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그래서 용건은?

츤데레 여친과 헤어진 뒤에는?

6화...그래서 용건은?

"간뇌의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에는 갑상선자극호르몬, 부신겉질자극호르몬, 생장호르몬등 다양한 호르몬이 분비된다. 특히 갑상선 자극호르몬을 예로 들어 음성피드백을 설명할 수 있는데.."

학교수업이라는 것은 대한민국의 학생에게는 상당히 가혹한 의무이다. 학생의 기분이나 컨디션에 관계없이 수업은 진행되며 학생은 그것을 들어야만하고 수업중에는 피곤에 지쳐 지쳐가는 몸을 차가운 책상위에 의지하는 것 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어째서 나는 이런 나라에서 태어났는가. 이 의문은 어째서 나는 인간으로 태어났는가와 비슷하다. 원망하기엔 이미 늦은 뒤고 태어남으로서 가지게되는 의무와 욕구에 의해서 인간으로 태어남을 느끼고 그 감각에 의존하면서 숨을 쉬고 앞으로 걸어간다. 앞은 분명 칠흙같은 어둠만이 있지만 이따끔 빛을 발견하고 둘부리를 만나기도하면서 걸어가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을 때.. 그 걸음을 끝마치고 그 자리에 드러누워 마지막 한숨을 쉬는 순간 의무와 욕구는 사라지고, 그렇게 허탈하게 죽게되는 것이다.

"야, 대오"
"왜"
"사람이 큰 충격에 빠지면 뇌구조가 달라진다는게 사실일까?"
"그게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네 머리가 어떻게 된것만은 확실한 것같다."

대오는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그것도 단 10분 사이에 말이야.. 얼핏 들어보니까 너 미나한테 밟혔다는 얘기가.."
"아니, 밟힌것까지는 아닌데.."

그래, 차라리 밟히고 끝날 일이였다면 지금의 내가 이렇게 쇼크상태로 수업을 듣고 있지는 않았을탠데 말이야. 내 어정쩡한 변명에 대오는 의심스럽다는 눈빛으로 게슴츠레 날 째려봤지만 선생님의 눈치 때문에 대오는 탐탁치 않아하면서도 고개를 칠판쪽으로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대오는 그 이후로 그 주제에 대해서 특별하게 질문해오지는 않았다. 내심 고마웠지만 미안한 마음이 더 앞섰다. 미안하다. 대오야. 하지만 너도 언젠가는 알게될거야. 내가 얼마나 웃기고 말도 안되는 상황에 처해있었는지.. 그 때쯤에는 분명 서로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겠지..

그렇게 학교가 끝났다. 대오가 담임 선생님의 호출로 불려간 탓에 오랜만의 대오와의 하교를 놓쳐서 아쉬웠지만 대오가 담임 선생님에게 불려갔다는 것은 절대로 짧은 시간안에 끝날 일이 아니므로 나는 결국 혼자 하교하는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가방을 메고 교실을 나와 교문을 나섰지만. 그렇게 내가 집까지 걸어가면서 내가 본 하교길은 정말이지 말도안되리라만큼 하나같이 웃으면서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채워져 있었다. 마치 나만 이렇게 혼자 걷고있다고 말하는 듯이.. 더 이상 나에게 자신들 같은 모습은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듯이.. 그렇게 그런 야박한 광경에 고개를 숙이며 집으로 돌아온 나는 휴대폰을 켰다. 부재중 전화가 1건.. 누군지 확인해본다.

"미나..인가"

미나에게서 전화가 왔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이러면 안되는데.. 이미 끝난건데..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었는데.. 이성은 그렇게 날 필사적으로 설득하려 했지만 나라는 바보같은 인간은 정말이지 바보같게도 손가락을 움직여 조심스레 통화버튼을 눌러버렸다. 후회 할 줄 알면서도.. 단지 이대로 쭉 혼자이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외로움에..

그렇게 몇번의 연결음이 지나간 후 스피커에서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록 가슴에 서리가 내릴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였지만.. 그 때의 나는 그것만으로도 안심했다.

"미안..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둬서 지금 봤다."
[그래? 그것 참 좋은 변명이네? 그렇지?]
"정말 미안.."
[닥쳐. 너같은 쓰레기가 그런 인간 같은 말을 지껄이다니 지금 구역질 나서 기절할 것 같으니까.]
"..그래서 용건은?"
[그전에 잠깐.. 너 말하는 방식 안고쳐? 그게 주인님한테 말하는 태도야?]
"알았어. 그럼 어떻게 할까. 말끝마다 님 붙이면 되는건가?"
[그런건 기본이잖아? 아, 혹시 벌써 잊어버린거니? 그 때 네가 어떤 말로 나를 섬겼는지. 어떤 말이 나를 기쁘게 해주는지 잊어버렸어?]
"..지금부터라도 떠올려 볼태니까 빨리 용건이나.."
[싫어. 네가 예전처럼 말하게 되면 그 때가서 생각해볼게. 그러니까 당장 바꿔. 명령이야.]

그리고 그렇게 몇번의 대화로 나는 알아버렸다. 그녀가 돌아왔다는 것을.. 주종관계의 계약을 맺었던 당시의 그녀로 돌아왔다는 것을.. 그리고 어쩌면 그보다 더 지독한 상태가 되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그렇게 이별로서 그녀는 완전히 바뀌어벼렸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이제부터 내 자존심은 산산히 부서져 땅바닥에 떨어질 것이다. 나는 이제부터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를 주종관계에 얽매여 나 자신을 깎아 내릴 때까지 깎아갈 것이다. 그리고 나와 그녀의 관계는..

"하아.. 알겠습니다. 나의 고귀하시고 세상의 모든 영광의 중심이신 주인님이시여.. 당신의 명을 받들고자합니다. 부디 명령을.."
[뭐야~ 역시 하면되잖아? 좋아. 앞으로 그렇게만 하면되는거야. 그렇다면 본론으로 돌아가볼까? 너 내일 오후 2시에 보라매공원으로 나오도록해.]
"2시..?"
[왜 불만있어? 뭐, 있다고해도 받아들일 생각은 없는데?]
"..물론 없는게 당연합니다. 이밖에 명령하실건 없으십니까?"
[없어.]
"알겠습니다. 그럼.."
[...뚝]
"..............하아..이걸 어쩐다."

.
.
.


그렇게 풀어놓은 여러 개의 실뭉치마냥 풀려고 하면 할 수록 엉켜져가는 것이였다..

[6화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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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4-04 22:27 | 조회 : 781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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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6861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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