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창문 너머에는 게임 일러스트보다 훨씬 생동감이 느껴지고, 더 실제같은, 그러니까 한 마디로 엄청 잘생긴 남학생이 있었다. 그의 옷차림은 게임 설정과 같이, 검은 와이셔츠에 넥타이 차림이었다.

어둠 속에서도 뚜렷한 푸른 눈동자에 나는 저 남학생이 곧 이 게임의 주인공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상대도 날 인식했는지,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가 점점 커지더니, 그의 발걸음이 이쪽으로 향하는 게 보였다. 어지간히 놀랐는지, 게임 중에서도 무표정 이외엔 별다른 표정을 보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입까지 벌어진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가 내가 있는 교실 문 앞에 다다른 순간,

악몽이

찾아왔다.


. ㅏ
. ㅈ

. ㅇ

. ㅆ


. ㅔ
¿


하하 하하하하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하하 하하. .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하 하하하하..하 하하 하 하하하하하 하하하
¡ . 하 ... 하
¡
. ¡



. ㅏ


ㄱ.
. ㅏ


:
Đ





***




"헉!"

나는 발작하듯이 일어났다. 도망쳐야 돼, 도망쳐야 돼, 이곳에서 빠져나가야만 해! 온몸의 감각이 나를 독촉했다. 난 식은땀이 마르면서 차가워진 손으로 허공을 휘저었다. 저리가, 저리가, 저리가, 저리가, 저리가!

그러나 내 모든 행동은 부질없는 짓이었다. 왜냐하면 이 곳은 교실이 아니었으니까.

"....어?"

갑자기 정신이 확 들었다. 내가 방금 어떤 생각으로, 무슨 짓을 한거지? 아니, 그보다 여기는 어디이며, 지금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나는 빠르게 뛰는 심장과는 반대로, 침착하게 주위를 둘러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나는 이곳이 '내' 방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또한, 이 '몸'의 방이라은 것은 맞다는 것도 말이다.

아무래도 이곳은 해환의 방인 것 같았다. 내 옷차림 또한 잠옷인 것으로 보아, 방금 그 기억은...

주인공과 함께한 꿈일 것이다.

아무래도 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왜 나는 해환의 모습으로, 그것도 게임의 시작도 아닌 중간에 개입하게 된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마지막 기억을 되살려서 생각을 해보자면, 꿈 속에서 본 주인공은 악몽을 보고 놀란 기색이 없었다. 그럼 이런 꿈이 처음은 아니란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주인공은 꿈과 현실의 분간이 힘들정도로 기괴한 일을 많이 겪게 된다. 단순 꿈만 꾸는 것이 아니라.

그런데 오늘은 그저 꿈만 꾸고 일이 마무리됐다. 아직 스토리 진행이 오래된 상태도 아니란 것이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도대체 나는 왜, 어떻게, 어째서 여기에 있는 것인가?

띠리리리리리리--

나는 갑작스럽게 울린 알람소리에 흠칫 놀라서 소리의 발생지를 바라보았다. 내 핸드폰, 아니 자세히 말하면 해환의 핸드폰에서 울린 것이었다. 그 알람소리가 너무 커서, 나는 조심스레 핸드폰을 집어들어 알람을 껐다.

그때, 알람 제목란에 큼지막한 글자가 내 눈에 들어왔다.

'등교하기.'

나는 해환도 동네 고등학교의 학생이란 것을 다시금 떠올렸다. 주인공과 반이 달라서, 해환이 주인공에게 먼저 다가가기 전에는 만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해환은 동네 고등학교의 체육복을 입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몸을 빌려쓰고 있는 자신도 동네 고등학교를 가야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이 게임의 억지력이었으니까.

게임 중에서도, 기괴한 현상을 겪은 주인공이 부모님께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말씀 드린 적이 있었다. 그렇게 주인공도 벗어나보려는 시도를 많이 했었다. 그러나 결국엔 실패했다.

그가 학교를 가지 않을 때면, 집 밖으로 나가서 목적지가 어디든지간에 걷기만 한다면 무조건 도착지는 학교였다. 주인공은 우연이겠지, 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녀보지만 결국에는 학교에 도착해 있었다.

그렇다면 집 밖을 안 나가면 되지 않느냐고?

상식적으로 사람이 평생 집 안에서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나?

그것이 된다면, 좋겠지. 아, 그것도 아닌가? 결국엔 밤에 꿈을 통해 학교에 있을테니 그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이 게임에서는.

그래서 내가 별별 지랄을 다 떨어도 거기까지였다. 이 게임에 있는한, 난 학교를 가야만 했다.

진심으로 절망스러운 마음을 안고서 교복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벽장을 열어보았다. 예상대로 벽장엔 내가 입을만한 것이 있었다. 그러나, 이상한 점은 교복은 없고 체육복만 있다는 점이었다. 게임 속에서 해환은 체육복만 입고 있었는데, 이게 설정값이라는 것인가?

나는 느릿느릿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문을 열었다. 그러나 아까는 눈치채지 못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보통... 고등학생의 가정집은 부모님이 계시지 않나? 물론 특수한 상황이 있을 테지만, 일반적인 상황일 때 말이다. 그러나 내가 이곳에서 일어났을 때부터 그 어떤 인기척도,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 공간에 자신만 있는 것처럼.

그렇다면... 해환은 혼자 사는 것인가? 그렇다면 차라리 자신에게는 이득이었다. 해환도 인간인지 판가름이 서질 않는데, 그 부모님이라니, 절대 싫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방 안에서 빠져나와 집 안을 둘러보았다. 집 안엔 해환이 된 자신을 제외한 그 어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안도의 숨을 내쉰 나는, 신발장에서 집 열쇠로 보이는 카드키를 발견했다. 정말 챙기기 싫었지만, 언제 내 진짜 몸으로 돌아갈지도 모르니 일단 챙겨두자는 마음에 거친 손길로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런데, 학교까지 가는 길을 모르는데. 아, 그냥 걷기만 하면 도착은 하려나?

덜컹-

"...허"

학교를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 따위의 고민은 쓸데없었다. 이 집에서 동네 고등학교는, 언덕 하나만 넘으면 바로 도착할 거리였기 때문이다.

동네 고등학교는 그 겉모습 하나는 정말 소름끼치도록 멀쩡했다. 마침 등교시간인지, 애들도 북적북적하여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이 광경을 보았다면 활기찬 아침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러나 난 그 모습에서 더욱 공포감을 느꼈다.

언제 어디서 괴물이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공포, 이 모든 학생들이 갑자기 돌변하여 본색을 드러내지 않을까 하는 불안, 이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여 받는 스트레스까지.

그 모든 것이 섞여 지금 내 머리엔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으나, 어차피 도망쳐봤자 이곳에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구속구를 찬 죄인처럼 느릿느릿 학교를 향해 걸었다.

빌어먹게도, 학교는 이곳과 가까워 지각은 하지 않았다.

2
이번 화 신고 2021-11-20 00:34 | 조회 : 993 목록
작가의 말
장불이

ㅎㅎ아 루리리님의 특급 감상에 진심으로 감동받아서 눈물 짜내며 한 편 더 썼습니다.. 진심으로 행복합니다... 내일 제 머리와 손가락을 갈아보겠습니다..!!!!! 아 그리고 공 삽화 넣어드리고 싶었는데..!!! 왜 안 되는 거죠...ㅠㅠㅠ 제가 꼭 성공시켜 보겠습니다ㅜ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