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최대한 속력을 내라고 지시한 탓에 마차는 평소보다 더 덜컹거렸다. 황실 무도회 초대장과 함께 황녀의 선물이라는 쿠키 꾸러미가 엘리어트의 손 안에서 처참하게 부서졌다.

황위에 오른 지 얼마 안 된 젊은 황제는 끊임없이 건국공신 가문의 충정을 시험하려 들었다. 젊은 나이에 작위를 물려받은 데다, 기사단장까지 역임하는 엘리어트는 그의 가장 집요한 타깃이었다. 그러나 엘리어트에게는 물러설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반역죄라는 명분을 뒤집어쓰게 되면 라인홀드라는 성을 가진 이들은 전부 죽는다. 그는 감히 황실의 개 따위가 동생의 숨을 끊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이스에가 남의 손에 죽어야만 한다면, 그 사람은 오로지 자신뿐이어야만 했다.



ㅡ경도 동생을 그리 끔찍하게 아낀다니, 황녀가 잘 살기를 바라는 오라비의 마음을 잘 알겠지. 내가 본 자네는 누구보다 명예로운 기사네. 무엇보다, 나는 그 애를 타국이나 수도에서 먼 곳에 시집을 보내고 싶지는 않고. 무슨 뜻인지 잘 알겠나?



의도와는 달리, 번견 행세에 만족한 황제가 마지막으로 꺼낸 패는 결혼 동맹이었다.

엘리어트는 짜증스럽게 한숨을 쉬었다. 주군을 베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한 번 권력을 뺏겨 본 그는 힘을 유지하는 데는 상당한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더 큰 권력을 가질수록 그렇다. 반역은 위험 부담이 지나치게 컸다. 그리고 성공해도 귀찮아 질 게 뻔했다.

엘리어트는 가루가 된 쿠키 꾸러미를 더 꽉 쥐면서 이성을 붙잡았다. 하지만 그 느글거리는 낯짝을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기분이 저조해지기만 했다.

황제가 그의 상대로 거론하는 황녀는 선황제의 두 번째 황후가 낳은 딸로, 황제에게는 이복동생이 되었다. 나이는 올해 겨우 열 넷. 엘리어트보다 열 살이나 어렸는데, 심지어 아직 사교계 데뷔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다. 진정으로 동생을 아끼는 오라비라면 아무리 미혼이라고 한들 그에게 시집보낸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을 상황이었다.

만약 엘리어트 자신이 황제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더더욱. 열 살이나 많은 이는 커녕, 모두가 칭송하는 신붓감이 와도 눈에 차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는 자연스레 이스에를 떠올렸다. 늘 그랬던 것처럼 그는 이유 없이 동생이 보고 싶어졌다.

엘리어트가 귀가하자마자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이스에의 침실이었다. 그리고는 화실이었고, 그 다음은 응접실. 그러나 사랑하는 동생은 어디에도 없었다. 별로였던 기분은 이제 바닥까지 추락했다. 피가 차갑게 식는 느낌이었다. 주인의 심기가 불편해지자 집사가 뒤에서 안절부절 했다. 엘리어트는 그에게 냉정하게 물러나라고 명령했다. 어차피 허락 없이 바깥을 나설 수 없는 이스에가 갈 곳은 한정되어 있었다.

자신의 집무실에 들어섰을 때야, 엘리어트는 쇼파에 엎드려 잠든 동생을 발견했다. 일몰의 햇살이 이스에를 비추고 있었다. 소년과 어른의 경계에 자리한 그의 머리칼과 새하얀 뺨이 붉게 물들어 한 폭의 그림을 자아냈다. 지상에 강림한 천사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 사실, 엘리어트는 사랑하는 동생과 비교하기에는 천사조차 모자라다고 생각했다.



“으음......”



눈썹을 살짝 찌푸린 이스에가 몸을 돌렸다. 뒤척임에 말려 올라간 셔츠 아래로 그의 매끈한 허리선이 드러났다. 배에는 엘리어트가 남겨놓은 붉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그는 삐뚜름하게 웃었다. 누구에게 느끼는지 모를 우월감이 들었다. 그것이 얼마나 잘 휘어지는 지, 그리고 엇갈린 다리 사이, 그 안이 얼마나 황홀한지는 아마 그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터였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엘리어트는 무릎 아래와 목 뒤에 손을 넣어 동생을 안아 올렸다. 이스에의 방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안겨있는 이스에는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곤히 잠든 상태였다. 의외로 성실한 그의 동생은 오전부터 빨빨거리면서 집 안을 돌아다녔을 것이 분명했다.

축 늘어진 이스에의 귀에서 무언가가 반짝거렸다. 아침에 그가 남겨두고 간 귀걸이였다. 고대 마법이 새겨져 있다는 마도구. 이스에가 그의 소유라는 증표. 엘리어트는 순간 동생의 귀를 깨물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이스에.”



침대 위에 이스에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엘리어트는 그 밑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잡은 손이 지나치게 뜨거웠다. 잠결에 찌푸린 이마도 조금 젖어있었다.










내 하나 뿐인 천사, 나는 널 영원히 내 새장 속에만 가둬둘 수 있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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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28 11:21 | 조회 : 2,374 목록
작가의 말
초콜릿과케이크

만나서 반가워 님, 민달패앵이 님, 우캬캭 님, 르아^ 님, 하트 7분 감사드립니다! +) 시간 상으로는 4화 바로 직전. 댓글은 작가의 힘이 됩니다! ++) 저번 화는 아주 힘이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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