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비누스-4화

저벅저벅.

중앙궁 시종장의 안내로 걸어가는 복도에서는 침묵이 흘렀다. 복도에 울리는 시종장과 나의 발소리 머리카락 하나가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도착 하였습니다."

긴 침묵 끝에 도착한 중앙궁의 알현실. 그렇다, 오늘은 폐하를 뵙기로 한날이다. 아마 저 문 너머에는 연주황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있을것이다.

"폐하. 루스 공녀가 오셨습니다."

"들라 하라."

폐하의 말에 육중한 문이 천천히 열였다. 내 예상대로 안에는 에린이 있었다. 나는 천천히 레드카펫 위를 걸어 폐하의 앞에 섰다.

"제국의 태양 황제 폐하께 라리스피아 데 루스가 인사 올립니다."

"그래..공녀 오랜만이군. 그간 평안 했는가?"

"폐하께서 소녀를 이리도 생각해 주시는데 어찌 평안하지 않을수 있겠습니까?....소녀 그간 아주 평안 했습니다."

"평안 했다니, 그거 다행이군."

나는 폐하께 예의를 갖췄다. 나를 보며 평안 했냐고 묻는 폐하에게 나는 사교용 미소를 지었다.
연주황색 머리카락의 소녀는 내 옆에서 가만히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래 이번에 넬비누스에 간다고?"

"그렇습니다."

넬비누스는 마력을 가진 사람들이 가는 학교 이다. 평민부터 황족까지 신분의 차이없이 들어갈수 있는 학교다. 하지만 평민은 시험을 거쳐서 들어가야 하기때문에 인원수 제안이 있다.

하지만 그런 평민들과 다르게 귀족들은 마력을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들어갈수 있다. 그리고 나 역시도 그 넬비누스에 갈 예정이다. 넬비누스는
제국의 지배를 받지않는 오직 마법사들만을 위한 영지이다. 기숙사제인 학교라는 점도 있고 무엇보다 제국과 멀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폐하를 만나고 싶다하여 멋대로 나올수 있는 것도 아니고 황제의 호출이라 하여 제국으로 올수도 없는 노릇 이기에, 그래서 우리는 지금 떠나기 전에 폐하께 인사를 드리기위해 알현실에 있다. 에린은 이미 끝난거 같았지만 말이다.

"위들리아 영애."

"네...폐하."

폐하의 갑작스러운 부름에 당황하지 않고 예의를 갖춘 연주황색 머리카락의 소녀가 말했다.


"위들리아 영애와의 알현은 끝난거 같은데, 짐이 루스 공녀와 할 말이 있소만.... 이만 물러가 주겠소?"

"...그리 하겠습니다. 폐하, 소녀 이만 물러가 겠습니다."

토파즈 같이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소녀가 폐하께 고개를 숙이며 인사 하고는 알현실을 나섰다.

* * *

쾅.

나는 알현실을 나왔다. 나는 참았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길고 긴 복도를 걷는데 어디선가 인기 척이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는 빈 복도를 보며 말했다.

"에린 그만 나오지 그래?"

"......역시 리아는 재미없어!"

기둥 뒤로 모습을 감추고 숨어있던 에린이 시무룩한 얼굴로 외치며 모습을 들어냈다.
나는 그런 소녀를 보며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놀라게 하려고 했는데! 왜 리아는 안되는 거야?! 다른 애들은 한번씩은 꼭 놀라는데.......!!"

"........아까 품위 있던 모습은 어디간거야?"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볼 때마다 신기하네 ....나는 토파즈 같이 빛나는 연주황빛 눈동자를 바라 보았다. 소녀는 내 팔을 두손으로 감싸 안으며 말했다.

"그거야 당연히 연기지! 폐하의 앞인데 당연한거 아니야? 다 알면서 왜 묻는거야..."

"아니, 볼 때마다 신기 하다고나 할까?....뭔가 새로워서 재밌어."

"난 동물원 원숭이가 아니라고! 너무한거 아니야? ........그보다 리아 폐하랑은 무슨 얘기했어?"

나는 최대한 티가 나지 않게 움찔했다. ..... 애들에게 비밀이 있다는건 좀 그렇지만 어쩔수 없지.
나는 고개를 돌려 긴 복도에 눈을 고정시켰다.
잠시의 침묵이 흐르고 나는 입을 열었다.

".....별거 아니야"

"그러니까, 뭔데?"

"...........황태자 전하에 대한 일로 의논을 좀 했을 뿐이야."

아주 거짓말은 아니였다. 실제로 황태자 전하의 얘기가 나오기도 했고 .....내 말을 들은 소녀는 한동안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끝네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래?........황태자 전하 일이면 역시 오는거 맞나 보네? "

"응.......아마 학교가 한바탕 뒤집힐 거야."

"그 소문이 진짜 였구나.......원인은 안봐도 뻔하고"

"응?....원인 이라니?"

나는 토파즈 같이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소녀를 보며 물었다. 소녀는 '아차' 하는 표정으로 내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소녀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아....아니....아...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 쓰지마"

"........"

좀 수상하긴 했지만 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보름 되는 날이던가......
또 들리겠군........그 목소리가

"다왔다! 그럼 리아 이틀뒤에 보자?!"

소녀는 나에게 손을 흔들며 말하고는 마차를 타고 가버렸다. 아주 잠깐 생각 한것 뿐이데,
어느샌가 마차 보관소에 도착해 있었다.
나는 하던 생각을 접고 마차에 올랐다.

* * *

나는 내가 환생하고 단 한번도 운적 없다. 게다가 말까지 해서 사람들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울든말든 아니 오히려 울면 놀랄여나?......그렇다. 나는 절대 울지 않는다.

분명 그랬다. 6살까지는.... 나는 보름마다 내 능력중 하나인 천리안을 제어할수 없게 된다.
누구의 마음인지도 모르고 막 읽어지는 것이다.
그 중에서 제일 또렷하게 들리는 소리가 있다.

신과 나를 원망하는 소리 세상을 원망하는 소리
그 소리를 듣고 잠들면 나는 항상 같은 꿈을 꾼다.
그리고 그 꿈에서 깨어나면 나는 항상 울고 있다.

처음엔 그게 짜증나고 정말 싫었다. 그런데 9년 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도 입숙해 져서 그런지 오히려 그 목소리에 감정적으로 마음이 바뀌었다. 바로 지금 처럼.

'죽여 버릴거야!......신의 아이까지 모두 죽여 버릴거야!.....' 머리속에서 외치는 원망의 소리 그 원망의 인물중에 나도 포함되어 있다.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의 외침. 나를 욕하는 그가 싫지 않았다. 왜지?

내일 넬비누스로 떠나야 하는데........나는 자기 싫었지만 내일을 위해서 침대에 누워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내 머리속에서 울리고 있었다.

* * *

눈이 번쩍하고 뜨였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배개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역시........무슨 꿈이 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주 슬픈꿈을 꾼것 같았다.
일어날 때마다 마음속에 남아있는 슬픔........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욕실로 향했다.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오는데 연하게 빛나는 연분홍색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가 욕실 앞에 서 있었다.

"......디아. 네가 왜 여깄어?"

그렇다. 그녀는 바로 내 접속 시녀인 디아 였다.
조용히 이동했는데....어떡해 알았지?
9년동안 한번도 들킨적이 없었는데....

"아가씨 머리 말려 드리려고 왔어요."

"....그럼 알고 있었어?"

디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누구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9년동안 안들키고 잘 버텼다고 생각했는데.......이유를 물어볼려나?

"디아....이건......"

"자 방으로 가요......머리 말려 드릴게요. "

"어?.....아....응"

'안물어 보나?' .......디아의 말에 나는 살짝 당황했다. 내가 보름이 지난날 마다 욕실에서 혼자 몰래 샤워하는것을 알고 있으면서 묻지 않는 디아를 보고 내 머리속이 조금 멍 해졌다.

디아는 내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넘겨 주었다.
손에 있던 빗을 놓고 나를 향해 말없이 웃어 보이는 그녀에게 나는 조심스레 질문을 했다.

"안...물어봐?"

"네?.....물어보다니 뭘요?"

"내가 왜 남들 몰래 샤워하고 있었는지"

솔직히 이런일은 그리 큰일은 아니였다. 하지만 나는 9년동안 그랬기 때문에 문제 였다. 언제 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디아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2년전 부터 알고 있었어요. 항상 보름이 지나고의 다음날 마다 새벽에 혼자 샤워실에서 샤워를 한다는걸.......아가씨는 그럴분이 아닌데 왜 몰래 저리고 있나.....항상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랬구나......2년전 부터 알고 있었구나. 좀 놀랐다. 전혀 티를 내지 않아서 모르는줄 알았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아는척 하는거지?

"....그럼 왜 이제 와서 아는척 한거야?"

나는 디아에게 물었다. 디아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도 원래는 그냥 모르는척 하려고 했어요. 아가씨가 숨기는 일이라면 분명 무슨 사정이 있어서 그런거라고 생각 했으니까요. 하지만 오늘은 아가씨가 떠나는 날이니까......그래서 마지막으로 머리를 말려드리고 싶어서......"

".........고마워"

나는 작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다른 생각을 하다보니 디아 생각을 못했다. 나에게 디아는 가족이자 언니같은 존재 였는데...... 왠지 좀 미안해 졌다. 하지만 난 '미안해' 라는 말이 아닌
'고마워'라고 말했다.

쾅!.

그때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디아는 소리가 난 장소로 향했다.
그 장소는 다름아닌 내 여동생 마나의 방이었다.

"..........마나 마노. 무슨 일이야?"

"어...언니?!"

"....누나"

마나와 마노 나의 쌍둥이 남매 동생들.......
마리스피나 데 루스와 마노스딜라 데 루스
마노는 우리 루스가의 장남이자 후계자다.
마나는 루스가의 차녀 이고.......게다가 사고 뭉치다.

".....이번에는 또 뭘 한거야?"

"그게.......학교에 가져갈 짐을 싸고 있었는데...."

".........그런데?"

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마나에게 되물었다.
대체 뭘 했으면 방안이 까맣게 탈수 있지? 아니 폭발로 이정도면 양호한 건가?.....
황금같이 빛나는 금발에 사파이어 같은 푸른눈을
가진 소녀가 머뭇거리다가 끝네 입을 열었다.

"그게.....마력시간 폭탄을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

"마력시간 폭탄?! ......너 설마 그걸 짐속에 넣으려고 하다가 사고를 벌인건 아니겠지?"

".........나도 폭파 시킬 생각은 없었는데.......미안해, 언니"

"........하아 너 진짜!"

고개를 푹 숙이며 죄송하다고 말하는 금발의 소녀,
나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하다하다 이젠 폭탄까지......... 마력시간 폭탄은 폭탄에 마력을 실어 폭파 시키는 폭탄이다. 마력을 얼마나 넣는냐 에 따라서 폭파하는 시간도 달라진다. 그걸 짐속에 넣다니........가뜩이나 마력 제어가 서툰 마나는 잘못 건드리면 그대로 폭파하니까.....절대 못만지게 금 했는데.....대체 어디서 가져온 거야...

"누나....너무 그러지마......마나도 나쁜뜻은 없었잖아."

".......난 그렇다 쳐도 아버지는 가만히 있지 않을거야."

"하지만 누나가 한마디 해주면 조용히 넘어 가겠지."

마노는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내가 마나를 감싸 줄거라고 확신 하는건가.....아니면......그럴수 밖에 없게 만들겠다는 건가?.......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좋아....내가 마나를 감싸는 건 이번 딱 한번만이야, 다음은 없어."

"고마워, 누나."

마노는 나를 향해 활짝 웃으며 말했다. 황금 같은 금발에 자수정 같이 빛나는 보라빛 눈동자를 가진 소년은 고개를 푹 숙이며 반성하는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쌍둥이라 그런지 얼굴이 너무 똑같았다. 머리길이만 아니면 알아볼수 없을 정도로. 둘다 머리카락색은 어머니를 닮은 금발이다. 하지만 눈색만 다를뿐 마나는 어머니를 그대로 빼닮았고 마노는 눈만 아버지를 닮았다.

그리고 나는 얼굴은 어머니를 머리색과 눈색은 아버지를 닮았다. 골고루 섞어 낳은것 같다.

"이게 무슨 소란이냐?"

"아버지"

내가 딴 생각에 잠겨있을 무렵 아버지와 어머니가
문제의 방에 도착하셨다. 나는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 하고는 아버지를 향해 말했다.

"마나가 마력시간 폭탄을 잘못 건드린 모양 이에요. 이 문제는 제가 해결 할테니, 아버지와 어머니는 마저 쉬세요. 아버지께서는 내일 대회의에 참석 하셔야 하지 않으십니까....."

아버지는 한참동안 말이 없으셨다. 그렇게 침묵이 흐르고 잠시후 아버지께서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그럼 부탁한다."

"네......편히 쉬세요, 아버지."

아버지는 방을 나섰다. 어머니 역시 우리를 향해 웃어주시고는 아버지의 뒤를 따랐다. 나는 일단
시종과 시녀들을 지위해 방을 치웠다.

* * *

"너 아까부터 시계만 보고 뭐하냐?"

"........ 도착할 때가 됬는데 아직 안와서"

"뭐?"

붉은 머리카락의 소년이 물었다. 나는 시선은 여전히 시계에 고정하고 말했다. 뭔소리냐는 표정으로 여전히 나를 보는 소년을 나는 무시했다.

우리는 지금 넬비누스 영지에 도착해 있다.
새벽 사건을 해결하고 아버지와 어머니께 떠나겠다는 인사를 드린뒤 마노와 마나 그리고 나는 넬비누스 영지로 향하는 이동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넬비누스에 도착했을때는
다른 6명도 와있었다.

"글쎄, 대체 누구를 기다리는데?!"

나는 한참동안 제국에서 넬비누스로 오는 이동진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지금 기다리는 인물이 누구냐면......

"짐이 좀 늦은것 같군."

"제국의 작은 태양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나는 갑자기 등장한 푸른 머리카락에 달빛같은 노란빛 눈동자를 가진 소년에게 고개를 숙여 예를 가췄다. 그는 제국의 황태자 '피터리스 에블룬 헤든 카넬트샤' 였다.

"공녀와 공자, 영애와 영식들을 기다리게 한것같아 미안하군."

"아닙니다. 전하 저희도 방금 도착했습니다."

"제...제국의 작은 태양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당황한 나머지 6명 모두 말을 더듬었다. 황태자 전하를 기다린다고 미리 말해줄걸 그랬나?.....
나는 푸른머리카락의 소년에게 다가가 말했다.

"전하.....학교까지 갈 마차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가시지요."

소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마차가 대기하고 있는 장소로 발을 움겼다. 마차는 총 합해서 다섯마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마차 하나에 두명씩 타고 나는 마노, 마나와 함께 마차에 오르려고 하는 순간 푸른머리의 소년이 내 팔을 잡아채며 말했다.

"공녀는 짐과 함께 타지.... "

".......소녀가 어찌 전하와 함께 마....."

"짐이 심심해서 그러오. 안되겠소?"

소년은 내 말을 끈고 자신의 말과 함께 내게 부탁했다. 나는 한숨을 삼키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나는 마노와 마나에게 사정을 말하고는 소년과 함께 마차에 올랐다. 마차가 출발하는 동시에 소년은 나에게 웃으며 말했다.

"역시 격식 차리는건 나랑 안맞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내 본 모습을 아는건 너밖에 없잖아. "

"전하.......제 앞이라 하여 예의를 잊으시면 안됩니다."

".....전하 말고 피터!"

소년은 내가 자신을 전하라 부르는것을 마음에 안들어 했다. 이 사실은 아무도 모르지만 사실 전하와 나는 꽤 친한 사이다. 친구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내가 워낙 성에 자주 가는 바람에 라고나 할까......

소년의 원래 성격은 격식이나 예를 차리는 것보다는 그냥 막가는 성격이었다. 항상 예의 바른 분인줄 알았는데......알고보니 원래 성격은 이렇다. 이 사실을 아는건 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둘이 있을때는 예의고 뭐고 없다.

"그럼 피터리스님 이라고 하죠."

"기각, 그건 내가 마음에 안들어 ......그냥 피터라고 해. 예전에는 잘만 부르더니......지금은 왜 안불러줘?"

"............그럼 피터님, 이 이상은 안됩니다."

일단 만족한 것인지 소년은 아무말 없이 나를 빤히 쳐다보며 미소지었다. 나는 나오려는 한숨을 애써
삼켰다. 전이 였다면 분명 거절 했을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소년이 넬비누스에 온 이상 이곳에서의 그는 자유의 몸 이었다. 제국의 법에 간섭 받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말은 그와 나는 얼마든지 둘이 있을수 있다는 것이다. 황태자인 소년은 생각보다 고집이 세기 때문에 분명 여기서 거절하면 나는 그에게 한동안 휘둘릴 것이 분명했다.

한동안 마차 안은 고요했다. 나는 창밖을 보며 문득 폐하와 알현실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랐다.

* * *

에린이 나간뒤 폐하와 나 사이에는 잠시간의 침묵이 흘렀다. 그렇게 침묵이 흐르고 있을때 폐하께서 먼저 침묵을 깨고 내게 물으셨다.

"이번에 공녀도 넬비누스에 간다고 했을땐, 놀랐다네. 그래, 이유가 뭔가?....."

"소녀는 그저 마법에 대해 좀더 공부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허허.......공녀의 말은 핑계라고 하기엔 허술하군."

폐하께서 혀를 차며 말씀 하셨다. 나는 무표정을 유지하며 말을 이어갔다.

"소녀가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아직 미숙한 실력 입니다."

"공녀, 정말 이럴건가?.....짐은 불안하군.
공녀가 넬비누스에 가는것 까지 막을 권리는 없다만.......공녀가 다른나라로 가버리는건 아닌지......."

"폐하?!"

나는 무례인걸 알면서도 폐하께 소리쳤다. 그 이상의 말은 내가 제국을 배신한다는 말과 같았으니까. 폐하는 헛기침을 한뒤 말을 이어갔다.

"흠......이건 짐이 좀 심했군. 미안하네.....하지만 공녀도 알지 않나......공녀는 우리 제국에 없어서는 안될 인물이네....공녀를 잃으면 우리 제국에 손상이 커."

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폐하께서는 지금 내가 넬비누스에 가는 이유를 모르시니 이러시는 것이다. 넬비누스에 가면 나는 어느나라의 소유도 아닌 그냥 학생이 된다. 그런 내가 다른 나라의 유혹으로 제국을 배신하는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가지시는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한다는 것은 나를 신뢰 하지 못한다는 말과 같다. 폐하의 심정이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지만 나로서는 그리 좋은 얘기는 못되었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소녀는 넬비누스에 가도 여전히 제국의 소유 입니다. 전 이미 3년전의 맹세로 완전한 제국 소속이 되었으니까요."

폐하께서는 내 말을 듣고는 만족의 미소를 지으셨다. 그때 깨달았다. 폐하께서는 나를 시험 하셨구나. 폐하께서는 즐겁게 웃으며 말했다.

"그랬지. 공녀는 제국 소속이 이었지. 3년전의 맹세와 함께 비밀이기는 하나 공녀는 제국의
제 1급 대마법사가 되었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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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08-14 20:53 | 조회 : 1,278 목록
작가의 말
레몬 밤

오타가 있을수도 있습니다. 만약 있다면 양해 바랍니다ㅜㅜ.(느낌이 이상한 부분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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