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내가 정혜수고 리유비아 맞는데..시발 이게 뭔데.

* 이 글은 BL 요소를 다소 포함하고 있습니다.
동성애, 집착, 추격전(?)을 불편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읽으시는 것을 삼가주세요.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처음 몇 개월 동안에는 리유비아는 아리아에 대한 죄책감, 걱정, 불안 등으로 신경이 곤두서있었고 괜히 주변을 주시하며 다녀야했다.
그러나 5개월을 넘기자 그것에 대한 신경은 점차 잦아들었다.
5개월 하고도 1년을 넘기며 리유비아는 이니베리타에 점점 스며들었다.
리유비아가 잠에서 일어나 눈을 비비며 창문을 열자
그것과 동시에 밖에서부터 들어오는 활기찬 바람에 고개를 내밀었다.

“ 축제라고 아침부터 사람들이 유난히 많네. ”

리유비아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한 광장을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니베리타에는 1년에 단 한 번 크게 열리는 대축제가 있었는데
이 날은 다름이 아니라 이니베리타의 현왕, 4황자인 그들의 신이 혁명을 일으킨 날이었다.
부패된 피를 덮은 새로운 피가 그들에게 자유를 준 날은 리유비아도 여기에 와서 처음 보는 대축제였다.
작년에는 자연재해로 인한 문제로 축제를 열기가 어려웠고 그래서 그런지 작년에 못한 몫까지 더 성대한 것 같았다.

“ 끄응.. 나도 얼른 나가서 축제를 즐겨야지 ”

원래대로 돌아가는 생각은 잠시 넣어두고 오늘은 즐기기로 리유비아는 마음을 먹었다.
기지개를 핀 리유비아는 가벼운 옷을 입고 콧노래를 부르며 빠르게 내려갔다.
이니베리타의 모든 백성들이 이곳에 왔다고 해도 믿을 만큼이나 축제에는 사람들이 붐볐다.
이 때문에 리유비아는 인파에 치이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겨우겨우 음식들이나 공연들을 보며 흥에 취해 축제를 즐기기 시작했다.

***

둥!

한창 흥에 빠져 축제를 즐기고 있던 리유비아는 큰 나팔 소리와 웅장한 북 소리에 깜짝 놀랐다. 리유비아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그 많던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사이드로 물러났다. 정신을 차리니 자기 혼자 길 한 가운데에 서 있었고 급하게 사람들 앞에 서게 되었다.

“ 지금 이게 뭔?.. ”

“ 응? 아 리비구나 이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가 이거야. ”

‘ ? 이벤트? ’

“ 저 길로 전하께서 지나가실 거야. 우리 이니베리타인들이 전하의 얼굴을 뵐 수 있는 영광스러운 순간이지. ”

“ 황제 폐하께서요?! ”

“ 그렇다니까? ”

리유비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비어진 가운데 길을 바라보았다.
지금보니 다들 하나같이 들뜬 표정으로 저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몇몇은 목을 풀며 소리를 지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그닥 다그닥

말발굽 소리가 저 멀리서 작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과 동시에 사람들이 고함을 질러대며 그들의 신을 찬양하듯 반겼다.

‘ 와.. 목 나가시겠네.. ’

리유비아가 큰 소리에 눈을 찌푸리며 그들의 성대를 걱정했다.
화려하고 늠름한 흑마 대여섯 마리가 윤기 흐르는 몸을 뽐내며 나아갔다.
리유비아가 감탄을 하며 까마득하게 높은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마법으로 높게 쌓여진 지지대에 누군가 올라서 있었다.

“ 저 사람이... ”

날렵한 턱 선과 오똑한 코, 넓게 벌어진 어깨와 다부진 골격이 그의 멋스러움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녹색의 머리카락과 금안이 멀리서도 그가 범상치 않은 미모의 소유자임을 알려주었다.

‘ 허... 인생 혼자 사네... 소설 주인공이라도 되는 것 같.... ’

리유비아가 감탄하며 입을 벌리는데 그 감탄은 곧 경악으로 번졌다.
그 이니베리타의 황제 바로 옆에 서 있는 한 기사.
남색의 짧은 단발, 붉은색 눈동자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어 마치 인형 같은 기사.

“ ...아리아? ”

그의 소꿉..친구 아리아였다.
리유비아가 사색이 되어 멍하니 아리아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기억하는 소설 속에서 그녀가 기사가 되었다는 문장은 조금도 본적이 없었다.
아무리 자신이 모두 기억할 만큼이나 기억력이 좋지는 않다고 하지만 그런 큰 사건들은 알고 있기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 시!...하.. ’

리유비아가 헛웃음을 지으며 고민도 없이 몸을 돌렸다.

‘ 저 미친.. 쟤가 왜 여기 있어? ’

정신없이 뛰던 발걸음이 자신의 방에 다다라서야 멈추었다.
리유비아가 숨을 몰아쉬며 이불 속으로 급히 숨어들었다.

‘ 아리아가 왜 저기 있는 거야!!! 그..그냥 닮은 사람인가?’

리유비아가 머리채를 쥐어 잡으며 이를 갈았다.
혹시라도 그냥 닮은 사람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속으로 이를 부정하고 있었다.
붉은 눈에 남색 머리는 그렇다 쳐도 그 외모가 어디 흔하겠는가..

‘ 아니! 아리아면 걔가 왜 황제 옆에 있는...’

머리를 굴리던 리유비아의 입이 떡 벌어졌다.
잔뜩 커진 눈동자로 리유비아가 이불을 거세게 치우며 일어섰다.

“ 남주!!! ”

고함을 지른 리유비아는 경악을 금치 못 했다.
녹안에 금발, 그리고 아리아의 옆, 가장 중요하다는 수려한 외모까지..
남주가 아니라고 하는 것이 더 웃긴 소리다.
2년... 2년동안 아리아의 나이도 딱 17살이 되었을 나이다. 남주를 만나고도 1년의 시간이 넉넉하게 있다. 당연히 만났을 것이다.

“ 아니아니아니. 분명 남주 외모 묘사랑 똑같은건 맞는거 같지만...
나라 이름을 내가 들었는데 기억 못 했을리가!!!...... ”
그 순간 리유비아의 머리에 무언가 스쳐갔다.

‘ 정말 멋진 나라네요.. 이렇게 웃음이 가득하다니.. ’

‘ 모두 당신이 내 곁에 있어준 덕분입니다. ’

‘ 그런... 나는 아무것도.. ’

‘ ..아니요. 당신은 나의 전부입니다. 당신이 내게 행복을 주었죠. 당신이 이 나라를 만들어 주었으니 이 나라의 이름을 ‘페르시다드’(행복) 라고 바꾸겠습니다. ’

‘ ..그럼 원래의 이름이.. ’

‘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디에든 그대가 있기를 바라니까.. ’

「너는 나의 단비★」 中

“ 씨이이발... ”

믿고 싶지는 않으나 원작 소설에서 이니베리타는 페르시다드라고 바뀌었던 것이다.
리유비아는 속으로 욕을 한 바가지 내뱉으며 무릎 꿇었다.
그의 입에서 차마 속으로 다 삼키지 못 한 욕들이 흘러나왔다.

“ 중요하지 않기는 개뿔.. 개중요하다 미친놈들아... ”

물론 아리아가 왜 연인으로서가 아닌 기사로 그의 옆에 서 있는지
왜 두 사람 사이에서 사랑의 눈 맞춤이 안 느껴지는지
왜 페르시다드로 나라 이름이 바뀌지 않았는지
의문이 되는 것은 많았지만 저 사랑판이 벌어질 이니베리타, 아니 페르시다드에 있다는 것만으로 리유비아는 끔찍하고 황당했다.
열심히 감옥에서 탈옥했더니 도망쳐 온 곳이 경찰서인 격 아닌가..
리유비아는 울고만 싶은 기분이었다.

***

리유비아는 결국 3일 내내 축제를 구경할 수 없었다.
4일 동안 이루어지는 축제는 그 날마다 큰 이벤트가 있었는데
리유비아는 그 무엇도 볼 수 없었다.
혹시라도 아리아와 마주치게 될까 싶어 쥐 죽은 듯 몸을 숨겼다.
오늘이 4일째 되는 날
리유비아는 창문 너머 마지막까지 축제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아쉬움을 내뱉었다.

‘..여길 떠나면 다시는 못 보게 될 텐데’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만큼이나 아쉬움이 더 커져왔다.
마지막 날인 4일에는 듣기로 마법을 이용한 밤하늘 공연을 한다고 했다.
물과 불 마법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어 밤 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보인다고도 했다.
오죽하면 4일은 아프던 이마저 기어코 나오는 날이라고 했다.

‘ 그런 공연이 어디 흔하겠냐고.. ’

결국 리유비아는 악마의 유혹을 견디지 못 하고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로브를 꺼내들었다.
붉은 머리와 붉은 눈동자, 목소리만 숨긴다면 들킬 일이 없으리라 생각하며 로브로 꽁꽁 몸을 가렸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지는 모습을 보며 리유비아는 혹시라도 놓칠세라 급하게 내려갔다.
집을 나서자 역시나 사람들이 가득히 붐벼 낑낑대며 사람과 사람 사이를 지나갔다.

“ !!! ”

그때 리유비아의 눈에 아리아가 보였다.
황실측에서 마련된 마술사들이 보여주는 공연이라 그런지 당연하게도 황실 기사단도 옆에 줄맞춰 서 있었고 황실 기사로 보이는 아리아도 당연히 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중앙에 황제도 서 있었다.

‘ 만일.. 아리아가 날 알아본다면? ... ’

오싹한 한기가 리유비아의 등골을 훑고 지나갔다.
돌아가야 할까 고민을 하던 리유비아가 문득 예전에 숲을 따라갔다가 발견한 장소가 기억이 났다.
구석진 곳이라 리유비아도 찾기 힘들었고 나무들이 우거져있었으나 꽤 높은 곳에 있어서 보려고 한다면 충분히 볼 수 있을 만한 시야 확보도 가능한 곳이었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리유비아는 숲으로 들어갔고 완전히 어두워졌을 때 알맞게 그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팡!

리유비아의 눈이 닿은 곳에 푸른색불이 터지며 꽃잎처럼 떨어져 내렸다.
동시에 물로 만들어진 물고기들과 고래, 그 밖에 다양한 형태의 생물들이 하늘을 날아다녔다.
마치 하늘이 바다가 된 것만 같았다.

“ 와... ”

저절로 감탄이 나오게 되는 진풍경이었다.
넋을 놓고 바라보며 어느새 그 아름다운 공연에 리유비아가 푹 빠져들었다.

바스락..

“ .. 누구지? ”

“ !!! ”

뒤에서 누군가 오고 있었는지도 모를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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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20-01-08 15:31 | 조회 : 1,930 목록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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