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만남도 이런 만남이 없다.

* 이 글은 BL 요소를 다소 포함하고 있습니다.
동성애, 집착, 추격전(?)을 불편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읽으시는 것을 삼가주세요.

살찐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창문으로 하여금 들어오는 빛에 눈이 아파왔다.
리유비아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집으며 느릿하게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 ...여긴? ”

리유비아가 뻐근한 목을 이리저리 돌리며 방 안을 살피자 이곳이 처음 보는 곳임을 눈치 챘다. 리유비아가 자신의 몸을 살피자 어제 입은 옷 그대로 심지어는 술 냄새에 찌든 그 상태 그대로였다.

‘ ...소설 보면 옷 갈아입혀 놓던데.. ’

리유비아는 자신의 옷에 달라붙은 술 냄새에 눈을 찡그렸다.
그건 뒷전으로 하고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하여 생각해보려 하는데 흐릿하게 밖에 기억이 나질 않았다.
어디부터가 현실이고 꿈인지가 생각나지 않았다.

똑똑. 달칵

생각에 잠겨 있던 때 리유비아의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부드럽게 열리며 남자, 이안이 들어왔다.

“ 리비, 괜찮나요? ”

“ 아... 예 ”

“ 어제 너무 과음 하셨나 봐요. ”

“ 저.. 어제.. ”

리유비아가 이안을 눈으로 살피지만 이든의 표정은 딱히 문제가 없어 보였다.
리유비아가 머뭇거리며 입술을 달싹거리자 이안은 리유비아의 옆에 앉으며 자신의 손에 들린 수프와 병을 들어올렸다.

“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 그나마 먹기 편한 음식으로 가져왔어요. 그래도 힘드실까 해서 약을 가져왔으니 마시세요. ”

이안이 병을 내밀자 리유비아가 한 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마셔 목구멍으로 넘겼다.
리유비아가 모두 삼키자 이안이 수프를 스푼으로 떠서 먹기 좋게 식은 수프를 리유비아의 입가에 내밀었다.

“ 아..제가. ”

“ 드세요. ”

리유비아가 손으로 스푼을 잡으려하자 이안이 스푼을 뒤로 빼며 고개를 저었다.
리유비아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좁혔다.

“ 드세요. ”

“ ... ”

꿋꿋하게 버티고 서는 이안을 보며 리유비아는 결국 수프를 받아먹었다.
부드러운 수프가 리유비아의 속을 따뜻하게 달래자 리유비아의 미간이 서서히 풀려나갔다.
그릇을 가볍게 비워내자 이안은 웃으며 잘 했다고 하며 그릇을 들고 방을 나섰다.

“ 뭐 저런 막무가내가 다 있어..? ”

리유비아가 정혜수, 자신의 상사를 떠올리며 혀를 찼다.
리유비아가 문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려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며 이안이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급하게 리유비아가 손을 내리자 이안이 본 건지 만 건지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 어제.. 정말 귀여웠어요. ”

“ ... ”

그 말만 남기고 이안이 다시 문을 닫고 나가고서 리유비아의 방은 긴 정적이 이어졌다.

“ ... ”

머릿속으로 이안의 말을 계속 재부팅했던 리유비아가 머리채를 쥐어뜯으며 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 미친시발개같은 내가 어제 뭔 짓을 한 거야!!!! 애교라도 부린거야?!!! 정혜수 아주 네가 돌았구나 돌았어!!! ’

침대가 먼지가 나도록 애먼 침대만 괴롭힌 리유비아가 몇 분 동안 발광하고 나서야 지쳐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리유비아의 발광이 끝나자 타이밍 좋게 이든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 아, 이안..씨? 지금 몇 시죠? ”

“ 편하게 불러요. 지금은 오후 1시에요. ”

“ 이런!!! ”

“ 왜 그래요? 무슨 일정이라도 있나요? ”

이안이 고개를 기울이며 물어오자 리유비아는 대충 얼버무렸다.
감사 인사를 전하며 리유비아가 옷을 여미고 이안의 집을 급하게 나섰다.

“ 리비?!! ”

“ 미안해요!! 급해서요. 하루라도 빨리 움직여야 하거든요!! 고마워요 이안!!”

점점 멀어지는 리유비아의 뒷모습을 보며 이안이 문에 기대 무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곧 리유비아가 아주 작은 점처럼 멀어지자 이안의 입 꼬리가 매끄럽게 올라가며 매력적인 미소를 자아냈다. 그 모습이 마치 쳇바퀴 속 햄스터를 보는 표정 같았다.

“ 어차피 돌아 올 텐데.. ”

***

리유비아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자신의 짐을 챙기고 돈을 깊숙하게 주머니에 밀어 넣으며 집을 나섰다. 마지막인 자신의 집에 손을 흔들었다.
아리아와 시크랄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나서 빠르게 집을 팔았고 돈도 어느 정도 생길 수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책방에 들어섰다.

“ 오, 리비 오늘은 조금 늦었.. ”

“ 휴베! 미안해요. ”

“ 응?? ”

“ 저 오늘부터 못 나와요!..”

“ 뭐??? ”

리유비아가 손을 맞대며 고개를 숙였다.

“ 정말 미안해요. 근데 정말 너무 급해서 그래요. 지금 당장 가야해요!”

“ 아니 아니..어딜 간다는 게냐? ”

“ 여기 아닌 어딘가! ”

“ 뭐??? ”

리유비아가 재차 사과하며 휴베에 부름을 무시하고 책방을 나서 항구로 향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숨쉬기가 버거워졌을 때쯤 항구가 저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다.
리유비아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가 급격하게 굳어갔다.

“ 어? ”

리유비아의 빠른 걸음이 서서히 느려지며 급기야 멈추어 섰다.
사람들이 붐비고 배가 시끄러운 소음을 내고 배가 가득해야 하는 항구가 텅텅 비어 있었다.
정확히는 배를 타거나 내리는 사람들과 타고 내릴 배가 없었다.
그리고 그제야 한 줄로 쭉 서서 뒷짐을 지고 서 있는 경비병들이 보였다.

“ 이게 무슨 일이죠? ”

리유비아의 다급한 목소리에 경비병 중 한 명이 리유비아의 물음에 대답했다.

“ 현 시일로부터 배는 운행을 금지한다. 황제 폐하의 명으로 현 시일로부터 외부인의 출입 또한 금하고 내부인의 출입 또한 금지한다. ”

“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갑자기 이게 무슨... 이렇게 되면 수출이나 수입은 어떻게 하는데요! ”

“ 그건 걱정 안 해도 된다. ”

“ 예? ”

벙 찐 표정을 한 리유비아를 조롱하듯 경비병이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 하늘? 여기에는 비행기가 없.... ’

하늘을 보던 리유비아가 입을 쩍 벌렸다.
하늘을 구름처럼 채운 마물들이 이곳으로 활공하고 있었다.
마물 위로는 사람이 올라타 있었고 그 뒤에는 물건으로 보이는 것이 그득히 올려 져 있었다.
마물이 지면을 밟고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을 보며 리유비아는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툭 내려놓았다.

‘ ...시발 이 좆같은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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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3-16 13:15 | 조회 : 1,54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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