한 종소리에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그가 눈을 뜨고 보게 된 장면은 어두워진 자신의 교실이었다. 주인공은 비정상적인 상황에 놀랐지만 침착하게 이게 무슨 일인지 파악하기 위해 교실 밖으로 나선다.

하지만 교실 밖에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온통 검은색만으로 가득했던 괴물인, '악몽'이었다.

주인공은 그 악몽에 잡아먹히며 그의 방에서 깨어난다. 그제야 자신의 꿈을 꾼 것을 자각한 주인공은, 처음엔 무시하려한다. 하지만 그 꿈을 꾸는 빈도가 늘어가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꿈에서 자신이 다친 상처가 꿈을 깨고나서도 존재한다는 것을 눈치 챈 주인공은 점점 정신이 피폐해져 간다.

그리고 그를 더욱 힘들게 한 것의 화룡점정은, 사람들이었다. 아니, 사람으로 위장한 괴물이라고 해야할까. 점점 주변 학생들, 선생님들, 심지어 자신의 부모님까지. 언어와 행동이 어긋나고 점점 그들의 공간이 뒤틀려가는 걸 오로지 주인공 혼자만 느꼈다.

어제 같이 있었던 같은 반 친구 한 명이 다음 날 사라져도 다른 사람들은 그 학생의 존재를 몰랐고, 선생님이 갑작스럽게 미친듯이 낄낄 웃으면 학생들도 선생을 따라 낄낄낄 웃었다.

주인공은 자신 혼자만 정상이라 생각하게 됐고, 마지막에는 이 학교에 있는 사람들과 밤마다 자신을 괴롭히는 악몽 모두가 괴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헤쳐나갈 정도로 정신력이 강했던 그는, 마침내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괴물들을 없애는 것'이라며 동네 고등학교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자신의 부모님까지 죽이고 연쇄살인범으로 거듭나게된다.

....그리고 지금 내가 들어온 이 몸은 이 스토리 속 아주,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 딱 이름만 나오는 엑스트라. 그게 이 몸의 역할이었다.

내 기억만 맞다면, 이 몸의 이름은 '해환'. 수상쩍은 분위기로 주인공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는 인물이었으며, 나중에 주인공에게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돌아와서, 현재 나는 주인공이 꾸는 꿈을 같이 꾸는 중인 것 같다.

교실 밖에, 창문 너머에 있는 주인공과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2
이번 화 신고 2021-11-19 17:34 | 조회 : 890 목록
작가의 말
장불이

ㅂ...분량조절 실패.. 내용이 너무 설명충인가요? 이거 참... 신나버려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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