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클린X)





손가락들이 서로 엇박을 내면서 안을 착실히 벌렸다. 내벽을 휘젓는 손길은 그리 다정하지 않았다. 엎드린 자세로 엉덩이만 들어 올린 이스에의 얼굴이 수치심에 벌겋게 달아올랐다. 눈가에는 저절로 차오른 물기로 가득했다. 도망가지도 못하는 처지였다. 앞으로 조금 기어가자마자 엘리어트가 발목을 잡아 누르면서 물었기 때문이었다. 상냥한 목소리로, 어디 가냐고. 이스에는 본능적으로 형의 역린을 자극하지 말아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대신 필사적으로 시트를 잡아 뜯었다.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있던 것이 이스에의 손아래에서 무참하게 구겨졌다.



“이스에, 힘 풀라고 했는데.”

“하, 으으, 아.......”

“왜 말 안 듣는 거지.”

“앗!”



순식간에 몸이 뒤집혔다. 아직 덜 풀린 구멍에서 손가락이 쑥 빠져나왔다. 안쪽에서 젤이 울컥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스에는 사나운 형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스스로 해 봐.”

“뭐?”

“싫으면 나는 바로 삽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고.”

“아니야, 할게.”



이스에가 도리질을 치면서 대답했다. 엘리어트의 분신은 상당히 흉흉한 기세를 자랑했다. 제대로 풀지 않으면 피를 보는 것도 모자라, 한 동안 제대로 걷지도 못할 수준이었다. 이스에는 스스로의 입구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엘리어트의 시선이 그것을 따라 내려갔다.



“으.......”



이스에의 손은 붓을 잡는 사람치고는 선이 얇은 편이었다. 검지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 그는 신음을 흘렸다. 엘리어트의 손가락이 들어찼을 때만큼 뻑뻑하지 않았다. 젤이 충분히 녹아들었기도 했고. 조금 자신감이 찾은 이스에는 약지와 중지까지 안으로 집어넣었다. 뻐끔거릴 때마다 새빨간 속살을 내보이는 입구가 세 개로 늘어난 손가락을 규칙적으로 삼켰다가 뱉어냈다.



“이스에.”

“하아, 으, 으응, 형.”

“이스에 라인홀드.”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스에는 형의 눈이 아까보다 훨씬 더 타오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여유를 부리는 척 다리를 더 넓게 벌렸다. 손이 들어갔다가 빠져나올 때마다 젤이 질척이는 소리가 났다. 엘리어트의 시선이 서서히 이스에의 얼굴로 옮겨갔다. 오기가 생긴 이스에가 살짝 웃어보였다.



“형은, 읏, 나 사랑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리고 너보다 훨씬.”

“정말?”

“자꾸 당연한 소리를ㅡ.”

“그럼 안아줘.”



잠깐 굳은 표정으로 침묵하던 엘리어트가 그를 천천히 밀어 눕혔다. 이스에는 팔을 뻗어 형의 몸을 당겨 안았다. 근육으로 들어차 단단한 몸은 이상한 안정감을 가져다주었다.



“너는, 이래서.......”

“흐읏!”



입구를 문지르던 것이 천천히 진입하기 시작했다. 삽입이 끝난 것은 천 년 같은 한순간이었다. 아프지는 않았으나 이물감이 심했다. 이스에는 엘리어트의 등에 손톱자국을 내면서 울먹였다. 그러자 엘리어트가 동생의 뺨과 콧잔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달래는 의미였다.



"하아......이스에.”



엘리어트가 이스에의 귀를 가볍게 물었다가 놓았다. 흔들리는 이스에의 시야는 새하얗게 변했다가 깜빡이기 시작했다. 뱃속에 무언가가 가득 들어차는 감각이 선연했다. 안에 있던 것이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박힐 때면 내장이 밀려 올라가는 착각이 들었다.



“형, 흐윽, 아, 아으, 으읏.......”

“이스에.”



엘리어트가 끊임없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스에는 형의 어깻죽지에 상처를 하나 더 내면서 숨을 헐떡였다. 그가 절정과 함께 정신을 잃은 것은 순식간이었다.




#.




밤새도록 혹사당한 허리가 통증을 호소했다. 푹신한 베개에 얼굴을 묻고 있던 이스에는 인상을 썼다. 커튼의 틈새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와 신경을 자극했다. 아침이었다.

이마를 짚은 그는 곧 옆이 비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들기 전 몸을 얽으며 체온을 나누어주던 형은 사라지고 없었다. 손으로 시트를 쓸어 보았으나 아주 작은 온기조차 남지 않았다. 상대가 자리에서 벗어난 지 제법 시간이 지났다는 뜻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난 이스에는 비척비척 걸음을 옮겼다. 붉은 와인색 카펫을 가로지른 그의 발은 거울 앞에서 멈췄다. 사용인들에 의해 잘 닦인 거울이 이스에를 있는 그대로 비췄다. 그는 조심스레 목을 쓸어내렸다. 배, 가슴, 어깨, 그리고 목. 새하얀 피부 위로 울긋불긋한 잇자국이 남아 있었다. 셔츠 단추를 끝까지 잠가도 전부 가려질 지 의문이었다.



“도련님, 주인님의 명으로 아침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제가 들어가도 괜찮으십니까?”



문 뒤에서 집사의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이스에는 벗어던졌던 옷을 찾아 방 안을 한 바퀴 돌았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두었던 옷가지가 탁자 위에 곱게 개어져 있었다. 형의 흔적이었다. 이스에가 혼자가 아니었다는 증거. 기분이 나아진 그는 단정하게 정리된 셔츠를 꿰어 입었다. 옷 옆에 처음 보는 자그마한 상자가 놓여있었다. 처음 보는 것이었다.



"도련님."



노크 소리가 한 번 더 들려왔다. 그는 옷깃을 최대한 세워 자국을 가리려고 애썼다.



“주무십니까?”



집사가 한 번 더 그를 불렀다. 이스에는 상자를 집어 들었다. 안에는 귀걸이 한 쌍과 카드가 들어 있었다. 단정하게 쓰인 선물이라는 글자. 누가 둔 것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내려가서 먹겠어. 다시 준비해줘.”

“알겠습니다.”



작은 에메랄드가 세공된 귀걸이는 형제의 눈을 닮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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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19 12:43 | 조회 : 3,798 목록
작가의 말
초콜릿과케이크

저번화 댓글 남겨주신 만나서 반가워님과 하트 5개 남겨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댓글은 작가의 힘이 됩니다 :) 그리고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수위 설정을 할 줄 몰라서 (오류 같지만) ㅠㅠ; 제목에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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