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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어?"



엘리어트 라인홀드 공작. 어머니가 다시 살아나지 않는 이상, 이스에 라인홀드와 세상에서 가장 많이 닮은 사람.

이스에는 자신과 똑같은 맑은 녹색 눈동자와 마주 보았다. 햇살 같았던 형제의 어머니가 물려준 것이었다.



“이스에.”



이스에가 현관까지 마중 나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묘한 표정을 짓던 엘리어트는 금방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형의 얼굴을 가장했다.

성큼 가까이 다가온 그가 이스에를 끌어안았다. 이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하는 형제의 품에서는 차가운 겨울의 바람과 함께 피처럼 비릿한 냄새가 났다. 그러나 착한 동생은 아무 것도 묻지 않기로 했다. 형이 자신을 저택에 유폐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대신 그의 등을 마주안았다.



"늦었어, 형."

"미안하다."



엘리어트가 짧게 사과했다. 이스에는 팔을 올려 그의 어깨를 두어 번 토닥이고는 품에서 떨어져 나왔다. 하인장의 묘한 눈초리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녁은 미리 준비해뒀어. 아, 그리고 형 아말락산 와인 좋아하잖아.”

“그렇지.”

“마침 그게 들어왔더라고. 괜찮은 치즈도 구해뒀으니까, 저녁 먹고 내 방으로 가자. 술 마셔도 되지? 내일 기사단 훈련이나 폐하 알현 일정은 없고?”

“괜찮다. 내일은 별 일 없어.”

“잘 되었네.”



이스에는 직접 형의 외투를 받아들었다. 아직까지는 ‘우애가 좋은’ 형제라고 충분히 우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사용인들의 기묘한 눈길을 무시하면서 형의 팔을 잡았다.

그러자 ‘유난히 다정한’ 형이 동생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면서 물었다.



“넌 오늘 뭐 했니, 이스에.”

“형 기다렸지.”

“그래?”

“음, 그거야 당연히 농담이지. 하하. 그림 그렸어. 왜, 형이 저번에 소개해줬던 선생님 있잖아. 그 분 수업이 제법 도움이 되더라.”

“저번에 왔던 그 가정교사 말인가?”

“맞아. 그 분이 아카데미 교수라고 하셨잖아. 그래서 말인데 형, 나도ㅡ.”

“ㅡ아카데미에 보내달라고.”



사용인들 사이에서는 동생의 말이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바칠 거라는 우스갯소리가 도는 형. 심지어 그런 말을 들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는 그가 딱 하나, 이스에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동생의 독립이었다. 그는 형의 팔을 더 꽉 잡았다. 엘리어트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더 없이 차가웠다.



“식사하고 이야기하자.”



엘리어트가 먼저 걸음을 옮겼다. 이스에는 재빨리 종종걸음을 쳐서 그의 뒤에 따라붙었다. 이스에의 키가 훨씬 작았기에 더 빨리 걸어야만 했다.



“저, 그게 말이야. 형.”

“앉아.”



식당에 다다라서야 걸음 속도를 늦춘 엘리어트는 이스에의 의자를 먼저 빼주었다. 그가 자리에 앉자 엘리어트는 탁자의 중심인 가주의 자리 대신, 동생의 맞은편에 앉았다. 소공작 시절 앉던 자리였다.



“이스에. 내가 없는 사이 저녁을 거르거나 하지는 않았지? 오늘 보니 부쩍 말라 있는 것 같아서 신경이 쓰이는데.”

“내가?”



끼니를 거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살이 빠지지는 않았을 터였다. 당황한 이스에가 준비된 식전 빵을 뜯으면서 되물었다. 엘리어트는 고개를 까딱여보였다.



“원래 본인은 모르는 법이지.”



그리고 자신은 에피타이저에 손도 대지 않은 채 메인 요리를 먼저 내오게 했다. 양고기에다가 감자, 당근, 토마토 등을 얹어 오븐에 구워낸 요리였다.



“음, 사실은 형, 나보다는 형이 걱정이야.”

“왜?”

“일한다고 바쁘잖아. 괜찮아?”



아까 아카데미를 언급한 것은 실수가 분명했다. 엘리어트의 기분이 썩 좋지 않아보였다. 이스에의 앞에서 인상을 굳히거나 하지는 않지만, 기류가 묘했다. 이스에는 물음과 함께 눈 꼬리를 한껏 접으면서 웃어보였다. 애교를 부릴 생각이었다.



“글쎄. 아말락 산 와인을 맛보지 못한 지가 오래된 것만 빼면 괜찮았다.”

“그건 걱정 마, 내가 잘 보관하고 있으니까.”

“그래. 천천히 다 먹고,”



고기를 썰던 엘리어트가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러면서 친절한 형의 모습으로 덧붙였다.



“가야지. 네 방으로.”










엘리어트 라인홀드

187cm, 24세, 차가운 인상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지닌 미남.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은 녹색 눈동자뿐이다. 동생에 비교하면 아버지를 더 닮은 편. 라인홀드 공작이자 황제 직속 기사단의 단장. 사교계에서는 동생을 끔찍하게 아끼는 보기 드문 형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다.


이스에 라인홀드

173cm, 20세, 수려하고 아름답게 생긴 미인. 형과 함께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녹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저택에 머무르며 그림을 그리는 것을 가장 좋아하지만, 상냥한 성격과 아름다운 외모로 사교계에서도 인기가 제법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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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3-16 10:45 | 조회 : 3,713 목록
작가의 말
초콜릿과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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