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도. 이별 직전 샘솟은 감정

-탁!

권율이 갑자기 내손의 봉투를 빼앗아,
천호씨의 가슴팍을 치며, 봉투를 다시 돌려주었다.
봉투에서 작게 둔탁한 소리가 났다.

"? 왜 그러지? 무슨 문제라도 있나?"

천호씨가 권율일 의미심장하게 쳐다봤다.
나도 빠르게 이루어진 그 행동에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

"아 알겠네.. 자네도 이 사람을 좋아하나 보군..."

매서운 눈빛을 번뜩이며, 권율은 천호는 노려봤다.
한치의 떨림없이 그런 그를 느긋하게 감상하는 천호씨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돈은 있고?"

품에 다시 봉투를 넣으며,
천호씨가 은근히 비꼬듯 물었다.

아...내돈 얼만데 그게..
내 의사는? 이 호롤로들아... 나는?
몇초만에 몇억을 날려버린 난
뾰루퉁하니 권율을 쳐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권율인..

"...그런게 중요합니까?"

라며, 천호씨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다 큰 놈들이..

"어쭈..쪼그만...조그맣진 않군..암튼, 아직 어린놈이 해보겠다 이건가?"

별 차이 안나는 덩치큰 권율의 피지컬에 차마 작다고는 하지 못하네..
하긴 둘다 180대니까 작다고는 못하겠네..
천호씬 눈썹이 살짝 떨리더니, 이것봐라? 라는 표정으로 권율을 내려다봤다.

"...그놈은?"

내가 아까 그 중년 남성의 행방을 묻자,
둘은 날 쳐다봤다..
후, 천호씨가 말했다.

"걱정마, 앞으로 평범한 일상생활은 하기 힘들테니까.."

능청스레 웃으며하는 말과는 달리, 입에서 나오는 말은 전혀 능청맞지 않았다..
무서운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어쩐지 어느샌가 부터, 경호원들이 안 보인다 싶었다.

"오너..현, 너도 이만 가봐라..수습은 내가 할게.."

이쪽을 알수없는 표정으로 보는 둘을 일단 돌려보내기로 했다.

"왜? 재밌을거 같아보이는데.."

현이 호기심찬 눈으로 이곳을 바라봤다.
둘 어느새 다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마치 곰과 백여우의 먹이싸움 같달까...

"..난 가보마.."

오너는 구급 키트를 내게 건네주고서는,
알아서 수습하라는 톤으로 말했다.
고갤 끄덕이자 그제서야 안으로 들어가셨다..
난리쳤다고, 혼내지도 않으시네..

"팝콘이...근처 편의점이라도 갈까.."

"..구경만 하려고?"

"? 당연하지."

너무나도 당연하게 말해 오히려 내가 황당할 정도다..
저 인성을 누가 따라잡으리..

"세륜형과의 나이차를 생각하세요"

"허.."

권율이 형이라고 날 부르자, 천호씬 헛웃음 소릴 냈다..
좀 처럼 종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천호씬 나름 이미지 관리중이신거 같아보였다.

"참을 인 세번이면 살인을 면한다지만..그럼 살인 한번이면, 참을 인 세번을 아끼는게 되려나.."

천호씨가 끙..하며 앓는 소릴 내었다.
아니잖아 그런게..
현이는 킥킥대며 숨죽이며 웃고있다.

"영업 방해 되니까 그만 나가주시죠..?"

손을 내저으며, 나가달라는 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저는"

"세륜의 돈을 뺏어 돌려준건 너이지않나? 웃기는군.."

....서로 더 으르렁 거리기 시작했다.
둘이 나이차가 20살 가까이 차이나면서..

"나가세요 다들.."

이말을 하자,
천호씨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어어..? 라고 작게 소릴내며 벽쪽으로 몰렸다.

"한가지만 묻지.."

-턱

내 머리 양옆으로 그가 양손으로 벽을 짚은채 말했다.
그의 회색빛 눈과 시선이 교차하자, 얼굴이 화끈대었다.

"내가 싫나?"

주변소리를 다 잡아먹은듯 그의 목소리만 들려왔다.
그 특유의 저음의 중독될 듯한 목소릴 내며 묻는데 선뜻 말을 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목소리에 집중한다고 무슨말을 하는지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대답이 없군 싫다면 됬네."

낙담한듯한 그의 목소리가 들리고, 벽에서 손을 때자..
내가 그를 거부했음을 느꼈다.
이게 아닌데..

-!

반사적으로 몸이 나가 그의 손목을 붙들었다.
그는 놀랐을터이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미안해요..그런게 아니라.."

차마 가지마..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고..사과부터 나왔다..
어릴때 부터의 말버릇이었다.

"사과할 필요는 없네.. 내가 너무 이기적이였던거 같군..."

이게 아닌데..
그런게 아닌데..
빠지려고 는 팔을 더욱 꽉 붙들었다.

"아니에요..싫어하지 않아요...."

우물거리며 할말을 생각 하는데..
아무래도 안되겠어 현을 찾았지만..현은 이미 손님맞이 중이였다.

우으...
천호씨는 여전히 말없이 무표정이였다..

"가보겠네."

손에 힘이 빠져 천호씨의 팔이 빠져나갔다.
익숙한 이별일 터인데..
슬픔이라는 단어를 그제서야 제대로 배운듯했다.
말로는 표현할수없는..
심장이 짓눌려 터지는듯한..심장이 뛰지 않아 나는 듯한 고통이 느껴져왔다.
이런 느낌이 처음인 나는 생각했다.
저사람에게 무언가 있는게 틀림없다고.. 특별한 사람일거라고..
다른사람에게서도 충분히 느낄수있는 감정들임에도..
옛날 만화영화도 같은 생각을 했다.
잡아야한다.. 놓쳐서는 안된는 다급함이 날 몰아세웠다.

"..가..가..가지 말아주시면..안될까요? 천호씨를 싫어하는게 아니에요..그러니까.."

'가지마'도 아니고...
부탁하는듯한 그 억양과 말투..
역시나.. 오늘도 내 마음을..느낌을..감정을..'하고 싶은 말을'..하지 못하는걸까..
바닥을 향해 고개를 떨구며 눈을 감았다.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아무것도 보기 싫었지만..
아무것도 느끼고 싶지않았지만..
느껴졌다..
부드러운 감촉이...

뭘까..

뭔가 감싸안는 느낌이 났다.
굉장히 따뜻하고도 편안했다..
남자 스킨 향과 나는 담배 냄새..
손을 올리자 누군가의 어깨에 닿았다..
살며시 그 어깨에 손을 올렸다.

....아...!
나도 모르게 나온 작은 감탄사..

천호씨가 언제 그랬냐는듯..
돌아와 날 살포시 안고선 이마를 맞대고 있었다.
그의 회갈색 머리칼은 부드럽고 좋은 향이 났다.

고갤들어 그의 이마를 내이마로 지긋이 비볐다.
행복했다...
이 느낌은 뭘까... 아까와는 다른 기분좋은 느낌..계속 이렇게 있고픈 욕구가 차오르는 느낌이였다.

"그거면 됐어."

또 이 목소리..
계속 듣고픈 목소리다..
한층 밝아진 천호씨의 표정엔 온화함이 감돌았다.

그리고 저 멀리..
삔또 상한 권율이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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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5-23 16:29 | 조회 : 1,603 목록
작가의 말
새벽을 알리는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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