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기억하지?

츤데레 여친과 헤어진 뒤에는?

5화. 기억하지?


"또 그런표정짓고 말이야.. 짜증나거든?"

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말그대로 일.시.정.지. 나는 그 자리에서 멈춰버리고 말았다.

'고미나'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의 여자친구였던 그녀는 지금 내 앞에 당돌하게 서있었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 도도한 자세.. 마치 상대방을 내려보는듯한 차가운 눈빛.. 이 모든게 그녀를 표현해주고 있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긴장감에 얼굴이 굳어서 혀조차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동공이 확장되고 심장이 뛰었다. 등에서는 식은땀이 나서 셔츠를 적실 정도였고. 머리는 이미 판단장애까지 일으켜 내가 살아있는 것인지 조차 인지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아.."

필사적으로 입을 열었다. 뭐라도 말하지 않으면 안될것 같다는 압박감에 어떻게 해서든 혀를 움직여보려고 안간힘을 섰다.

"닥쳐, 말하면 죽일거야"

그녀는 살기어린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 한 소리에 내 입과 혀는 움직일 의지를 전적으로 상실했고, 한 걸음.. 두 걸음.. 점점 그녀와의 거리가 가까워져갔다. 그녀의 발소리가 들릴 때마다. 심장은 배로 뛰었고, 머리는 점점 의식을 잃어가고만 있었다. 드디어 마지막 한걸음.. 그녀와의 거리가 이제 한걸음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결국 나는 눈을 질끈 감았고 모든 감각을 청각과 촉각에만 의존했다.

"흐응~ 역시 이런 얼굴이 되는구나?"

그녀는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그에 반해 이쪽은 완전히 죽을 맛이였다. 이제와서 슬며시 눈을 뜨기엔 그녀의 시선이 두렵고, 그렇다고 이제와서 도망치기엔 도저히 타이밍을 잡을 수 있을거 같지 않았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도대체 주체할 방법이 없었다. 숨은 거칠어져만 갔고 정신은 흔적만 남아있을 뿐 아득히 멀어진 후였다.

"역시 바보는 바보일 수 밖에 없는건가.. 뭐, 괜찮아~ 바보든 뭐든"

슬며시 다가온 그녀의 손이 내 가슴팍을 타고 올라왔다. 명치에서 목까지
올라왔던 그녀의 손은 순간적으로 목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더니 갑자기 내 교복 넥타이를 붙잡고 그녀쪽으로 잡아당겼다. 순간적인 힘에 온몸이 굳어있었던 나는 그대로 앞으로 쿵-소리를 내며 넘어져 버리고 말았다. 어깨 쪽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겨우 정신이 돌아온 나는 어깨를 부여잡고 땅바닥에서 뒹굴기 시작했다.

"아악! 어깨가!"

위에서 내려다보며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에 아랑곳 하지않던 그녀는 다시 내 넥타이를 잡고 들어올려 고통스러워하는 내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 밀었다. 타오르는 불도 그대로 얼려버릴만한 눈빛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가운 시선에 나의 시선은 고정되어 버릴 수 밖에 없었다.

"죽고싶어? 다시 말하게하지마. 마지막 경고야. 내가 말하라고 하기전에 말했다간 그대로 널 자연에 환원시켜비리겠어."
"....."

그녀에게서 처음만났을 때의 그 얼굴이 보였다. 한없이 이질적이고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것같은 느낌의 얼굴.. 다시는 못볼 줄 알았던 그녀의 얼굴이 보였다. 왤까.. 그녀는 왜 갑자기 이런 표정을 내게 보여주는 것인가..

"좋아, 그럼 지금부터 잘들어 분명 너와 나는 더 이상 연인관계가 아니야. 또한 네가 착각할거 같아서 말하는데 나는 이미 그 관계에 대한 미련을 버렸어. 이제 나에게 너 같은건 어떻게되도 상관없는 존재야. 하지만.."

나는 순간적으로 그녀의 눈이 완전히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이제 더 이상 차갑지는 않았다. 다만.. 뭔가 간절한듯 절박한듯.. 뭔지모를 눈빛으로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기억하지? '주종관계'말이야."
"...!!!!"

'주종관계'

말그대로 계약상으로 주인과 종을 구분하고 그 위계질서를 보증하며 주인은 주인으로써 종의 모든 권한 및 자유를 통제할 수 있는 관계를 말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당연히 사라진 개념이지만 나와 고미나 사이의 관계에서는 그것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고백으로 완전히 깨져버렸을 것이다. 그녀는 분명 더 이상의 주종관계는 싫다고했다. 이제 나와 더 앞으로 나가고 싶다고 했다..

"아직 유효하지? 정식으로 파기절차를 거치지않았으니까."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 계약을 묻어뒀을 뿐이지 전적으로 '파기'한것은 아니였다. 계약상으로 그 구속은 그녀가 일방적으로 파기를 요청하고 내 쪽에서의 승인을 거쳐야지만 정식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였다. 앞으로 나가는것.. 즉 그녀에게 있어서 그 '주종관계'라는 것은 당시에 나와의 연인으로 발전하기 위한 하나의 발판이였을 뿐이지 걸림돌 같은 존재가 아니였다. 그리고 나와 헤어짐이 의미했던 것은 단 하나.. 단지 예전의 관계로 돌아왔을 뿐이라는게 된다.

바로 '주종관계'로 말이다.

"설마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했다면 크나 큰 오산이야. 설마 너 같은 놈한테 차일줄은 꿈에서도 상상못했지만.. 아무튼 그런거니까."

젠장, 완전히 당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는 말안해도 알겠지? 대답해"

완벽한 패배.
이건 정말 나의 완벽한 패배였다. 그녀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봤고 나는 그녀 앞에서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네.."

이것은 '주종관계'.. 단순히 종은 주인의 말에 따라야 했다.


.
.
.



2014년 5월 16일..
오늘부로 나 '오현민'은 세상에 더 없는 미소녀 츤데레인 '고미나'의 종으로 돌아왔습니다. 참고로 질문 안받습니다..


[5화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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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4-04 22:26 | 조회 : 792 목록
작가의 말
nic6861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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