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내가 정혜수고 리유비아 맞는데..시발 이게 뭔데.

* 이 글은 BL 요소를 다소 포함하고 있습니다.
동성애, 집착, 추격전(?)을 불편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읽으시는 것을 삼가주세요.

이니베리타로 온지 3일이 지나고, 리유비아는 일자리를 생각보다도 쉽게 얻어 안심했다.
나름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흑막이라고 매력적인 얼굴로 설정해준 작가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살짝 머물렀다. 물론, 그 작가가 쓴 소설 속에 들어오지만 않았더라면 이런 감사하는 마음은 필요도 없었을 테지만 말이다.

일은 아침, 리유비아의 발걸음이 분주하게 움직여 거리를 건너갔다.
리유비아는 낡은 헌 책방으로 들어갔다.

“ 리비왔니. ”

“ 안녕하세요. 커피부터 드릴게요. ”

본인이 일할 수 있도록 바로 일자리를 준 사람은 인자한 미소로 리유비아를 반겼다.
리비, 그것은 리유비아가 혹시나 문제가 될까 싶은 마음에서 알려준 가명이었다.
아주 다른 이름은 아니었지만 ‘리유비아’를 찾는다면 거론 될 일은 없는 이름이었다.

헌 책 방의 주인인 휴베에게 따뜻한 커피를 내밀어주고 리유비아는 늘 그랬듯이 책 위치를 외웠다. 이곳에서 어떠한 자격증도 학문도 배워 본 적이 없는 리유비아를 이곳에서 일하게 해 준 이유, 휴베가 말하기를...

‘ 그 얼굴이니.. 가게 인지도라도 높일 수 있겠지.. 보다시피 책은 이 지역에서 제일 많아도.. 위치가 위치이니 사람들이 영 잘 모른단 말이지.. ’

리유비아가 살았던 세기르에서는 붉은색 계열의 머리는 어딜 가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했다.
헌데 들어보니 붉은색 계열의 머리칼은 이 나라에서는 보기 드물다고 했다.
그러니 붉은색 머리칼과 신비한 분위기를 띄우는 리유비아의 외모는 분명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고, 휴베는 다양하고 많은 책을 가지고 있지만 외진 곳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잊힌 가게를 알려줄 그를 고용했다.

‘ 하...책 더럽게 많네..’

리유비아가 속으로 투덜거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안타깝게도 리유비아는 이런 일을 해보는 건 처음이었다.
외워 본 것이라곤... 정혜수의 학창시절 때 외운 영어단어와 공부공식들 뿐이었다.
또는.. 회사에서의 자신의 위치정도일까.

썩 훌륭한 삶이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속으로 정혜수였을 때를 떠올리니 그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 ...역시 얼른 돌아갈 방법을 찾아보자. 혹시 알아. 여긴 책도 많으니 어쩌다 도움이 되는 책을 만날지.. ’

마법도 있는 세상이다.
그럼 당연히 다른 세계로 넘어갈 마법정도는 있지 않을까.
그렇게 나름 희망적인 생각을 하며 책을 외워가던 때 낡은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딸랑

“ 어서오세... ”

리유비아는 순간 들어온 이를 보며 굳을 뻔했다.
붉은색 눈과 마주치니 순간적으로 여주인공, 아리아가 떠올라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주황색 머리칼에 이목구비도 아리아와는 전혀 달랐지만 그 붉은색 눈을 마주하니 순간적으로
헉 소리가 나왔다.

“ 안녕하세요.. ”

여자가 수줍게 웃으며 리유비아를 향해 말을 걸어왔다.
리유비아는 그 소리에 정신을 차리며 마주 웃었다.

“ 어서오세요. ”

리유비아를 마주보며 귀를 붉히는 그녀는 필시 그를 보러 이 책방에 온 것 같았다.
그 모습에 휴베는 만족스럽게 입 꼬리를 올렸다.
리유비아는 그녀와 계속 눈이 마주칠 때마다 마른침을 저절로 삼켰다.
너무나 그를 잘 따랐던 아리아를 나쁘게 말하면 버리고 온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죄책감이 들었다. 더구나 마음이 약한 여주다. 상처를 받았을 아리아를 생각하면 어린애에게 너무 잔혹했던 것 같아 눈을 질끈 감았다.

‘ 아리아... 분명... 충격 받았겠지.. ’

리유비아의 마음이 콕콕 죄책감으로 쑤셔왔다.

***

콱 콱

날카로운 물체가 공기를 가르고 어떠한 물체를 연신 베어내며 내리치고 있었다.
척 보아도 단단해 보이는 큰 바위가 거의 두 동강이 날 정도로 깊게 패어있었다.
어지간한 끈기와 체력이 없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콱!

날카롭고 짧은 단음이 난 후 그 큰 바위는 갈라져 두 덩이로 나뉘어졌다.
고요하게 정적이 흐르는 밤, 거친 숨이 조용한 숲 속에 낮게 퍼졌다.
그 바위를 부순 이가 누구인가 하니 짙은 밤을 머금은 것 같은 남색의 긴 머리카락과 루비처럼 아름답고 피처럼 잔혹하게 보이는 붉은색 눈동자.
아리아였다.

몇 시간 동안이나 내리치고 있었는지 땀방울이 그녀의 턱을 타고 흘러 떨어졌고
그녀의 옷은 이미 땀으로 젖어 축축해진 상태였다.

그녀의 곱디고운 손은 굳은살과 물집, 계속된 마찰로 인해 피로 범벅되어 엉망이었다.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해도 모자를 판에 아리아의 눈동자는 갈라진 바위를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흉흉한 기색을 띄우는 아리아는 검을 내려놓고 숲을 벗어나 방으로 돌아왔다.
손과 몸을 씻고 붕대를 두른 아리아는 무언가를 소중하게 보관한 것인지
이중으로 잠금이 된 서랍을 열었다.

“ ... ”

그 서랍 안에는 손수건 같은 낡은 천이 있었다.
아리아는 그 천을 조심스럽게 들어 코로 가져다대며 눈을 감았다.

“ ....리유비아.. 보고 싶어 ”

보아하니 그 천은 리유비아가 입었던 옷을 잘라 손수건처럼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아리아는 그 천에 미미하게 남은 리유비아의 향을 조심히 맡으며 자신의 엉망이 된 손을 내려다보았다.

“ 꼭... 강해질게 리유비아. 너조차도 내게 벗어날 수 없을 만큼... ”

***

몇 달이 흐르고, 아리아가 지내는 마을이 소란스러워졌다.
아리아는 새벽부터 시작한 검술 훈련을 마치고 돌아와 이 상황을 물었다.

“ 무슨 일이야. ”

“ 아, 아리아. 왔어? 또 어디 갔다 온 거야? ”

롤라가 방금까지 조잘거리던 입을 멈추고 아리아를 바라봤다.
아리아의 눈짓에 롤라가 말을 이으며 고아원 밖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 아니, 글쎄 지금 밖에 엄청난 인물이 찾아왔데 ”

“ 엄청난 인물..?”

“ 그래! 누군지는 다들 모르겠다고 그러는데... 처음 보는 화려한 마차에 10명 정도

기사들도 데려온 것 같은데..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래.. 검은색 말을 탄 그 사람들... 눈 마주치면 죽을 것 같다고 하더라..그런 사람들의 주인이니..보통 귀족이 아닐 거라고 하던데? 어쩌면... 먼 나라의 왕자일지도 모른데..! 그리고-.. ”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는 롤라에 아리아도 의문이 들어 상체를 숙이며 귀를 가까이 했다.

“ 사람을 찾고 있는 거 같다고 하더라.... 근데.. 그 사람이 고아원의 사람 인가봐.. ”

“ 고아원..? ”

“ 지금 이 지역 고아원에 다 찾아가고 있데.. 무슨 신데렐라 같지 않니? ”

롤라가 높고 얕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말을 다시 이었다.

“ 근데..딱히 생김새에 대해서 언급은 없다고 하더라... 고아원 학생들과 담당 선생님들을 다 모아서 훑어보더니.. 금방 몸을 돌리고 또다시 출발한데.. ”

롤라의 말을 들은 아리아는 눈을 좁게 뜨며 생각에 잠겼다.
아직 자신의 고아원에는 찾아오지 않은 것을 보아 아마도 곧 그들이 여기에도 올 것 같았다.

‘ 먼 나라의 ... ’

아리아가 생각에 잠겨있던 때, 절묘하게도 고아원 대문을 누군가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잠깐,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

신데렐라를 찾는다는 무리.
소란스러움의 주범인 그들이었다.

16
이번 화 신고 2019-10-13 17:48 | 조회 : 2,038 목록
작가의 말

오랜만입니다(다시 말하지만 bl맞습니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