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그래도! 가면 안돼!

츤데레 여친과 헤어진 뒤에는?


10화.그래도! 가면 안돼!


일단 놀이공원이라고 하면 쓸데없이 최첨단의 공학기술을 집대성 시킨 거대한 놀이기구와 마치 동화속에 들어와있는 것 같은 느낌의 중이병스러운 건축물, 그리고 그곳에서 판매하는 극악의 마진을 자랑하는
음식과 기념품들이 늘어서있는 인간의 사치의 끝을 보여주는 인간이 만든 가장 무서운 장소이다. 아, 물론 연인과 함께, 가족과 함께하면 행복이 넘쳐나는 꿈의 나라이긴 하지? 하지만 경고하건데 이건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절대로 자신의 전담 상담사와 같이 놀이동산에 가는 것만은 피해야 된다.'

이것은 철저한 경험담이다.

"야! 어디서 죽은척을 하고 있어 이 멸치같은 놈이!"
"..눈앞에 갑자기 강이.. 이제 저 배를 타야.. 쿨럭!"

또한 지금 겪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쿨럭..
아스팔트위에 떨어져있는 한 조각의 나이트클럽 전단지처럼 처절하게 쓰러져있는 나와 친히 나의 주종관계를 풀어 자유인의 길로 인도하실 구세주이신.. 뭐랄까 지금와서는 오히려 사신이 아닐까 하는 내 전담상담사인 '송다혜'는 지금 놀이공원에 와있다.

"아아~ 그 배는 됐어. 아까도 똑같은 소리하더니 이제 입에 붙었니? 아니, 그보다 더 좋은게 있잖아?"
"조, 좋은거?"

아! 혹시 집으로 가는 택시라던가, 아니면 하다못해 버스라던가..

"아이들의 꿈이 연료가 되어 달리는 우리의 '꿈돌이코스터'~"
"지져스.."

하다못해 지팡이라도 쥐어줬음 좋으련만.. 야박한 사람..

"나 참, 이제 겨우 36번째라구? 아직 14번 남았잖아?"
"36번이면 됬잖아!! 우리 인간적으로 살자 제발.. 나도 사회적 체면이라는게 있다고!!"
"놀이기구 타는거에 사회적 체면을 연연하다니 정말 속도 좁네~ 우리 현민이 어린이~"
"제발.. 제발.. 사과할게. 진짜 미안해!! 미안!!!! 그러니까 제발 용서해줘어어어엇!!!!!!"
"아, 사람들 쳐다보잖아. 쪽팔리게!"
"이미 아까부터 보고있거든! 어린이 놀이기구 36번 타는 고등학생이라고 아까 베이스북에도 올라왔거든!"
"어, 진짜네? 어머, 창피해요가 벌써.."
"꺄아아아악!! 그만해!"
"자자~ 원래 100번에서 시간관계상 절반으로 줄인거니까 감사하는 마음으로 갑시다~"
"아안데에에에!!!"


사건의 전말은 지금으로부터 약 1시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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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러니까 마실거 사줄태니까! 지금 나랑 놀이공원 안갈래?"
"...에?"

뭔가 엄청난 말을 해버린 것 같지만.. 아무튼 나는 살짝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앞으로 2시간에 해당하는 시간동안 남자혼자서 자유이용권 2개 끊어놓고 놀이기구타면서 꺄아꺄아거리며 즐거워하는 꼴이라니..
정말 생각도 하기 싫었다. 그렇게 내린 판단이였지만.. 뭔가 말하고 나서도 논리적 비약이 느껴지는 말이였다. 하지만 나는 다혜가 그렇게 크게 신경쓰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무, 무슨 말을 하는거야! 마실거 사러 무슨 놀이공원까지 가? 나, 나참.. 농담이지?"

그런데 무슨 일인지 다혜는 갑자기 내 말을 듣고는 화들짝 놀라더니 얼굴이 새빨게 지면서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고는 갑자기 머리 끝자락을 배배꼬며 내 시선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말이 이상하긴 했지만 그렇게 까지 큰 반응을 보이면 당황하는건 오히려 이쪽이라고.. 아무튼 나는 당황하지 않은 척하며 말을 이어갔다.

"아니 뭐.. 솔직히 말해서 마실거는 구실이고 그냥 놀이공원이나 가자고."
"구, 구실인거야? 그, 그러니까 그 말은.."
"음.. 혹시 놀이공원 싫어했던가?"
"..아, 아니! 전혀! 진짜 좋아해!"
"오~ 다행이네~ 싫어하면 어쩌지했는데"
"으, 응. 그렇네. 헤헤."

다혜는 수줍게 웃으며 머리를 살짝 기울였다. 좋아하는 것 같으니 뭐 됐나? 역시 권하길 잘했어! 그렇게 자신을 자랑스러워 하던 중 다혜는 갑자기 뭔가 깨달은듯 화들짝 놀라며
내게 물어왔다.

"근데 잠깐! 그럼 미나는? 미나는 안오는거야?"
"응, 안와."

..지금은 말이지.
아무튼 내 시원한 대답에 다혜는 뭔가 안심한 듯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숨이막히는 듯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렇구나.. 둘이서만..인가."

하지만 알아들을 수 있을정도의 소리가 아니였기 때문에 나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음.. 뭐지? 그보다 갑자기 다혜의 얼굴이 아까에 비해 굉장히 밝아진것 같은 느낌이 든다만.
아무튼 다혜도 대충 내 상황을 알고 성격자체도 여자애치고는 쿨한 편이니까. 미나가 사실 지금으로부터 2시간 후에 오기로 했다는걸, 한창 즐기면서 기분좋을 때 말하면 분명 이해해주겠지?
분명히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있는 그대로 상황설명을 늘어놓는다면 다혜는 분명이 무슨 그런 년이 다있냐면서 실컷 욕하다가 집으로 돌아갈게 뻔하다. 물론 예상이지만.. 아무튼 분명 그럴꺼니까!


"아무튼 그런거니까~ 가자."
"으, 응."

그렇게 우리는 놀이공원의 매표소로 향했다.
휴.. 다행히도 최악의 상황은 면했군. 세상에서 제일 꼴사납고 불쌍한 남자가 될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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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분명이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분명히 원활한 대화였고. 나는 다혜의 멘탈케어를 위한 완벽한 계획까지 세워놨던 것이다. 분명히 매표소까지는 완벽했으리라 생각한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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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공원은 공원의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어서 아무생각없이 공원입구로부터 안쪽으로 걷다보면 나오는 곳에 있었다. 오늘은 일단 주말이기도 하고 날씨도 그럭저럭 좋은편이라 가족단위로 놀러온 사람들 때문에
상당히 북적였다. 그 광경에 압도된 다혜와 나는 긴장된 표정으로 매표소로 향했다. 하지만 본래 놀이공원 자체의 규모가 그렇게 크질 않다보니 매표소도 하나 뿐이여서 사람들이 상당하게 몰려있어 표를 끊기
쉽지 않아보였다.

"와아.. 사람 많네. 어떻하지? "
"어떡하긴. 뚫어야지."
"저걸 뚫는다고? 니가?"
"물론, 너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5분 안에 돌아올태니까."
"아, 그러셔.."

자신있게 엄지손가락을 들고 말했지만 뭔가 다혜의 표정이 탐탁지 않다는 표정이다. 정말 사람을 못믿는구만! 이 녀석은!

"다시한번 말하지만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자랑할만한게 신.."
"아, 네네~ 알겠으니까. 얼른 갔다오기나 하세요~"
"크흠.. 아무튼 무운을 빌어주게 젊은이."
"시끄러워~"

그렇게 나는 비장한 표정으로 매표소 앞으로 다가갔다. 역시 멀리서 본것과 다름없이 수십명의 사람으로 이루어진 장벽(남자)은 마치 옛 냉전시대의 베를린 장벽이 연상될큼 두껍고 도저히 틈이 보이지않았다.
하지만 벽이라고 해도 결국 아저씨 냄새나는 질척한 유부남들일 뿐이다! 탱탱하고 신선한 97년산 남자 고등학생과 비교할 바가 안되지! 또한 당신들은 당신의 딸 또는 아들을 위해서 싸우지만 나는 지금 내
목숨이 달려있다고! 미안하지만 아저씨들은 비켜줘야겠어!!!

"우라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나는 유부남전선(?)을 뚫으며 목적지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크윽..!! 역시 엄청난 밀도다! 회사생황에 찌든 술배와 가족을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의 콜라보레이션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이야..
하지만 죽음에 문턱에 놓여져있는 인간의 앞에 있는 장애물로서는 약하다!! 적어도 50년은 남아있는 내 인생을 앝보지마라아아아아!!!!!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순간부터 방탄유리를 사이에 두고 엄청 어색하게 웃음짓고있는 매표소 직원 앞에서 숨을 헐떡이며 승리의 퍼포먼스로 지갑을 꺼내고 있는 내가 있었다.
아, 이거야말로 인간승리..!!

"자, 자유이용권 어른 3명이요."
"네, 3만원입니다."

[빨리 비키란 말이다 꼬맹아!!!]

그렇게 방탄유리 하단에 있는 작은틈으로 나온 자유이용권 3매가 내 손에 쥐어지자 마자 나는 장벽 밖으로 순식간에 튕겨져나갔고 그대로 바닥에 내팽겨쳐진 나는 감격스럽게 손에 쥐어져 있는 자유이용권을 바라봤다.

"후우.. 내가 해넸어."

축해해줘 내 앞으로의 50년! 이제 너와 함께할 수 있다구!
그렇게 바닥에 누운체로 혼자서 감격하고 있던 중이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다가온 가냘픈 손에 의해 내 손에 있던 희망과 미래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고 나는 벌떡 일어나 손의 주인을 찾았다.
누구냐아아아아!!! 나와 내 50년에 해당하는 인생을 빼앗은 녀석은!!

"생각보다 빨리왔네? 응? 뭐야 왜 3개나 사온거야?"

아, 망했어요~~~~~~~~~~~~~~~~~~~
그 손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오늘 나의 전담상담사인 '송다혜'였다. 후우~ 후우~ 당황하지 말자. 젠장, 뭔가 이럴것 같아서 기다리라고 한건데.. 진정해 오현민 분명 이 상황을 빠져나갈만한 방법이 있을거야! 생각해라 생각..!!!!

"아, 3개? 진짜? 우와? 3개? 대박이네~ 난 분명 2개만 샀는데 말이지~ 아무래도 직원이 실수한것 같은데~?"

나이스! 좋은 임기응변이다. 지금도 아저씨들에게 둘러싸여 고통받고 있을 직원에겐 미안하지만..

"흠.. 그래?"

뭔가 찜찜하다는 표정이지만 의심하고 있는 기색은 전혀 없다. 그래.. 그대로 그냥 다시 나에게 돌려줘. 내 희망을 미래를!

"응응"
"그럼, 다시 돌려줘야겠네."
"응응"
"..근데 뭐야 그 손은.."
"나한테 돌려줘야지."
"..뭐라는거야 이 바보는? 당연히 그 직원한테 돌려줘야지."

뭐라고요? 다혜씨?

"아, 그럼 그냥 내가 갔다올태니까. 넌 먼저 들어가서 음료수나 사서 기다리고 있어"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잠깐 어째서 그렇게 되는거야?! 그냥 내가 갖고있으면 되잖아! 손해보는 것도 아니고!"
"아니, 손해랄까.. 이런건 당연히 돌려줘야하는거라고?"
"괜찮다니까~ 괜히 가서 직원한테 창피줄 필요없잖아~"

내 목숨도 살리는 것도 겸사겸사해서 말이지!

"그게말야.. 내가 저기 알바해봐서 아는데 나중에 발급건수하고 사용량 안맞으면 다 그 직원 책임이거든? 월급도 깎이고 짤릴지도 몰라? 만약 그러면 네가 책임질거야?"

뭐야 이 녀석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해봤다고? 그것 참..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아니 그러니까 그럴 일이 없을태니까 하는 말이라고 다혜야!!!"

제 돈주고 산 표를 돌려주는 이상한 녀석이 이 세상에 있을리가 없잖아! 차라리 버리던가! 아니, 버리면 곤란하지만..

"그런 일이 없을거라고? 뭘 믿고 그렇게 말하는데?"

그거야 당연히 내가 내 돈주고 샀으니까 그렇지!!!
으아 위험하다. 이건 진짜 위험하다. 다혜의 표정이 찜찜에서 의심으로 바뀌고있다. 이거 혹시 망한건가.. 말그대로 망한건가..? 그럼 이대로 들켜버리고 상담종료~ 이런겁니까?

"그것보다. 너 뭔가 이상한데? 그러고보니 저번에도 이런 일 있지않았니? 뭐 그 때는 영화관이였지만. 중학교 때 말야. 영화관에서 니가 내꺼 포함해서 오늘처럼 표 3장 받은 일 있었잖아? 기억안나?"

...................................................................................................................아

"무, 무슨 소릴까? 난 전혀 기억이 안나는데."
"너 그 때 분명 민주시민에게 양심은 피와 같은 거라면서 영화관 직원한테 다시 돌려줬잖아? 분명 지금의 너처럼 내가 괜찮다고 했는데도말야."

젠장, 바보같은 녀석! 이럴 땐 정말이지 이 정의로운 자신이 싫어진단말이지!!

"그러니까~ 내가 이번엔 그 역활을 해주겠다. 이 말씀이지~ 알겠어?"

다혜는 상큼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지만 내가 듣기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다혜의 한마디 한마디는 마치 나에게 사형선고라도 되는 듯했고, 머리에는 피가 쏠리고 등에는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와, 와우.. 네가 그렇게 기특한 생각을 하다니 의외인걸.. 솔직히 좀 놀랐어."
"그래? 그럼.."
"그래도! 가면 안돼!"
"그러니까.. 왜냐고."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거야. 에헴!"

젠장... 이대로면...

"너말야.. 혹시 뭐 숨기는거 있어? 이 표가 있어야만 하는 이유라던가?"
"으응? 아니, 그런거 어, 없는데. 무, 무슨 말을 하는거야~? 호, 혹시 의심하는거야? 어이어이~ 진정하라고 진정~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너무 어색하게 얼버무리잖아 바보같은 녀석이!!!!! 아.. 파멸이다. 끝이다. 엔드 오브 어스다..

"그럼~ 더 이상 변명해도 소용없다는건 대충 알았을것 같고.. 그럼 최후변론을 들어볼까? 마지막으로 할 말은?"
"저에게는 지켜야할 가족과 친구들이.."
"없지~? 그럼........................................... 전부 불어 지금 당장!!!!!"

젠장, 이 녀석 나를 너무 잘 알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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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뭐, 그래서 나의 배려심깊은 다혜의 멘탈케어를 위한 계획은 실행조차 못해보고 까발려지게 되었고. 결국 모든 걸 알게된 다혜가 예상범위 이상으로 폭발해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 나는 가까스로 다혜를 진정시키는 것에 성공하고, 결국 그 화를 푸는 조건으로 미나가 올 때까지 일방적인 '벌칙게임'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그런데 분명 내가 잘못한건 맞겠지만 아무래도 그렇게까지 화내는건 아닌것 같은데.. 아무튼 여자들이란! 아무튼 그 벌칙게임이 이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재미없어서 다시는 안탈 만큼 느리고 기복없는 신생아용 롤러코스터인 '꿈돌이코스터'를 50번 타는 것이다. 그것도 쉬는 시간 없음으로! 지져스!

"하아.. 뭐가 멘탈케어냐.. 나도 참 역대급으로 바보같은 계획을 세웠군.."

후우 그보다.. 드디어 마지막 50번째인가. 이렇게 보면 나도 참 대단하군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한 두살 짜리 아이들과 50번을 같이 타고도 정신이 붕괴되지 않다니 말이야.. 하하.. 이건 자랑할만한 부분인가.
물론 멘탈은 이미 원자를 넘어 쿼크단위로 쪼개져서 우주를 떠돌고 있는 모양이지만.. 하하.. 지금 쯤 우주 어디에서 별이 되어있지 않을까?.. 크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거람! 그렇게 미묘한 기분으로 놀이기구의 출구 쪽을 돌아보니 아이들의 놀이기구 타는 모습을 보며 자랑스러워하는 부모님들 사이에 껴서 똑같은 표정을 짓고있는 다혜의 모습이 보였다. 누가보면 니가 내 엄만줄 알겠다 이 녀석아.


[자아~ 그럼 꿈돌이 코스터 출발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 끔찍하게 귀여운 곰돌이 모양의 롤러코스터가 출발했다. 코스는 간단하다. 약 10M에 해당하는 트랙을 걷는 속도보다 느리게 타원을 그리며 달리고 도착하면 끝. 마지막이라고 해서 빨라지는 법은 전혀 없는 법이다.

[덜컹덜컹..]

아 제발..

[더더더더더덜컹..]

도대체 이걸 무슨 정신으로 만들었을까.. 꿈돌이코스터의 개발자들은 개발당시 마약을 했음이 틀림없다. 마약신고는 몇번이냐.

[드러러러드러드덜컹..]

하아..

[드러럴러럴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러럴...뚜드득]

브레이크 걸리는 소리가 제일 짜증난다.. 브레이크를 뼈로 만들었나 소리가 왜 이래..

[자아~ 꿈돌이코스터가 도착했어요~ 어린이 여러분들 안녀엉~]

분명 저 직원도 이 놀이공원 밖에서는 점잖고 평범한 사람이겠지..? 역시 놀이동산은 무서운 곳이다.. 뭐, 어찌됬든간에 드디어 끝났뜨아!!!!! 진짜로 중간에 혀씹고 자살할뻔 했다고 정말로!!

"푸하하하~ 얼굴 좀봐 완전.. 푸하하하하~"
"이제 됐냐? 됐어요? 화풀리셨어요? 네?"
"완전~ 싹풀렸어~ 이제 화 안낼테니까. 안심해도 좋아?"

그렇게 마지막 고문을 끝내고 출구로 나온 나를 반긴건 웃겨죽겠다는 표정으로 통퀘하게 웃으며 호흡곤란을 겪고있는 다혜였다. 어이고 아주 눈물까지. 이거 고마워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려~

"자,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가야지?"
"무슨 말이야 ..?"

이제 드디어 꿀같은 휴식을 취할 타이밍이 왔는데.. 이제부터 본격적?

"뭐야~ 너 혼자만 실컷타고 끝내겠다는거야? 기껏 오랜만에 놀이공원에 왔는데 이제 다른 놀이기구도 같이 즐겨야지~ 아직 미나도 안왔고~"

정말 즐거워보이는군! 이 악마같은 녀석! 아.. 그러고보니 미나는 아직인가? 전화 온 시각기준으로 이제 2시간 막 지나는 시간인데.. 아무튼 지금 나에겐 무엇보다 휴식이 필요하다구!

"그, 그럼 뭐좀 먹고 어때? 너도 좀 배고프지않아? 아까 카페에서 그렇게 많이 시켜놓고는 하나도 않먹었잖아."

다혜는 내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하는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기분좋게 대답했다.

"음..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상관없나~ 좋아."
"예스, 또 해냈어! 햄버거로 괜찮지? 여기 햄버거는 나름 유명하다구?"

그렇게 우리 둘은 햄버거가게를 향해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기분좋은 5월의 바람이 볼살을 간질이며 우리 둘의 시시콜콜한 대화를 몰래 엳듣는 듯이 불어왔고, 의미없이 웃기는 농담이 오갈때마다 구름에 가려진 태양이 이따끔 얼굴을 내밀어 같이 웃어주는 듯 우리가 지나가는 길을 빛으로 따듯하게 감싸주었다. 간간히 보이는 파란하늘은 흰 구름으로 얼룩무늬를 만들어 보는 이에게 하늘이라는 존재를 통해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눈을 통해 속삭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본래 이 아름다움이라는건 상당히 상대적인 것이다. 그래.. 마치 장미 옆에 놓인 잡초처럼.. 푸른 들판과 함께있을 때 아름다움을 이루는 잡초는 단 한송이의 가냘픈 장미에 비했을때 아름답다 할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추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까지 그 아름다움의 격이 생겨버리는 것이다..

"어머, 즐거워보이는걸? 천하고 더러운 노예주제에 말이야~"

그래, 저기 저곳에 서있는 그녀처럼..
빈틈없이 겹쳐져있는 꽃잎에 서리가 서려있는 숨막히는 아름다움은 방금전까지도 아름다워보였던 것들을 단숨에 집어삼켜 배경은 온데간데 없고 볼 수 있는 자로 하여금 그 아름다움에 눈이 멀게 하는 것이였다.

'고미나'

그녀는 여전히 도도한 시선으로 싸늘하게 날 응시할 뿐이였다.


[10화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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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4-04 22:51 | 조회 : 1,05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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