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자, 이걸로 해결이다.

7화. 자, 이걸로 해결이다.


통화가 끝난 뒤. 나는 그대로 침대 위로 달려들어 정신적 피곤에 찌든 자신을 침대에게 맡겼다.
털석---
그렇게 나는 몸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이곳저곳에서 나좀 어떻게 해봐!라며 괴성을 잘러대는 몸을 어떻게든 달래려고 노력했다. 정말이지.. 정신적 피로가 피지컬에 영향을 준다는 가설은 가히 사실이였다. 단지 그녀와 전화통화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까지 멘탈이 원자단위로 쪼개질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였다. 그리고 그것은 몸에도 영향을 주어 나의 몸을 격한 고통의 아궁이 속으로 몰아 넣고있었다. 그렇게 고통스런 몸을 어떻게든 해보려 노력하기를 수 분.. 나는 드디어 깨달았다. 진정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그것은 생각해보면 간단한 것이였다. 어떻게보면 본래 오늘 그녀에게 호되게 당했을 때 그녀의 면전 앞에서 당당히 취했어야할 그 행동. 그것은..

"으아아아아!!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차였으면 얌전하게 친구들한테 위로나 받아가며 내 욕이나 뒤에서 실컷하면 될것이지!! 뭐? 주종관계?! 그딴거 알까보냐!!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서 구두계약으로 이루어진 주종관계 따위 성립할리가 없잖아!! 이 바보자식!! 얼마나 사람을 얕잡아보는거냐!! 이런거 당장 그만둘꺼야!! 억울하면 법대로 하자고!! 대한민국 헌법을 무시하지말란말이다아아아아앗!!!!!!"

그렇다.. 그것은 속된 표현으로 '열폭'이라고 하는 것이였다. 참다가 참다가 결국 한계점에 도달하면 나온다는 그런.. 아무튼 그렇게 한 30분정도를 열폭하고 있자니 빌라 옆집에서 항의가 들어와 그렇게 나의 18년 인생에서 가장 뜨거웠던 열폭은 끝나버렸다. 그렇게 섭섭한 마음으로 옆방 아저씨에게 거듭사과를 한 뒤 한껏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기 위해 다시 침대에 몸을 맡긴 나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하아.."

하지만 결코 함부로 전원버튼을 누를 수는 없었다. 전원을 넣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사과하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그것을 해버리는 순간 누군가에게는 황당함, 누군가에게는 불쾌함을 주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결심한듯 꺼내들은 휴대폰은 다시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다혜와의 상담을 위해 카페베너에서 만나기로 한 시각은 2시. 그리고 무슨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미나에게 보라매공원으로의 호출을 명령받은 시각 또한 2시였다. 이것이 확실하게 의미하는 바는 둘 중 누군가에게는 거절의 의사를 포함한 사과를 해야만 한다는 것. 그러므로 우선 순위를 정해야했다. 무엇이 더 중요하고, 내 신변상으로 더 안전한지..

일단 중요성으로 보자면 '다혜'와의 약속이 '미나'쪽의 약속보다 우세한 편이였다. 그 이유는 다혜의 상담 및 결론도출, 해결책 및 방안 제시의 기술은 거의 왠만한 상담전문가 이상의 것이다. 어쩌면 내일의 상담을 계기로 미나와의 관계를 일사천리로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이지 말그대로 공부 외에는 모든지 잘하는 전반적으로 우수한 녀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으로 볼 때 중요성에 관해서는 '다혜'의 낙승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시 지금 나와 미나의 관계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무리 다혜라고는 한들 결론도출조차 버거워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다음으로 내 신변상으로 보자면 '미나'의 약속이 '다혜'의 약속보다 훨신 우세한 편이였다. 물론,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무튼 만약에 그녀의 약속을 취소하려하거나 혹은 아무런 통보없이 깨버리는 경우에 받게될 후폭풍은 엄청날 것임이 분명했다. 전자는 전화하자마자 독설을 퍼붓는 것부터 시작해서 일방적인 거절로 끝날 것임이 분명했고, 후자는.. 상상이 불가능했다. 혹시 나 그런짓을 했다가는 살해당하는게 아닐까?같은 극단적인 예측도 가능한 정도였기 때문에..

아무튼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보면 정말이지 끝도 없는 것이다. 더 이상의 우유부단은 피해야한다. 이대로라면 머리가 더 복잡해져서 어중간해진 채로 내일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더욱 더 큰일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러므로 이제 정해야했다. 누구를 선택해야할지를..

"정말이지.. 왜 내가 이런 걸 고민해야하는거야! 차라리 둘다 한번에 만나버리면 이런 일은.. 응?"

둘 다 만난다고..?

"뭐야.. 나는 이런 간단한걸 가지고 고민하고 있었던건가? 바보도 이런 바보가 없네! 푸하하하하하!!"

'둘 다'라는 말이 열쇠가 된듯 내 머리 속에서 떠오른 생각은 이 모든 상황을 말그대로 일사천리로 해결해 줄 것이였다. 그렇게 고민하면서도 지금까지 이런 간단한 방법 하나 떠올리지 못하다니.. 역시 나는 바보가 아닐까?

"자, 이걸로 해결이다."

그렇게 나는 자신있게 휴대폰을 주머니로부터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던 것이였다.

[7화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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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4-04 22:30 | 조회 : 924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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