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클린X)






선대 라인홀드 공작 부부는 마차 사고로 죽었다. 소공작이었던 엘리어트가 열네 살이 되던 해였다.



‘어째서?’



경험이 부족한 엘리어트의 생각에도 부모님의 사고는 여러모로 꺼림칙한 면이 많았다. 사망했던 당시의 날씨도, 장소도, 날짜도, 원인조차. 수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사건의 진상을 파헤칠 힘이 없었다. 장례식이 끝나던 날 형제의 숙부는 새로운 라인홀드 공작이 되었다. 선대 공작 부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지 고작 일주일 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후계자가 성년이 되지 않은데다 사망한 선대 공작이 가장 신뢰하던 형제임을 내세운 덕분이었다.

상냥하고 다정했던 숙부는 아버지가 사라지자마자 이빨을 드러냈다. 그는 형의 두 아들을 본성에서 쫓아내고, 성의 별채에 감금했다. 멀리 요양 보냈다는 거짓말과 함께였다. 엘리어트는 모든 것이 그의 계략임을 확신했다. 아버지의 문제는 동생을 너무 믿었던 것이다.



ㅡ형.



엘리어트는 자신의 허리에 매달린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그에게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동생이 있었다.

제국에서 순백에 가까운 백금발 머리칼은 천사의 축복이라는 증거였다. 아기 천사. 순한 눈망울을 가진 동생에게 잘 어울리는 별명이었다. 엘리어트는 작은 동생을 위해 자세를 낮췄다.

공작 부부가 유난히 귀여워했던 차남, 누구보다 어머니를 쏙 빼닮은 상냥한 아이, 숙부가 그와 함께 말려 죽이려는 불쌍한 꼬마, 죽기에는 너무 어린, 고작 열 살 밖에 안 된 동생.

이스에 라인홀드.

그는 겁에 질린 동생을 다정하게 껴안았다.










사랑하는 나의 이스에, 너도 나를 죽이려 들까?




#.






등 뒤로 방문이 달칵, 잠기는 소리가 났다. 벽에 몸을 기댄 이스에는 형을 올려다보았다. 엘리어트가 사용인들의 4층 출입을 금한 후였다. 이스에의 가슴이 불쾌하게 두근거렸다. 이번에야말로 소문이 돌지 않을까. 결혼 적령기를 넘긴 형과 구혼 할 나이가 되었음에도 사교계에서 모습을 감춘 동생. 타인의 출입이 금지된 침실에 단 둘이 남은, '지나치게 친밀한' 형제. 가십거리가 되기에는 충분한 조건이었다. 심지어 그게 진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아읏!”



이스에는 손톱을 세워 형의 어깨를 그러쥐었다. 목이 깨물리는 감각이 아릿했다. 밀어내려고 해도 엘리어트의 몸은 꿈쩍을 하지 않았다. 황실의 서임을 받은 기사와 단련되지 않은 일반인의 차이였다.

굳은살로 까칠한 손이 이스에의 허리를 받쳤다. 다른 한 손은 셔츠 안으로 들어와 등허리를 훑으면서 내려갔다. 이스에는 평소보다 더 다급한 손길에 잇새로 신음을 억눌렀다. 그러나 엉덩이를 거세게 움켜쥐는 악력은 참을 수가 없었다. 이스에가 놀란 탄성을 질렀다.



“방에 왔으니 이야기 해봐. 아카데미는 왜 가려는 거지.”



엘리어트가 이스에를 내려다보면서 차갑게 물었다. 원래 저음이었던 목소리는 훨씬 더 가라앉아 있었다.



“그......”

“하아, 설마 도망이라도 치려고? 이제 와서?”



바지 버클이 풀리는 소리가 났다. 이스에는 그 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잔뜩 움츠러든 상태였다. 툭,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감이 끊어진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커다란 손이 그의 하의 속까지 침범했다. 침입자가 한 겹의 보호막만 남겨둔 하얀 엉덩이를 잡아 문질렀다.



“내 착한 동생이 그럴 리가 없을 텐데.”



확신보다는 협박에 가까운 어조였다. 엘리어트가 무릎을 세워 이스에의 다리 사이를 압박해왔다. 앞뒤를 동시에 자극 당한 이스에가 고개를 돌리면서 쾌감에 몸을 떨었다.



“하아, 형, 흐윽.......”

“대답 해야지.”

“아, 흐, 아니야. 도망, 그런 거.”

“그러면.”

“말했잖아. 공부를, 하러 가고 싶은 거야. 그림 그리는 거, 더 배우고 싶어.”

“가정교사는 얼마든지 불러준다고 했었어. 그 아카데미 교수라는 자 하나로 성에 차지 않는 거라면, 강령술로 죽은 자라도 되살려서 네 앞에 데려다주겠다. 네가 가장 좋아하던 천 년 전에 살았던 화가 말이야. 그렇게라도 해야 다시는 아카데미 따위에 가겠다는 소리 안 하겠지.”

“형........”

“고개 돌려.”



엘리어트가 명령했다. 눈을 뜨기는 했으나, 이스에는 그의 표정을 제대로 읽을 수가 없었다. 등을 켜지 않은 방은 어두웠다.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달빛조차 구름에 가려 지나치게 흐린 상태였다.



“그리고 말이지, 이스에. 슬프지만 나는 아직도 널 믿지 못하겠구나. 사실 공부는 핑계고 내 곁에서 영원히 떠나려는 수작질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거든.”

“........”

“한 번 그랬었잖니.”

“이제는 아니야.”

“퍽이나 그렇겠군.”



달이 구름 사이에서 고개를 내민 순간, 이스에는 형의 눈에 스며든 새카만 그림자를 또렷하게 읽어냈다.

덜덜 떠는 동생을 보며 냉소를 지어보인 엘리어트가 고개를 숙여 그 입술을 집어삼켰다. 버티지 못한 이스에가 형의 목에 팔을 감았다. 하체를 희롱하던 손이 위로 올라와 어느덧 셔츠 단추를 풀어내고 있었다. 이스에는 마구잡이로 섞이는 숨결을 느끼면서 신음을 삼켰다. 그도 이다음으로 이어질 순서를 지나치게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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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17 10:39 | 조회 : 3,624 목록
작가의 말
초콜릿과케이크

피 안 섞인 형제나 이복도 못 먹는 사람 많은데 친형제는 너무 마이너죠......아니......그 전에 쓰레기죠. (익명의 쓰레기 생산자의 죄책감) 저번 화에 댓글 달아주신 냑 님, 하트 남겨주신 5분, 그리고 오늘도 읽어주신 여러분 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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