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그녀의 남동생 마노.(2)

쪼르르르.

마노는 활짝 웃으며 누나가 있는곳으로 다가갔다.
누나의 앞에 서자 소녀가 마노를 향해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누나가 천천히 입을열며 말했다.

"마노, 이 서류볼수 있니?"

마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가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마노는 활짝핀 얼굴로 누나를 보았다. 누나는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그럼 이 서류 한번 작성해 볼래.(?)"

마노는 말없이 서류를 받아 들었다. 그러고는 누나의 옆 의자에 앉아서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소녀가 마노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마노는 서류에 집중하느라 그 시선을 알아 차리지
못했다.

마노는 서류를 다 작성하고 누나에게 내밀었다.
누나는 서류를 받아들었다. 그러고는 서류를 세세하게 살폈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마노가 긴장한채 누나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한동안 집무실은 조용했다. 누나는 서류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런 시간이 늘어날수록 마노는 점점더 초조해져 갔다. 마침내 소녀가 입을 열었다.

".......마노, 서류 작성 하는법은 어디서 배웠니?"

누나의 질문에 나는 움찔했다. '내가 뭘 잘못했나?'
나는 잔뜩 긴장한 몸을 추스렸다. 마노는 더듬 거리며 천천히 입을 열였다.

"...호...혼자서..고..공부했어............요."

마노는 반말인지 존댓말인지 모를 말을 했다.
그녀는 살짝 놀란 기색이었다. 그녀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재빠르게 수습하며 말했다.

"......마노, 나는 너를 탓하려는게 아니야.....
....그리고....."

누나는 말끝을 흐렸다. 나는 숙인 고개를 들어 누나를 올려다 보았다.

".....우린 가족이고 넌 내 동생 이니까, 반말하렴."

"........응!"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누나는 희미한 미소가 아닌 진짜 미소를 보여 주었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들기도 하고 가족이라는 말이 머리속을 울렸다. 말로 표현 할수없는 기분이 마음속을 채웠다. 누나는 다시 내게서 눈을 떼고 서류에 시선을 고정 시키며 말했다.

".......마노, 이 서류에 여기와 여기는 왜 이렇게 썼니?"

누나는 내쪽으로 서류를 보여주며 서류의 가운데에 쓰인 문자를 가르켰다. 마노는 고개를 푹숙이며 말했다.

"..........내가 뭐 잘못했어?"

"아니.....아주 잘했어. 이 나이에 이정도라니. ...대단하네 우리 마노."

'칭찬 받았다!' 마노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인정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뻤다. 정말로...
그일 이후 마노의 후계자 교육중에 정치에 관한 교육은 전부 누나가 맞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적을 만났다. 누나가 황실에 다녀와야 한다고 한걸 겨우 때를 써서 나도 따라갔다. 정확이는 아버지와 함께 하는것이 조건 이었고 누나는 개인적 일이 있다고 했다.

가는 김에 황제 폐하를 뵙기로 했다. 마노는 아버지를 따라 중앙궁의 알현실로 향했다.
육중한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제국의 태양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아버지가 단상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마노 역시 아버지를 따라 폐하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제국의 태양 황제 폐하께 마노스딜나 데 루스가 인사 올립니다."

"호오......공자가 루스 공작가의 후계자군."

마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께서는 마노를 이리저리 살피셨다. 그런 폐하를 본 아버지께서
단상을 향해 입을 열었다.

"리아와 비교하시는건 너무 하군요. 우리 마노 정도면 다른 또래의 후계자들 보다도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작은 눈치가 너무 빨라서 문제군. 공작 말대로 대공자는 또래에 비해 훌륭한 사람일세.
하지만 훌륭한 사람을 넘어 세계에 천재를 봐버린 나로서는 이 정도에 만족이 되기에는 늦은것 같아 공자한테는 미안하군."

...폐하께서는 마노와 누나를 비교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익숙하니까. 나는 누나에게 인정 받는게 좋았다. 누나가 인정해주는 모든것이 세계가 나를 인정해 주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이 말이후 폐하와 마노는 간단히 대화를 하고는 알현실을 나섰다. 아버지께서는 아직 할말이 남았다며 내게 먼저 가라고 하셨다.

나는 누나를 찾아 다녔다. 그리고 중앙궁 정원에서
누나를 발견했다. 누나는 서서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있었다. 누나의 앞에 있는 남자는 푸른 머리카락에 달빛같은 노란빛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누나는 미소짓고 있었다.

왠지 모를 감정이 몸안을 지배했다. 나는 누나에게 뛰어가 뒤에서 안겼다. 나보다 키가 큰 누나를 뒤에서 안은 내손은 누나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누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조금 놀란듯한 얼굴을 한 누나가 내이름을 불렀다. 달빛같은 눈동자를 가진 소년이 누나에게서 시선을 떼고 나에게 시선을 두었다.

"마노?.......네가 왜....."

"이 아이는......."

"아.....제 동생 입니다. 마노 황태자 전하셔 인사 드리렴."

소년이 나를 지그시 보았다. 왠지 적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누나를 뒤에서 안은채로
소년을 보고 인사했다.

"제국의 작은태양 황태자 전하께 마노스딜나 데 루스가 인사 드립니다."

".....만나서 반갑네, 루스 공자. 공녀는 공자와 사이가 좋은가 보군. 내 이런 관경은 또 처음보는군."

누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왠지 모를 심술이 났다. 그래서 누나의 옷소매를 잡아 당기며 말했다.

"누님 누님....마노랑 집에 가자."

마노의 어리광에 리아의 눈이 휘둥글해 졌다.
평소에 마노는 이런 아이가 아니였다. 누나를 무서워 하거나 아니면 졸졸 쫏아다니며 눈치를 보는 그런 얌전한 아이 였다.

"......그...래.....아버지가 오시면 같이 돌아가자."

누나는 순간 말 끝을 흐렸지만 표정과 함께 모든걸 수습했다. 마노는 누나의 앞에 있는 소년을 보았다. 소년은 누나를 보고 있었다.
그것이 마음에 안들어서 나는 더 때를 썼다.

"....마노는 지금 가고 싶어. 아버지 끝났는지 누님이 확인 해주면 안되?"

"..........알았어.....여기서 잠깐만 기다리렴. 실례 하겠습니다. 전하"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는 정원을 나섰다.
정원안에는 마노와 피터만이 남았다. 소년은 마노를 지그시 보았다. 마노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물었다.

"할말 있으십니까?"

마노의 말을 들은 소년이 픽 하고 웃었다. 마노는 소년의 반응에 기분이 더 안 좋아졌다. 마노는 짜증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왜 웃으십니까?"

"짐이 웃었나?"

".....네"

소년의 웃음은 누가봐도 고의적 이었다. 그런데 웃었냐고 묻는것이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소년은 마노를 향해 말했다.

"...너무 기분 나빠하지는 말게, 공자. 순간 말도안되는 생각을 해서 그런것이니."

"무슨 말씀 이십니까?"

"공자와 공녀는 가족이지, 분명 공자는 공녀를 누나로서 좋아하는 것이 맞겠지?"

소년의 질문에 마노는 어이가 상실했다. 아니 그러면 누나 동생 같은 가족사이 말고 뭐가 있겠는가 .....기분이 한층더 나빠진 나는 인상을 크게 찌푸리며 답했다.

"그럼 뭐가 더 있습니까? ..... 당연히 저는 누님을 가족으로서 좋아하는 겁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겁니까?"

"...짐이 미안하다 하지 않았나?.....지금 보니 짐이 잘못 생각한 것이 맞는것 같군. 공자는 그저 시스터 콤플렉스 였던 것이라니 다행이군."

"시스터 콤.....뭐요? 방금 그 단어는 뭡니까..."

소년은 나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나는 인상을 한층 더 찌푸리며 말했다. 뭐...시스터 콤플렉스
'이 사람 황태자 맞아?' 황태자가 그런 단어를 아는것도 놀라운데 쓰기까지 하다니......

"....그런 세세한건 따지지말지. 그보다 공자는 괜찮나?"

"......무슨 말씀 이십니까? 괜찮지 않을 이유가 있나요?"

".......공자는 아직 모르나 보군........"

소년이 마노를 내려다보며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마노는 무슨 헛소리 냐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황태자가 마노를 보고 픽 웃으며 말했다.

"....뭐 리아의 입장에서는 숨겨야 겠지. 짐도 이해가 안가는건 마찬가지 지만 말이다. 그녀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

아까부터 뭔소리를 하는거야? .... 시비 거는건가
' 깔보는듯한 음성에 누나와 나를 비교하고 있어.' 소년은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짐은 공자가 계속 그자리를 지켜 줬으면 하네. 그래야 내가 그녀와 이어질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 짐은 가봐야 겠군."

그렇게 제 할말만 하고 소년을 돌아섰다. 마노는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이어져? 누가 누구랑?..
누나랑 저사람이?' 마노는 결단코 반대였다.
그리고 대체 뭘 지키라는 건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일 이후 누나가 나를 데리러 왔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함께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잠자리에 든 마노는 새벽에 물을 마시려고 방을 나섰다.

긴 복도를 걷는데 어느방에서 빛이 세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마노는 빛이 세어나오는 방으로 다가갔다. 살짝 열려 있는 문 사이로 대화소리가
세어 나왔다.

"리아, 니 생각도 그렇지?... 아직은 이르잖니?"

"....에르제. 지금은 리아의 생각이 우선이라는 걸 잊지 마시게."

"하지만...당신도 저와 같은 생각 이잖아요?"

어머니와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노는 작게 열린 문 사이로 방을 옆 봤다.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누님이 있었다.

"...폐하께서는 저의 의견을 존중해 주신다고 하셨다죠?....그럼 저는 거절 하겠습니다."

누나의 당당한 목소리가 들렸다. 황실의 일인듯 했다. 황실 이라고 하니까 오늘 있었던 정원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갑자기 울컥하고 화가 났다.

"리아....그래도 황실과의 일이다. 황태자 전하와의 약혼을 거절하는건....황실의 뜻을 거절하는 것과 같단다. 너라면 알고 있겠지?...."

"알고 있어요. 황제파에서 절 밀어 넣은 것이겠죠."

마노는 화들짝 놀랐다. '뭐?....누님이 약혹을 해?'
마노의 안에서는 알수없는 감정이 흘렀다.
질투도 화가난것도 아니였다. 그저 황태자와 이어지는게 싫었다. 분명 황실과 약혼 하면 누님을 자주 볼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것 뿐이었다.

"약혼의 일이라면 제가 해결할수 있어요. 지금 제일 중요한건 사교계에서 도는 마노에 관한 소문이에요."

'소문?....나에 대한?' 대체 무슨 소문 이길래....
<그보다 공자는 괜찮나?>
문득 낮에 황태자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다음 누나가 내뱉은 말에 마노는 얼어 붙었다.

"아직 마노의 귀에까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혹시 몰라요..... 마노가 알아서는 안되요. 모든 귀족들이 저를 후계자로 지목한 가운데 제가 마노를 후계자 자리에 밀어 넣었다는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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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9-03 19:50 | 조회 : 1,209 목록
작가의 말
레몬 밤

하하..........이게 마노 외전이기는 한데 곳 끝날겁니다. 여기서 황태자가 좀........그렇게 나오기는 하는데......사실은 이거랑 다른데........ㅜㅜ 뭐 어쨋든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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