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내가 정혜수고 리유비아 맞는데..시발 이게 뭔데.

* 이 글은 BL 요소를 다소 포함하고 있습니다.
동성애, 집착, 추격전(?)을 불편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읽으시는 것을 삼가주세요.

“ 어머 그 사람 인가봐!”

롤라가 우왕좌왕 거리며 어쩔 줄을 모르는 강아지처럼 발을 굴렀다.
그에 비해 아리아는 사뿐히 걸어 대문 앞에 섰다.

“ 누구신지요. ”

“ 잠시 찾는 이가 있어 타국에서 온 귀족입니다. ”

“ 찾는 이요? ”

“ 예, 부디 협력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귀족이라고 하는 것 치고는 고아원을 대하는 태도에 예의가 있었다.
아리아는 대문의 손잡이를 잡고 느릿하게 열었다.
문을 열자 깔끔하게 옷을 갖추어 입은 기사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검은 말들과 다른 기사들, 이국적인 화려한 마차가 위압감을 흘리고 있었다.
아리아의 뒤로 롤라를 포함한 아이들이 쪼르르 모여들었다.
모두들 호기심에 그득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 협력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기사에 딱딱해 보일 수 있는 각 잡힌 말투에 아리아는 대충 흘렸고
마차에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곧 기사가 마차의 문을 열었고 그 문으로 한 남자가 내려왔다.
화려한 금안과 푸른 녹색의 머리칼이 돋보이는 남자였다.
날렵한 턱 선과 짙은 눈썹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 저 아이들이 전부인가. ”

낮고 짙은 목소리가 고요히 흘러나왔다.
그 말에 기사가 아리아를 주시했고 아리아는 흘깃 뒤를 보다가 끄덕였다.

“ 저희 고아원의 아이들은 전부입니다. ”

금안의 남자가 천천히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주시해보더니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5살에서 13살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는 것을 보아 나이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천천히 훑어 내리던 금안이 아리아에서 멈췄다.

“ 너는 몇 살이지? ”

“ ... 15살입니다. ”

그 대답에 아리아를 더 주시하다가
이내 고개를 천천히 떨구며 한 숨을 내쉬었다.
찾는 이가 없는 모양이었다.

안타까움이 잔뜩 묻은 한숨에 기사들은 흠칫 몸을 떨었다.
금안이 푹 가라앉다가 다시 올라오더니 아리아를 바라보았다.
아까는 자신이 바라는 이를 애타게 찾는 사람의 눈이었다면 지금은 인재를 바라보는 사람의 눈이었다.

“ ...묘한 기운이군. ”

남자의 말에 아리아는 눈만 느릿하게 깜빡거렸다.
그 남자의 시선이 아리아의 손으로 향했다.

“ 검을 잡는 건가? ”

“ ... ”

남자의 물음에도 아리아는 침묵을 유지했다.
남자도 별 신경은 쓰지 않는지 말을 이었다.

“ 가능하다면 한 번 검을 맞대어 보겠는가? ”

“ ..검을 말인가요. ”

남자의 갑작스러운 권유에 아리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남자는 아리아의 대답을 기다렸고 고아원의 아이들도 아리아를 기웃거리며 의문을 표했다.
검이라니 아리아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아리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좋습니다. ”

아리아는 한 시라도 빨리 강해져 리유비아를 찾아가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알아야 했다.
몇 달간 했다고 뭐 엄청 늘리는 없을 테지만 그래도 기대하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아리아의 대답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고 둘은 고아원의 공터로 향했다.
그곳이 그나마 검을 부딪치기에는 적절했다.

아이들은 의문과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리아를 바라보았다.
아리아는 그간 연습해 왔던 검을 쥐었고 상대도 검을 가볍게 쥐었다.
한 명의 기사가 두 사이에 서서 시작을 알리려 손을 들었다.

“ 이게 무슨 일이야?! ”

그때 다급한 목소리가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그들의 어머니와 다름이 없는 사람, 헬라였다.
헬라가 장을 보고서 돌아온 상태 그대로 다급히 달려왔다.
모르는 남자와 연약한 아리아가 서로 검을 대고 마주하고 있으니 간담이 서늘했으리라.

“ 당신들은 누군가요?! 아리아! 괜찮니? ”

헬라가 사색이 되어 아리아의 어깨를 잡았다.
헬라가 뒤에 서 있는 남자와 기사들을 노려보며 경계를 세웠다.

“ 이게 무슨!!... ”

“ 헬라 선생님. ”

“ ...? 아리아? ”

헬라 그녀의 말을 막은 것은 다름이 아닌 아리아였다.
그녀가 기억하고 알고 있는 따뜻한 미소의 아리아는 어디가고 냉철한 얼굴의 아리아가 서 있었다.
헬라의 눈동자가 당황스러움을 물들어졌다.

“ 비켜주세요. ”

“ ... 아리아.. 지금 저 분들이랑 대련을 하려고?? 넌 검조차 못 휘두를 거야! ”

“ 휘두를 수 있어요. 지금까지 쭉 휘둘렀으니까. 괜찮으니 비켜주세요. ”
헬라는 더 말하려 했지만 아리아의 눈동자를 마주하자 곧 물러났다.
그녀의 완강함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헬라마저도 물리고 나서야 두 사람은 드디어 검을 맞댈 수 있었다.

“ 그럼 대련을 시작하겠습니다. 살상을 목적으로 휘두르는 검은 제제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동시에 패로 판결하여 경기를 중단하겠습니다. 오러의 사용은 불가하며 순수한 검술만 인정하도록 하겠습니다. ”

기사의 말이 끝나고 기사의 손이 아래로 떨어지자 아리아와 남자의 사이가 순식간에 좁혀들었다. 아리아가 시작과 동시에 달려온 이유 때문이었다.
아이들과 헬라는 놀라 입을 벌렸고 그들의 눈에는 그 검이 그리 빠를 수 없었다.

깡!

그러나 그녀의 검은 너무나 쉽게 막혔다.
남자는 여유롭게 검을 막아내며 흐르듯 검을 밀어냈다.
또한 끊어짐 없이 공격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왔다.

남자의 검이 순식간에 아리아의 손을 노려왔고 아리아는 간신히 막았으나
뒤이어 이어진 공격에 결국 지고 말았다.
아리아는 자신의 손에서 떨어진 검을 보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큰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쉽게 질 줄은 몰랐다.
거대한 무력감이 그녀를 덮쳐왔다.

리유비아에게 향하던 뜀이 느린 걸음이었다는 것을 자각하니 더욱 침울해졌다.
아리아가 손톱이 자신의 손바닥을 파고들기 시작했을 때 남자가 입을 열었다.

“ 검을 얼마나 잡았지? ”

“ ... 4달 정도입니다. ”

“ 4달인데 이정도면 필시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을 테지. ”

“ ... ”

“ 네게는 가르침과 실전이 부족하다. ”

“ ... ”

아리아는 부정할 수 없었다.
숨어서 검술을 익히는 것이라 당연히 충분히 수련 할 수 없었고, 그녀에게 검에 대해 알려줄 이도 없었다.
수련에는 늘 바위나 나무를 베기만 했으니 움직이는 것과는 또 경험이 부족했다.
그나마 리유비아를 향한 마음으로 악착같이 해서 이 정도였다.

“ 네게 그 가르침과 실전을 주지. ”

“ ...! ”

“ 어떤가. 따라올 텐가? ”

남자는 조용히 물었고 아리아는 눈을 크게 떴다.
리유비아는 자신이 약하기에 떠났다.
그러니 자신은 강해져야 했으나 그것을 하기에 그녀는 늘 한없이 부족했다.
그것은 주변의 문제도 있으리라
그런 그녀에게 그 벽을 치워준다고 하니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 제가 무얼 믿고 따라간다는 말인가요? ”

그녀는 그가 누구인지 몰랐고 덥석 따라가는 것은 사탕을 준다고 따라가는 어린애와
다를 것이 없었다.
아리아는 당장이라도 수락하고 싶었으나 신중해야 함을 인지하고 다급함을 내리 눌렀다.

“ 흠.. 무얼 믿는다라. ”

“ ... ”

“ 서약을 하지. 신에게 확인 받는 서약이라면 믿을 수 있겠나? ”

“ 그렇게까지 해서 얻는 것이 있나요. ”

“ 나는 그대에게 외부의 벽을 치워주는 것을 맹세하고 그대는 그대의 검이 이니베리타를 향하지 않도록 한다면 만족하지. ”

“ 이니베리타? ”

남자는 입 꼬리를 밀어 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 나의 나라. 이니베리타 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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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2-17 23:04 | 조회 : 1,887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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