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도. 처음 느껴본 두근거림과 오해

-저벅 저벅

누군가의 발소리..
듣기좋은 구두소리였다.
그리고 그 발걸음에 맞추어, 내몸도 같이 흔들렸다.

"..우음"

작게 신음하며, 눈을 떴다.

"아..깨운거면 미안하군..일어난 건가?"

눈을 뜨니 보이는건, 흰 긴 복도와 여러방들..그리고..
날 안은채 걸어가는 천호씨였다.
천호씨에게는 오늘도 변함없이 좋은 냄새가 났다.
걸음 걸이에 맞추어 흔들리는데 그 마저 좋았다.

"..제가 걸어갈게요 내려주세요."

그의 가슴팍을 밀어내며 말했다.
내말이 안들린 건지, 무시하는건지 그는 계속 걸어갔다.
그보다..왜 이런곳에..여긴 어디지...?
우리집이 아닌 이곳은 너무나도 신기할 따름이였다.
그래도 뭔가 짐이되는거 같아 억지로라도 내리려 몸을 들썩였지만,

"속 썩이지 마라."

라는 말과 날 더 끌어안아드는 천호씨의 반응 뿐이였다.
뭔가 동화속 공주가 된 느낌이랄까..하지만 난 남자니까..
절대로 그럴일 따위..
고개를 안쪽으로 숙이며 내 옷깃을 쥐었다.
왜 왕자는 다른 왕자를 적으로만 보는걸까..

"오셨습니까?"

낮선이의 목소리..
난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맘에,
눈을 질끈 감았다.

"수고가 많네, 오늘 일정은 비었으니 따로 필요한 일이 생기면 불러주게."

-달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난 그곳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넓은 소파 쪽으로 앉혀졌다.

그러자, 천호씨가 살포시 내 어깨에 이마를 대었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이런 행동은 처음받아보는거라..
화가났는지..우는건지..싫증난건지..알수가 없었다.

"..미안해요..."

그럴때마다 내가 하는말..
사과였다.
그러면 그사람들의 기분이 나아진다 하였다.

그때 갑자기 천호씨가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마주했다.

"아.."

가..가까워...
난 응시하는 회색빛 눈엔 내가 모르는 것들이 한가득 담겨있었다.

-쿵..!

뭐지..?
심장맥박 소리가 커져 귀를 막지 않음에도 느껴지고 들릴정도다.
쉴틈없이 빠르게 뛰고있었다.

뭐야..
괴로워..그만..!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빠르고 크게 뛰자,
더 이상 고개를 들수 없어 고갤 숙였다.
얼굴 또한 열이 있는것 마냥 뜨거워졌다.
괴롭지만 좋은...계속 느끼고 싶지만 차마 그럴 수 없는 이 묘한 느낌..

천호씨의 시선은 내게 아직 고정 되어있다.
어쩌다 한번 눈이 마주치면 놀라 시선을 다시 피했다.

-스륵

내 고개를 자연스레 자신을 바라보게 돌린 그는 몸을 움직여 나와의 거릴 좁혔다.
안그래도 가까운 거리가 더 좁혀졌다.

"잠시 실례하겠네."

그가 내게 얼굴을 가까이 했다.
뭐..!
키..키스하려는건가..?
이 시점에..?!

그의 숨결이 느껴지자,
고갤 살짝 돌려 눈을 꼭 감았다.

-똑똑똑!

내게로 가까이 오던 인기척이 멈췄다.
그러나 이내 그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왜..?

한쪽눈을 뜨니..미소를 지으며 잔잔히 웃는 그가 보였다.
거기에 또 쿵쿵 거리는 심장소리가 들렸다.

"왜.."

"눈감고 있는게 귀엽더군.."

...묘한 수치심이 일었다.
짜증나..
난 그대로 고갤 휙하고 돌려버렸다.

"삐지진 말아주게.."

라며 그가 다시 그 큰손으로 내머릴 휘저었다.
머리 엉망된단 말야..
속으로 들리지 않게 투덜대었다.

"무슨 일이지?"

천호씨가 문을 향해 말했다.
그가 문쪽에서 다시 소리가 들렸다.

"손님이십니다."

"누구지?"

그러자. 뜻밖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예요,문 열어요 이현씨에게 이야긴 다 듣고 왔으니까요.."

화가 난건지, 차분한 건지 모를 목소리였다.
살짝 의외라는 듯한 천호씨는 곧 답을 했다.

"들여보내게."

곧 문이 열리고..
권율이가 들어왔다.

"둘이 지금 뭐하는거에요?"

우릴 보자 마자 그가 한 말이다.
겉옷은 이미 그가 방에 걸어두었다.
난 지금 뜯겨 너덜해진 옷과, 흐트러진 머리에...
얼굴의 열기가 아직 다 식지않은 모습일거다..
설마..오해하는거야..?

"...그러니까, 이건.."

급하게 옷을 싸매며 권율이에게 말했다.
허나, 이미 그의 눈엔 더이상 내비치는게 없었다.

"뭐하는거냐고요!"

불안정하게 내뱉어지는 그의 숨소리가 들렸다.
그를 냉정히 바라보는 천호씨는..

"작은 사고가 있었다..네가 신경쓸바가 아냐."

라고 무서우리만치 차분히 말했다.
싸움은 일어나고야 말았다.

"그게 저런일인가요?"

"신경끄고 나가..여긴 어떻게 온거냐.."

"그런게 중요하나요?"

"나가라 했을텐데..?"

"그러기 싫다면요?"

둘사이..스파크가 튀었다..
싸우는것..내가가장 싫어하는것이다..

"좋은말로할때 가도록해 무력으로 제압하기는 싫군.."

"권력좀 있다고 자랑하시는건가요? 어차피 그저 얻어걸린거면서..."

그만..그만해....
어릴적이 떠올랐다.
항상 내가있으면 부부는 싸웠다.
싸우고,싸우며,싸웠다...
입양당하는 집집마다..
날이유로..나때문에....
또 이렇게 되는건가..?

"나가라"

"싫다고요..!"

서로 상처 입히지마..
그만..싫어 내가 미안해...잘못했으니까..
근처 쿠션을 끌어안았다.
이것또한 어릴적 버릇..
이러면 조금이나마 안정이 되었다.

"경호원!"

여자의 비명소리가 환청으로 들리며 입양되었던 부부의 싸움이 떠올랐다.
깨지고, 부서지고, 다퉜다.
질못했어..미안해...싸우지마..다 나 때문이니까..

"그만...제발..그만해..."

소파위로 물이 떨어졌다.
쿠션을 끌어안으며..손으로 귀를 막았다.
툭툭 끊기는 불안한 숨소리가 내뱉어졌다.

곧 경호원들이 들이닥쳤다.

"싫어 더 이상은..더 이상은 미움받기 싫어...더이상은 버림받고 싶지 않아.."

난 그대로 뛰쳐나갔다.
경호원들릉 제치고..
미친듯이..

"세륜군!"

"형!"

불러도 대답 없이..

'착한아이가 되려면 말을 잘들어야지...'
'어허 그러면 못써.'
'내가 하라는대로해.'
'너는 참 나쁜아이로구나 벌을 받아야겠어.'
'넌 생각이 있는거니?'
'앞으로 넌 우리 아들이 아냐'
'넌 왜이러니 얘가..잘못 데려왔어 네 옆의아이를 데려올걸..그얘가 더 나아보이던데..'

저리가...저리가!
속으로 몇번이나 소리쳤지만..
입은 반사적으로..잘못하다고 빌고 있었다.


-!


"놔..놔!"

누군가 날 꽉 붙잡았다.
힘이 무척이나 세어 반항할수가 없었다.

"...진정해요..괜찮아요..."

내 눈을 가려주며 조용히 속삭였다.
그제야 비로소 숨소리가 안정되어져 갔다.

"미안해요 형..."

사과해야 할건 난데..왜 네가...
그뒤로 경호원들과 그사이 천호씨의 구두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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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5-27 18:06 | 조회 : 1,261 목록
작가의 말
새벽을 알리는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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