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달달하고 몸에 나쁜 사탕은 그래도 먹게 된다.

* 이 글은 BL 요소를 다소 포함하고 있습니다.
동성애, 집착, 추격전(?)을 불편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읽으시는 것을 삼가주세요.

폭신한 침대가 리유비아의 몸을 포근하게 감싸자 평소 8시에는 일어나는 리유비아가 10시가 되어서도 침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 침대 진짜 좋네... 지푸라기를 넣은 시트와는 전혀 달라.. ”

보드라운 베개에 볼을 부비며 조금 더 잘까하고 생각하던 찰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이를 저지하듯 울렸다.

“ 리비, 일어났어요? ”

“ 아.. 네 ”

리유비아는 부드럽게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상채를 일으켰고 이안은 곧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안이 매끄러운 미소를 지으며 밥을 먹으러 나오라 이르고는 몸을 돌려 식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리유비아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침대에 안녕을 고하고 이안의 뒤를 따랐다.

‘ ... 대체 뭐하는 놈이지. ’

리유비아는 어제 왠지 모르게 등골이 오싹했던 미소를 떠올리며 이안의 등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이안의 뒤를 따라 식탁에 앉자 따뜻하고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꼴깍.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킨 리유비아가 스푼에 손을 가져가며 얼른 먹고 싶은 마음에 이안을 바라보았다.
이안은 리유비아의 눈을 보더니 빙긋 웃었다.

“ 얼른 드세요. 식기 전에 드셔야 맛있어요. ”

“ ...잘 먹겠습니다. ”

입 안을 즐겁게 하는 요리들에 리유비아의 입 꼬리가 절로 올라가며 음식을 나르던 손을 더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렇게 음식을 즐기다 시선을 들어 올렸더니 옆에 수북이 종이를 쌓아놓고 식사도 잘 하지 않는 이안이 보였다.

“ ...? 그게 뭐에요? ”

“ 응? 아아 제가 하는 일이에요. ”

이안이 한 손에 쥔 종이를 흔들어 보이며 눈을 맞추었다.
리유비아가 옆에 탑처럼 쌓인 종이를 보며 경악하자 이안이 금방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 대체 무슨 일을 하시는 거예요? ”

“ 그냥 황실에서 서류 분류 작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

“ 황실에서요?..! ”

“ 네, 필요한 건 내어주고 불필요한 내용은 버리고 있죠. ”

리유비아가 황실이라는 말에 퍼뜩 놀라며 먹던 음식마저 떨어트렸다.
리유비아가 멍한 것도 잠시 혹시 남주와 여주의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심히 입을 열었다.

“ 저.. 황실에서 일하시는 거면.. 황제폐하도 만나 뵙나요..? ”

“ 음?.. 아무래도 그렇죠. 아마 자주 만나 뵐 겁니다. ”

이안의 말에 리유비아가 반색하지만 조심히 눈치 보며 입을 열었다.

“ 그 황제폐하에 대해 조금만 여쭤보아도 될까요? ”

“ 곤란하지 않은 선에서는 말이지요. ”

“ 황제 폐하는..저.. 아니아니.. 황실 기사단에 분명 여기사가 있죠? ”

“ 여기사?.. 흠.. 꽤 되는 것으로 압니다만.. 셸리, 줄리아드, 마벨라, ... 그리고 아리아 정도 인 것 같습니..”

“ 아리아!! ”

리유비아가 익숙한 이름에 벌떡 일어서며 소리를 치자 이안이 눈을 빠르게 깜빡이며 고개를 기울였다.

“ 아는 사람인가요? ”

“ 아, ... 아니... 아니요.. ”

리유비아가 빠르게 다시 앉으며 헛기침을 하곤 역시나 이곳이 여주와 남주가 있는 곳임을 확인사살하자 조금쯤은 품고 있던 희망이 아주 깔끔하게 씻겨 내려가 헛웃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 그럼 그 아리아라는 분이요.. 축제에서도 폐하 옆에 서 있던데.. 각별한...사이인건가요? ”

“ 흠? 뭐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죠. ”

‘ 특별할 것이 없다고? ’

리유비아가 미간을 좁히며 의문을 표하자 이안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을 덧붙였다.

“ 가장 훌륭한 개를 옆에 두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요? ”

“ 훌륭한.. 개? ”

“ 개는 자고로 주인의 말에 군말 없이 행할 줄 알아야하고 제 주인을 물면 안 되며 제 역할에 충실히 하여 주인에게 기쁨을 주어야 하지. 라고 폐하께서 말씀하시더군요. ”

“ 그럼.. 아리아..기사분께서 그렇다는 겁니까? ”

“ 그 분은 처음 이 곳으로 왔을 때부터 쭉 명령을 거역하지도 투정을 부리지도 실력을 쌓는 것을 게을리 한 적도 단 한 번 없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폐하께서 옆에 두시는 것이겠지요. ”

아리아가 그렇게 강한 기사가 되었다는 것이 리유비아는 아직도 믿겨지지가 않았다.
분명 과거에 소설을 읽었을 때는 검을 쥐는 법은커녕 무언가 발악해 하는 것도 잘 하지 못하여 번번이 위험에 쳐했던 그녀였다.
덕분에 남주의 보호집착이 더 커졌던 것도 있었지만 말이다.

“ ...그럼.. 두 분이서 뭐.. 그런.. ”

“ 무얼 상상하시는지 모르겠지만 두 분은 그저 주군과 기사일 뿐입니다만.. ”

“ ...그..렇군요.. ”

리유비아가 혹시나 일부러 숨기려 하는 것인가 생각해 그의 눈을 보았지만
‘난 거짓말 못 해요’라고 말하고 있는 거 같은 눈에 리유비아가 고개를 떨궜다.

‘ 남주랑 여주가 상사와 부하 관계라고? 로맨스 전개가 변한 거야.. 아님 설마.. 아리아. 나 때문은 아니겠지.. ’

설마 그럴까..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런 류의 소설을 나름 봐왔던 혜수로서.. 왠지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자꾸만 들었다.

“ 아 그리고 항구 말인데요. ”

“ 항구요!? ”

이안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리유비아가 하던 생각을 때려치우며 귀를 기울였다.
이안이 그 모습에 쿡쿡 웃으며 말을 이었다.

“ 앞으로 한 달 정도만 막힌다고 공지가 올라왔더라고요. ”

“ 한..달.. ”

“ 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시간이죠. 그래도 금방 지나갈 거예요. ”

리유비아가 한 달이라는 것에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지 아니면 울어야 할지 고민하는데 이안이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내려놓으며 무해한 미소를 지었다.

“ 어차피 한 달 정도만 있으면 배를 타고 가시려던 곳으로 갈 수 있으시고.. 또 한 달 정도 뒤에는 여길 떠나실 건데.. 집을 사기에도.. 그렇다고 여관에서만 지내기에도 좀 그렇지 않아요? ”

“ 예? ... 아.. 그렇죠? ”

“ 그리고 한 달이면 사실 금방 지나갈 시간이고.. ”

“ ... ”

“ 오늘 잠은 잘 잤나요? ”

갑자기 물어오는 잠자리 질문에 리유비아가 당황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더 환하게 웃으며 이안이 계속 물어왔다.

“ 제 요리는 입에 맞으시고요? ”

“ ...네 ”

“ 집도 따뜻하죠? ”

“ 네..그쵸? ”

“ 한 달 사는 집으론 딱이지 않나요? ”

“ ..예..그렇... 예?? ”

“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기쁘네요. 그럼 여기서 한 달 사셔도 문제가 없으시겠네요. ”

리유비아가 벙 찐 표정으로 입을 벌리니 그 사이로 달달한 사탕을 밀어 넣은 이안이 나긋하게 속삭였다.

“ 네? 같이 살아요. 잘 해 줄게요. 딱 한 달. ”

“ ... ”

리유비아가 자신의 입 안에서 퍼지는 달달하면서도 몸이 나빠질 것 같은 사탕을 맛보며 결국 이안의 무해한 미소에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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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3-16 13:18 | 조회 : 1,528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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