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어때? 참고가 됐냐?

츤데레 여친과 헤어진 뒤에는?

4화. 어때? 참고가 됐냐?

"..자, 오늘은 여기까지. 밥 맛있게먹어라."

드디어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나가자 마자 몇몇 아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매점으로 향했다. 나와 대오는 급식실에서 학식을 먹기때문에 여유가 있어서 잠시 교실에서 쉬다가 가기로 했다.

"수업시간만 되면 지우개가 날라와서 걱정이야.."
"그렇다고 피하면 안되는거 알지?"
"걱정하지마 내 사정때문에 남에게 피해주는건 딱질색이니까."
"이런 말 하는 놈이 잘도 여자를 찼네~"

대오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그거랑 이거랑은 완전히 달라. 물론 이쪽에서 일방적이긴 했지만.. 아무튼 너만은 내 앞에서 그런 얘기하지말아줘. 나라고 좋아서 미나랑 이렇게 된게 아니야."
"후~ 알았어. 미안했다."
"알면됬어.. 나야 말로 미안하다. 이거야말로 내 사정 때문에 남에게 피해주는 꼴이나 다름없겠지?"
"그렇게 생각하지마. 그렇게 생각하면 할 수록 힘들어지는건 네 쪽이라구?"
"역시 그렇겠지.."

그 후로 몇가지 시시콜콜한 얘기가 오가고 적당한 시간이 되서 급식실로 향하기에 이르렀다. 점심은 메인메뉴가 비빔밥으로 상당히 먹을 만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복도를 통해 반으로 돌아가던중 나는 갑자기 들은 생각에 대오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고보니 너도 여자친구 있지않았냐? 어떻게됬어?"

언젠지는 정확히 기억이나질 않았지만 대오에게도 분명히 여자친구가 있었다. 뭔가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않을까하고 물어본 것이였다.

"언제적 얘길하는거야.. 헤어졌다고 말했잖아 저번달에"
"아, 그거 진짜였냐? 미안!"
"거짓말로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은 없다고. 멍청아.."

예상대로 대오는 여자친구와 헤어진 모양이다. 역시 주말에 PC방만 가는 놈 치고 여자친구랑 오래 사귈놈은 없는 모양이다. 아무튼 이 흐름을 타서 대오에게서 뭔가 얻을 수 있을거 같았다.

"그래서 헤어진다음 그 애랑 어떻게됬어?"
"왜 그런걸 물어보는지 알거같긴한데.. 음, 직접보여줄게. 야! 이나윤!"

대오가 부르자 우리 앞으로 걷고있던 한 여학생이 뒤돌아봤다. 그리고 걷는 방향을 바꿔 대오앞으로 다가왔다.

"왜 불렀어?"
"아, 그냥 요즘 밥은 잘먹고다니냐?"
"와, 멘트 구린것봐.. 그냥 죽어라.."

그러면서 그 여학생은 실망한듯 대오를 벌래보듯 쏘아보고는 다시 앞으로 걸어나갔다. 저 아이가 대오의 전 여자친구였던 건가.. 왠지 이 녀석이 여자친구와 헤어진건 단순히 주말에 PC방에 가는 이유만은 아닌것 같았다.

"어때? 참고가 됐냐?"
"아니, 전혀 모르겠는데"

대오는 뭔가 상쾌한 표정으로 물어왔지만 내 대답은 말 그대로였다. 도대체 뭘 참고로 하라는 거냐.

"거참 보여줘도 이렇게 이해를 못해요. 말로해서 이런거지 헤어진 후에 그녀와의 대화는 이렇게 어색함만 해결하면 만사ok."
"뭔가 너 때문에 더 모르겠다.."

아무래도 이런 대오에게 이런 장르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했던 내가 문제였던 것 같다. 결국 대오 덕분에 복잡했던 머리는 더 복잡해졌고 알 수 없는건 더 알 수 없게 되었다. 도대체 만나면 어떻게 해야된다는거야..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 쪽에서 말이라도 걸었다가 싸움이라도 하게된다면..

"그거야말로 장안의 화제가 되겠지.."
"뭘 혼자서 궁시렁대는거야.. 아, 맞다! 야 다음교시 체육이지? 젠장 체육관 문 안열었는데!? 나 잠깐 갔다온다!"
"어? 야!"

갑자기 대오가 뒤로 돌아서 어디론가 달려가버리자 혼자 남겨져버린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2학년 교실로 이어져있는 계단으로 들어섰다.

"아, 그리고보니 다음교시 체육이구나. 체육복 가져와야지.."

그렇게 거의 무의식적으로 내 발은 사물함으로 향했다.

.
.
.

이렇게 걸으면서도 항상 내 머리에서는 그 생각만이 떠올랐다. 만나면 어떻하지? 무슨 말을 하지? 인사를 해야되나? 아니면 역시 무시할까? 아니면 도망이라도 칠까? 그렇게 머리속은 마치 성난 파도가 바위에 박치기를 하듯 이렇게하자고 결심을 할 때 쯤이면 이미 그 결심은 산산히 부서져 다른 방법을 찾기에 급급했다.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이게 최선일까? 하면서 말이다. 또한 그렇게 생각하면 생각 할 수록 무거워져가는 마음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는 나는 전혀 아는 바가 없어서, 단지 이렇게 나는 힘들어할 뿐이였다. 그리고 자꾸만 떠오르는 그녀의 슬퍼하는 모습은 나에게 지
속적인 죄책감을 느끼게만 해줬다. 분명 그녀가 저런 얼굴을 하는 이유는 나에게 있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일그러져가는 정신을 붙잡으며 사물함 바로 앞까지 왔다. 그리고..

"또 그런 표정짓고말이야.. 짜증나거든?"

그녀를 만났다.

[4화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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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4-04 22:24 | 조회 : 777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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