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그건 나도 알아..

츤데레 여친과 헤어진 뒤에는?

3화. 그건 나도 알아..


미나와 헤어지고 나서의 학교생활은 말그대로 최악이나 다름 없었다. 뜬금없이 교실 앞까지 찾아와 나를 범죄자인 것 마냥 쏘아보고는 그냥 그대로 어디론가 가는 녀석이 하루에 열댓명있었고, 수업중에도 어디선가 계속 지우개 조각이 날라오는가 하면, 계속 어디선가 나에 대해 속닥거리고 있는 여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려와서 가끔씩 욕같은게 들려올 때면 온몸에 소름이 쫙끼쳤다.

"나 완전히 미움받고 있구만.."

그래도 불행중 다행인건 이렇게 쏠로부대로 귀환한 나를 위해 남자녀석들이 상당히 성대하게 축하해준다는 것이였다. 가끔씩 불안해 하면서도 화장실 때문에 복도를 걷고 있노라면 갑자기 지나가던 어떤 남학생이 악수를 청하면서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내 반까지 찾아와 당신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같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뭔가 나쁘지만은 않은 소리를 하고 사라지는 남학생들이 있었다. 같은 반 남자녀석들도 나의 커플탈출에 대해 상당이 호의적인 반응이다.

"걱정하지마. 저것도 해봐야 며칠이야. 일주일만 지나봐라 니가 복도에서 달리던지 기던지 아무도 신경 안쓸걸?"
"그건 나도 알아.. "

커플이 깨졌다는지하는 그런 얘기는 분명 짧은 시간이라면 친구들간의 뜨거운 화젯거리가 되겠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그런 얘기는 간단히 수그러들기 마련이였다. 하지만 정작 그 화제거리를 만들어낸 사람이 다른 사람들이 즐거운듯이 숙덕거리는 소리를 듣는다면, 그건 역시 좋을 리가 없다..

"근데 진짜 이상하지않아? 헤어진건 나하고 미나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다른 녀석들이 신경쓰는거야? 공학에서 커플깨지는건 요즘은 흔한 일이고.. 그리고 이 학교에서 나만 헤어진게 아니잖아? 어제만 해도 말이야. 경도녀석도 여자친구랑 헤어져서 쏠로부대 합류하고. 그런데 걔네들에 관해선 아무얘기도 없잖아? 왜 이런지 모르겠어."
"어휴~ 너라면 이 자식아."

내 말에 앞자리에서 즐거운듯 웃으면서 의자를 돌려앉는 친구녀석의 이름은 '한대오' 유일하게 내가 미나와 헤어졌다는 소식을 듣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평소처럼 능글맞게 날 대해주는 그런 친구였다. 원래 이런 녀석이라 고맙기도 했지만 이렇게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에 안심할 수 있었다.

"'학교 제일의 미소녀'가 너 같이 시원찮은 남자친구한테 차였다는게 믿겨지겠냐? 2학년 초에 너랑 고미나랑 사귀고있다는거 퍼졌을 때만 해도 난리였잖아? 기억안나?"
"아.. 그랬었지."

정말 그때는 부끄러워서 진짜로 죽을뻔 했지.. 어떤 녀석이 데이트하고 있는 우리 사진을 우연히 찍어서 바로 학교 단톡방에 올려버리자마자.. 으윽 생각하기도 싫다. 아무튼 그 때 이후로 나와 미나는 학교에서 가장 말도안되는 커플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렸다. 그 때의 미나는 뭔가 웃기다면서 좋아했지만 나에게는 정말 큰 상처였다. 분명 안어울린다는건.. 나 때문에 생긴 말이였겠지. 하기야 지금 생각해도 정말 나 같은게 미나와 사귀긴 했던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니까..

"그냥 드디어 본궤도 탄거라고 생각하면 편해질거야. 원래 대부분의 남학생은 여자친구 없는거 알지? 드디어 반도의 흔한 고등학생이 된거야. 좋게 생각해. 이 기회에 외로운 남자들끼리 잘 해보자고. 하하!"

뭔가 말이 이상하긴한데.. 그러고보니 어디선가 들어본 얘기지만 대학생들 한테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된뒤 고등학교애 대해 가장 기억나는 것을 꼽으라고 하면 동성친구들과의 추억이 가장 높은 비율이였다고 한다. 역시 동성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도 중요하긴 하겠지..

"맞다, 그러고보니 내일 오후 2시 쯤에 PC방에서 소환사의 계곡 2학년 이과반 대항전 하는데 올래?"

소환사의 계곡 이과반 대항전이라니.. 내 오른손이 벌써 떨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내일 오후는 다혜와의 상담으로 이미 예정이 잡혀있었다. 오른손에게는 미안하지만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이쪽이 휠씬 더 중요했다.

"미안, 약속이 있어서 못갈거 같아."
"그래? 아쉽네.. 아무튼 가끔은 남자애들하고도 어울려줘. 그래야 학교생활이 편해진다고."
"응, 충고 고마워"

그렇게 수업시간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들어옴으로써 우리 둘의 대화는 끝이 났다. 여전히 수업시간에는 지우개 조각들이 날라왔고, 여자애들의 쑥덕거리는 소리는 자꾸만 내 귀를 긁어댔다. 아.. 집에 가고싶어.

그렇게 지옥같은 시간을 보네고 있자니 드디어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3화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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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6-04-04 22:20 | 조회 : 1,22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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