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내가 정혜수고 리유비아 맞는데..시발 이게 뭔데.

* 이 글은 BL 요소를 다소 포함하고 있습니다.
동성애, 집착, 추격전(?)을 불편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읽으시는 것을 삼가주세요.


시간은 빠르게 흘러내렸다.
물 흐르듯 지나가던 시간은 리유비아가 원하지 않았던 대로 현재 소설 속 그대로였다.
어쩜 그리도 달라지지 않았는지 이젠 헛웃음이 다 나왔다.
길었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 흘러 리유비아는 어느새 17살이 되어있었다.
문제는 .. 아리아도 15살 되었다는 것이다.

아리아의 15살.
앞으로 1년 뒤, 그것은 소설의 본격적인 시작을 의미했다.
아리아가 16살이 되고 정확히 언제인지는 몰라도 남주, 시크랄을 만나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며 시크랄은 그녀에게 단비로서, 아리아는 그에게 사랑받는 이로서 서로를 갈구하고 원하는 흔히 말해 애인 사이가 된다.

그녀의 16살이 다가올수록 리유비아는 더욱 그녀를 멀리했고, 그녀와 말도 섞지 않으려 노력했다.
가끔 아리아의 눈동자가 흉흉한 기색을 띄웠지만
리유비아는 애써 무시하며 자신이 할 일을 해갔다.

리유비아가 17살이 된 현재
빨리 자립을 하기 위하여 그간 신문지 배달이나 빵집 일을 해가며
돈을 차곡하게 모았다.
다행히도 그의 매력적인 외모에 단골손님이 많아 수입도 짭짤했다.

‘ 좋아... 이제 돈은 충분히 모였어.. 이정도면 자립할 수 있다. ’

조금 더 여유가 있게 더 머물다 가면 좋겠지만 1년 뒤, 성년이 되면 알아서 고아원을 나가야 했기에 아리아도 곧 자립을 하므로 그 전에 나가 이 나라를 떠나야 했다.
좀 빽빽했지만 타국으로 가 그곳에서 자신만의 라이프를 누림과 동시에 돌아갈 방안을 생각하면 될 일이었다.

“ 떠나겠다고? ”

“ 네, 내일 새벽 4시쯤에 나가려고 합니다.”

고아원의 선생님, 헬라가 놀란 눈으로 리유비아를 바라보았다.

“ 아직 1년이 남지 않았니? ”

“ 제게도 사정이 조금 있어서요. 그간 부족함 없이 가르치고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 .... 세상에.. ”

헬라는 썩 서운한 얼굴로 리유비아를 바라보았다.
리유비아가 여리디 여린 아기일 때부터 주워 왔기에 그간 정도 수없이 많이 들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나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통에 헬라는 더욱 속상했다.

“ 정말로 가겠니..? ”

“ 네 ”

망설임 하나 없는 리유비아의 모습에 헬라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근데.. 친구들에게는 그 말을 전한거니? ”

“ .... ”

“ ..안 전했구나? ”

리유비아는 헬라의 말에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
그야 이야기를 해버리는 순간 더욱 떠나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비록 리유비아 자신은 빙의자이지만 남 몸으로 겪는 추억도 추억이었다.
짧은 정이라도 정이였고, 미운 친구라도 친구였다.

분명 말도 떼기 힘들어서 괜히 서먹해질 것 같았다.
그러니 풀 사이를 걷는 작은 산바람처럼 조용하게 떠나는 것이 그의 현 목표였다.
그것과 동시에..

‘ 아리아가 신경 쓰여 ’

다소 질척이게 붙으며 늘 친구주장을 하는 아리아가 리유비아는 신경이 쓰였다.
아리아를 제외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이 소식을 알린다고 한들 소문에 괜히 날개가 달렸겠는가?
입과 입을 타고 분명히 아리아의 귀에 도달할 것이다.

“ 그것도... 사정 때문에.. ”

“ 아무리 그래도 몇 년을 함께한 네 가족들인데.. 그 정도는 말해야 하지 않겠니? ”

“ ... 죄송합니다. 편지.. 할게요. ”

“ .... 하아.. 애들이 네가 떠났다고 하면 어떤 난리를 칠지.. ”

헬라가 지그시 리유비아를 보다 미소를 지었다.
씁쓸해 보이는 미소였지만 갑작스러운 떠남에도 미소를 지어주는 모습이 헬라다웠다.
리유비아도 마주 웃으며 상체를 숙여 인사를 전했다.

“ 감사했습니다. ”

***

“ 네? ”

침묵 속에서 고운 목소리가 아름답게 울렸다.
아리아를 포함한 모두가 벙 찐 상태로 헬라를 바라보았다.
헬라는 한 숨을 한 번 내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 오늘 새벽에 리유비아가 떠났단다. 자립을 하겠다고 하더구나.. 어디로 갔는지

왜 1년 먼저 이곳을 떠났는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리유비아가 너희들에게 말할 수 없을 만큼 급한 사정이 있다고 했단다. ”

“ .... 리유비아가.. 떠났다고요? ”

“ 그래.. 이곳으로 가끔 편지도 보낸다고 했으니 아예 못 만나는 것은 아닐거야. ”

헬라의 말을 들은 롤라가 벌떡 일어서며 울상을 지었다.

“ 말도 안 돼! 리유비아가 떠났다뇨!! 아직!... ”

몰래 짝사랑을 하던 롤라는 갑작스러운 리유비아의 떠난 소식에 울음을 터트렸다.
리유비아의 정의로움과 눈부신 외모, 다정한 행동들에 반해 쭉 바라보았는데,
설마하니 떠난다고 말도 안 해주니 롤라는 서러웠다.

롤라의 울음소리가 퍼지자 다들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나 단 한 명.
단 한 명만은 눈물을 흘리기는커녕 눈시울조차도 붉어지지 않았다.

“ .... ”

다름이 아닌 리유비아를 그렇게 따라붙었던 껌 딱지 아리아였다.
아리아의 눈동자는 감히 말을 할 수도 없이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

“ 대박... ”

리유비아가 배 멀미를 무릎 쓰고 배를 타, 바다를 건너 도착한 나라는 ‘이니베리타’였다.
자유라는 이름을 가진 나라답게 이쪽을 보면 다른 구경거리가 있고, 고개를 돌려 저쪽을 보면 또 다른 볼거리가 다양했다.
모두가 법에 걸리지 않는 선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즐겁게 지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리유비아는 천천히 걸어가며 이리저리 고개를 기웃거렸다.
그의 발걸음을 따라 이니베리타 사람들도 리유비아를 바라보았다.
흔하기는 하지만 붉은색 머리카락과 붉은색 눈동자가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옷도 초라하고 누가 봐도 평민이었지만 자신들도 모르게 귀족 영주인줄 알고 길을 비킬 것만 같았다.

‘ 세상에.. 어쩜 이렇게 멋질 수가 있을까.. 내가 있었던 나라와는 문명조차 달라 ’

개인의 상상력과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 이니베리타는 당연하게도
타국보다 더 큰 발전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꼬르륵

“ 아.. ”

장시간 배를 타며 먹는 족족 토를 해서 뭐 하나 먹지 못 했으니
리유비아의 배 속은 당연하게도 북을 쳤다.
리유비아의 배고픈 발걸음이 닿은 곳은 한 꼬치 집이었다.

달달 짭쪼름한 소스향이 코를 간질이면서 한 쪽 꼬치에서는 매콤한 향이 확 올라와
입에 침이 고이게 만들었다.

“ 어서 오세요. 이야 잘생긴 청년이네 ”

“ 안녕하세요. 혹시 꼬치 하나에 얼마.. ”

“ 동화 2개입니다. 맛은 매운맛과 고소한 맛이 있어요. ”

“ 그럼... 매운 맛으로 3개 고소한 맛으로 3개 주시겠어요? ”

리유비아가 동화 12개를 내밀며 침을 목 안으로 천천히 삼켰다.
보기 만해도 먹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켰다.

“ 네, 감사합니다. 잠시만요! ”

돈을 받은 꼬치집 사장이 분주하게 손을 움직이며 꼬치를 구워냈다.
꼬치 위에 솔솔 뿌려지는 것은 치즈가 갈려진 가루였다.
매운 꼬치위에 새하얀 가루가 뿌려져 올라가니 더욱 맛좋아 보였다.

“ 맛있게 드세요. ”

리유비아는 꼬치를 받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허겁지겁 먹었다.
어찌나 맛있던지 저절로 행복한 미소가 얼굴 위로 떠올랐다.
꼬치 4개를 순식간에 먹고 이제야 리유비아가 입을 열고 웃었다.

“ 정말 맛있네요. 그나저나 이곳은 정말 자유로운 곳이군요. 나라의 이름값을 하네요. ”

“ 하하! 그렇죠? 그런데.. 사실 ‘이니베리타’가 처음부터 이런 곳은 아니었어요.

‘오프렌시안’ 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나라였죠. ”

오프렌시안.
학대와 심한 차별, 억압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이니베리타는 자유를 의미했다면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단어였다.

“ 오프..렌시안이요? ”

“ 네, 저희 국가는 귀족들의 행패와 왕의 무력함... 아니 왕도 사실 한 패였죠. 세금이나 저희들의 직업도 나라에서 정해준 대로 해야만 했고 뭐 하나 허락되는 것이 없었어요. ”

“ ... ”

“ 하지만! 4황자님 덕분에 변할 수 있었어요. ”

“ 4황자? ”

사장이 눈을 빛내며 말을 내뱉는데 그의 눈에서 4황자를 향한
무한한 신뢰와 존경이 내비춰졌다.
리유비아는 꼬치를 먹다가 말고 귀를 기울였다.

“ 왕은 유독 대적하려하는 4황자님을 좋게 보지 않으셔서 매일 광장에서 4황자님을
채찍질을 하지 않나 밥도 주지 않으시고.. 가축보다도 못하게 지내셨지요. 그 어린 황자님을 저희는...지켜드릴 수 없었습니다. 결국 바다를 넘어 저 먼 나라에 내쫒으셨지요. ”

“ 그럴 수가.. ”

“ 이제는 정말 4황자님의 숨도 다하시겠다 싶어 유일한 희망이 사라지자 저희들은 절망하고 힘없이 살아갔습니다. 근데!! ”

사장이 목소리를 높이며 잔뜩 흥분했다.

“ 4황자님이 돌아오셨어요! 비록 몇 년이 흐른 뒤에 돌아오셨으나 의젓한 모습으로
저희들 앞에 나타나셨습니다. 황자님의 혁명으로 그 악마같은 왕이 죽고, 그 권력을 누리던 다른 황자들도 숨을 거두었지요. 그때부터 비로써 이니베리타 나라가 빛을 발했습니다. 모두의 자유가 인정되고 행복할 수 있도록 4황자님이 인도해주셨지요. 그 분이 왕이 되시고서 저희들은 안 행복한 날이 없습니다. 아아.. 그 눈부신 힘은 아직도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아요. ”

리유비아는 이니베리타와는 반대편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이나 먼 곳에서 왔기에
이런 소식은 듣기 어려웠다.
애초에 혁명과 부패가 난무하는 와중에 그것만 쏙 기억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저희가 사실 이렇게 자유를 얻고 발전한 것은 불과 2년 전입니다. ”

“ 2년?! 그렇게 빠르게 발전하다니.. ”

“ 이게 모두 우리의 이니베리타 왕 덕분입니다. ”

리유비아는 마지막 꼬치까지 먹고 자리를 떴다.
아직도 이 환경이 단 2년만에 만들어졌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당연히 십여 년 동안에 이루어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리유비아가 저 멀리 보이는 높은 건물, 황궁을 보며 대체 지금의 이니베리타를 만들어낸 4황자가 누구일지 속으로 궁금증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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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8-06 03:20 | 조회 : 2,369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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