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도. 어긋나게 뒤틀려버린 연심

"하아..하윽..."

권율인 우는아이를 달래듯 날 뒤에서 살포시 품에 안아 다독였다.
괜찮다고 몇번이고 말해주면서..

"나 때문에..전부다 나 때문에.."

아니라고 권율이가 다독였지만,
맘이 계속 캥겼다.

"미안해..미안..."

"세륜형, 내 눈 봐봐요."

꼭 품에 안긴 날 위에서 내려다 보며 나긋이 말했다.
타인의 눈을 보는것은 어렵다..
무엇보다 무섭다.
날 보는 시선이, 무슨 생각으로 날 보는지..
내게 가장 어려운 명령들중 하나다.

"싫어.."

권율의 시선을 피해 앞 만을 바라봤다.
또다시 환각이 보였다.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것도 보고싶지 않았다.
내가 떠는게 느껴졌는지,
권율이 턱을 손으로 부드러이 쓸어올리듯 고갤 들어올리게 했다.

"눈 떠봐요."

달콤하리만치 살가운 말에,
눈을 천천히 떴다.
그러자 바로 권율이와 시선이 마주 닿았다.

-!

"흡..!"

놀란소릴 흘렸다.
권율의 눈빛은 따스했다.
다른 사람들의 차갑고 역겨운시선과는 다른..
뭔가...뭐랄까..
계속 이렇게 보고픈..

-쿵..!

또..심장이 크게 뛰었다.
이게 뭔진 모르겠지만,
괴로운 느낌이지만 무척이나 좋았다.

"형 또 얼굴 벌개요..열 있는거 아녜요?"

권율이 걱정된다듯 말했다.
난 바로 권율의 품에서 빠져 나왔다.
멀리서 이를 다 보고있는 천호씨와 경호원들이 보였다.

"...집에 데려다줘요."

천호씰 보며 말했다.
그러자 천호씬 방하나를 가리켰다.

"방은 저기네."

"..네?"

경호원들이 비켜 방을 보이게 해주었다.

"실은 이곳에 오기전 자네의 집에 갔었네, 겉만봐서는 반지하에 시설도 안좋아보여서 그곳에 있을 바에야 이곳에서 사는게 더 나을거 같아 데려왔네만.."

나름 고민했다는듯한 말투였다.

"감사하지만 됐어요..전 제 반지하집이 더 좋거든요."

그럼 어쩔수없지..라는 천호씨의 말을 끝으로 권율과 난 내가 일하는 게이바 앞으로 경호원의 차를 타고 편히 도착했다.

"너도 이만 가봐."

"하...형.."

권율이 한숨을 내쉬며 날 다시 끌어안았다.
뭐하는거냐고 여긴 밖이라고 해도 권율인 끝까지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포기한채..

"왜그러는데..응?나 빨리 가야해.."

이리 타이르듯 말하며 어깨에 얹어진 권율의 머리를 뒷머리부터 뒷목까지 왕복하며 몇번 쓰다듬으며 묻자 그제서야 굳게 닫아놨던 입을 열었다.

"그 아저씨 좋아하는거 아니죠?"

"....."

아니라고 말해달라고 읊조리는 권율이에게 복잡한 맘에 물었다.

".....좋아한다는게 뭐야..?"

권율이 적잖히 당황한듯해 보였다.
자신이 생각한 대답과는 거리가 아주 멀었기 때문이다.

"알고싶어..감정을...보다더 복잡한 심정을..다양한 기분을...나도 사람처럼 살고 싶단 말야..그런데 왜 난 안되느냐고.."


당황함을 숨기지 못하는 권율이에게 울분을 토하듯 말했다.
도서관에서 몇십권..몇백권의 책을 읽어도 잘 공감되지않는 것이 많았다.
그중 가장 이해가가지않는 장르가, 로맨스와 가족들의 이야기가 담긴 이야기..
어쨌건 이해해보려고 몇번이나 읽어보아도 이해되지 않았다.

"....."

권율의 표정이 복잡미묘하게 변했다.
그때 머리속에 무언가 스쳐지나갔다.
설마..

"혹시 심장이 크고 빠르게 뛰어 가슴이 아프고, 얼굴이 붉어진다거나 계속 보고싶다거나, 그사람이 마음속에 크게 자리잡는 것이..그런것이 좋아한다 라는 감정이라면..."

난 둘에게서 느낀 감정을 털어놓았다.
막상 말하니 좀 부끄럽기도 하였다.

"그런 감정을 어디서 느꼈어요?"

권율이 놀라 물었다.
어느때보다도 진지해 보였다.

"천호씨.."

처음에는 천호씨에게서 느꼈다.
그리고는 끝내 권율이에게서도 느끼게 된 감정..
그리고 너에게서도 느꼈어..라고 말하려는 찰나,

"아니에요."

라고 권율이 내말을 잘라 말했다.
아니라니?

"세륜형이 그 아저씨한테서 느낀 감정은 좋아한다는 연심이 아니에요."

...뭐?
그런거야?

"그러면..?"

불안했다.
그럼 내가 가진 이감정은 대체 뭐란 말인가..

"원망이에요."

그말에 충격을 크게 받았다.
원망..이라면
머릿속이 다시 혼란스러웠다.
난 천호씨를 싫어하는건가?
왜...?

"..하지만"

황당함에 난 이렇게 말했지만 뭐라할수 없었다.
감정이란건 나보다 권율이더 잘 알고 있을테지..
하지만 왜..
그럼 왜 계속 난 천호씨가 보고픈거지?
잠시만..
그럼 난 권율이 또한 원망하는건가..?
권율이에게도 그러한 감정을 느꼈으니까..

"저에게는..저에게는 딱히 뭐 느껴지는거 없어요?"

...여기서 천호씨에게서 느꼈던 감정을 솔직히말하면 안되겠지?

"..별로 보고싶지않고..또..네가 싫어. 아예 사라졌으면 하고...내앞에 있는거, 내 근처에있는거..내이름을 부르는 그 목소리까지와 얼굴까지..전부 듣기싫고 꼴보기 싫어.."

좋아한다는 감정과 정반대로 말했다.
그렇다면 이것이 좋아한다는 감정이겠지.
난 피했던 시선을 다시 권율이에게로 옮겼다.

-...!

왜..왜 그런 표정을 짓는거야..?
권율은 한껏 괴로운표정으로 얼굴을 지푸렸다.
그런 얼굴을 하면..나까지 덩달아 괴롭잖아..
왜..
그의 주먹은 힘이들어가 핏줄과 힘줄이 다 드러나보였다..
바닥을 향한 시선까지..
정말로 죽고싶을 만큼 괴로워 보였다.
그러다 죽을듯이 괴로운 표정으로 목소릴 쥐어짜내 말했다.

"맞아요.."

"그게..좋아한다는 감정이에요.."

.....
이런게 좋아한다는 감정일까..
그런데 왜이렇게 고통스러운걸까...
권율이 억지로 미소지으며 내게 말했다.
그모습에 마음이 더욱 아파왔다.
인간의 감정이란..이런걸까?
날 안은 권율의 팔힘이 더욱 거세어 졌다.

"좋아해요..엄청 좋아한다구요.."

다시 내어깨죽지에 얼굴을 묻은 권율이 말했다.
밝은 분위기의톤도, 웃음도, 뭐도 없었다.
인간이 가지는 연심은 다 이런것이구나..
그들은 이런 고통은 안고서 살아가는구나..
거리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한채,
팔로 권율의 머릴 감싸안으며 말했다.

"나도 좋아해..권율아..."

이런 말을 하는 나 또한 맘이 편치 않았다.
어깨쪽에서 권율의 표정이 더 일그러짐이 느껴졌고,
내 옷자락을 쥔 권율의 손의 악력이 더 강해짐이 느껴졌다.

책에서본 연심과는 다른느낌..
역시 소설은소설이구나..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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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5-27 18:08 | 조회 : 1,159 목록
작가의 말
새벽을 알리는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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