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도. 자상한 그 손길.

그날 이래로, 그 둘은 오지 않았다.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난 당연하다는 듯이 남자들에게 적정선까지의 몸을 팔았다.
하루에 연달아 그 행위에 빠져들어도...
무언가가 부족했다.
공허함이 차오르지 않았다.
사랑받고 싶다...어떤 방식이든..그게 설령 내 몸을 망가뜨리게 된다 해도....

*******

"많이--------보이는군.."

...작게 흐느끼듯 숨이 내뱉어졌다.
어두운 곳 너머..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두운 곳은 싫었다.

"어디있어요..? 무서워...이런곳은 싫어...나가게 해줘요"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려왔다.
어두운 곳에 매일 갇혀 굶주리고 추위에 휩싸여 살았다.
어둠은 내게 익숙하면서도 무서운 존재였다.

"침착해."

그의 목소리가 한번 더 들려왔다.
곧 패닉상태가 되어 미칠것만 같았다.
허공을 허우적대며 무언가라도 붙들려 했다.
허나, 까마득한 어둠만이 펼쳐져있을뿐..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장난치지마요..재미없다고요.."

속이 울렁거렸다.
눈을 감으니 조금 나은거 같기도 했다.
한기가 들었다.
그날의 악몽이 다시 시작되는거 같았다.

"아..아아!"

귀를 틀어막고는 절규하듯 수그렸다.
늘 하던 버릇이였다.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면 온 세상은 잠잠해졌다.
마치 꿈인거 마냥..

"내가 싫나?"

또 그 목소리..
아니라고 대답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대답이 없군 싫다면 됬네.."

.....
또 같은 결말..그런 결말은 싫다.
이번엔 기필코 말해야 한다.

"내가 너무 이기적이였던거 같군.."

가지마..라고
목을 압박하던 힘을 이겨내려 악바리를 썼다.
최대한 소리쳤다.
울분을 토해냈다.

"가보겠네.."

제발...안돼..
더이상은..버려지고 싶지않아..!

"가지마...!"

....나왔어
갑자기 주위가 환해지며,
한기가 사라졌다.

누군가가 내머리를 따스히 쓰다듬었다.
누군진 몰라도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

핫..!

눈을 뜨니 바안이였다.
꿈인가..
눈은 축축히 젖어있었고,
옆에는 빈 잔들이 나뒹굴었다.

"이제 일어났냐?"

현은 내 눈가를 보더니,
약간 놀란듯 본론만을 얘기해주고 갔다.

"어떤분이 전해주고 갔어."

쪽지 한장..
그곳엔 천호씨의 또 다른 휴대폰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의 생년월일까지..
그는 현재 42살이었던거다.

저번 명함은 그럼..가짜였던걸까?
난 무언가에 홀린 듯 바로 천호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번의 신호음 끝에 드디어..

"이제야 전화해준건가? 세륜군.."

그의 목소리로 내 이름이 불리자,
심장이 약간 빠르게 뛰었다.
더 듣고 싶었다..

"...그게"

막상 할얘기가 없을음 깨닫고 할말을 찾는데..
아직 사라지지않은 울음후의 울먹거리는 목소리가 그대로 전화기를 타고 전해졌다.

"울기라도 한건가?"

....차마 꿈에 천호씨가 나타났다는 말은 하지 못한채..
걱정하는 듯한 그의 말에 그만 위태로웠던 담이 무너져버렸다.

"흐윽..우으응..."

말을 하지도 못한채,
무너져버렸다.
멈추지 않는 울음..
코를 삼키는 소리까지....
결국 난 들키기 싫은 내 약한 모습을 들켜버린것이다.

"괴로워요...뭐가 뭔지도 모르겠고...그냥 편히 쉬고싶어요..죽고싶어요..."

전화기는 계속 조용했다.
...내가 싫어진걸까....
차라리 싫어진거였으면...
그래서 나를 잊고, 더 나은 사람과 살았으면...

-탁!

전화기에서 차를 타는 소리가 났다.

"지금 어디지?"

설마..이쪽으로 오려고..?
아닐거야...

"....오지마세요..오면..!"

비틀거리면서 바에서 일어났다.

"어디냐고..!"

그가 으르렁거리듯 물었다.
화를 내는걸까..?
왜..? 왜 내는거지..?

"야 괜찮아? 바에서 계속 엎드려있더니.."

그때 현이 내게 말했고,
동시에 통화가 끊겼다.
난 현에게 바를 부탁하고는 최대한 빠르게 바를 나왔지만..

"어쿠..이리 취서 쓰나..."

기다렸다는듯 남자하나가 내게 달라붙었다.
이미 취한몸은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했고,

"자 착하지?"

그대로 쇼파까지 밀렸다.
여기서 이대로 있다가는 천호씨가 올거다.
나가야 한다..
발버둥치며 허우적댔지만..

"저항하는거야? 귀엽네..."

-투툭!

그 남자도 어지간히 취한듯 내옷을 벗기지 못해 뜯어버렸다.
있는힘껏 여기저기로 발을 휘둘러대었다,

-퍽!

다행히 한번 정빵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커헉하며 숨을 한동안 제대로 못쉬었다.
난 그대로 틈사이로 빠져나왔다.

그대로 문쪽을 향했다.
다행히 아직 천호씨의 인기척이 느껴지지않았다.

"이 새끼가!"

-퍽!

-덜컥!

순간 문이 열렸고,
보고 싶지 않았던, 그 얼굴이 보였지만..

난 이미 남자가 휘두른 무언가에 머리를 거세게 맞은 뒤였다.
그 후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가 천호씨 였다는건 기억이 났었다.

********

진동이 느껴졌다.
서서히 오감이 돌아왔다.
나 기절한걸까..

눈을 뜨니 차동차 천장이 보였다.

"으응..."

머리가 욱신댔다.

"일어난건가?"

천호씨가 내게 물었다.
그는 걱정스러운 듯 내이마를 짚더니,
내 얼굴을 한번 슥 내리쓸었다.

고개를 돌리니,
경호원과 운전대, 보조석, 차 앞유리를 통한 풍경이보였다.
그리고...
내가 배고있던것...
그건..
천호씨의 다리였다.
당황해 일어났지만 곧장 몰려오는 두통에.
아찔해 다시 눕고만 싶었다.

"괜찮다 네게는 허락하지.."

천호씨는 내 머릴 다시 자신의 다리 위로 옮겼다.
그리곤 살며시 내머릴 쓰다듬었다.
그 손길이 따스했다.

옷 또한 내것이 아니였다.
천호시가 입고있던 겉옷이 내옷위에 걸쳐져 있었다.
아마 더러워지고 해져서 그런것이겠지..

졸음을 애써 무시하고 있는데..
천호씨가 조심히 내눈을 손으로 감기게 했다.
내가 피곤해 보이는건 아나보다..

난 말없이 내눈을 가린 천호씨의 손을 살짝잡았다.
더이상은 놓치기 싫었다.

-..!

내 속을 알아챘는지..그는 내손을 마주 깍지껴잡았다.
그의 손에는 젊은사람들과는 다른 느낌이 났다.
크고 살짝 거칠면서도 따스한..
너무나도 자상한 손길같이 느껴졌다.

잔잔히 흔들리는 차안은 자기에 딱 좋은 곳이였다.

"도착할 때까지 잘 수 있도록 해..많이 피곤할터 이니..."

그 말을 끝으로 난 편히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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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5-25 14:33 | 조회 : 1,491 목록
작가의 말
새벽을 알리는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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