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뒤집히는 빛과 어둠(4)

“모든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마차 안, 보고서를 훑어보던 아한이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이가 대공을 보고 말했다. 아한의 얼굴에 서린 약간의 기대감과 흥분을 읽어내며 이가 대공이 입을 열었다.

“민간인들의 대피는 되가고 있는가?”

“예, 백성들과 섞여있는 혁명단원들의 의하여 유도 되고 있습니다. 또한 제국민들또한 봉기를 들고 설 준비가 되었습니다.”

비장한 얼굴로 이가 대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황제가 바뀔 것이다.”

아한은 조용히 고개를 쑥여 예를 갖추었다.

두사람이 탄 마차는 빠른 속도로 황제가 있는 중앙 황궁을 향하고 있었다.

창밖의 풍경을 내다보는 이가 대공의 눈에 복잡한 감정이 서리고 있었다.

이제 곧 황제가 된다. 자신의 손으로 하나남은 형제의 목숨을 빼앗는다. 그것이 옮은 일이기 때문에, 유일한 속죄의 길이기 때문에 이가 대공은 선택했고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만, 다만 속이 술렁거리며 이상한 기분되었을 뿐이었다.

켤코 후회하지는 않을 터인데.

‘그게, 뭐.’

순간 그게 뭐가 대수라는 듯이 말하던 유현이 떠올랐다. 망설여 진다면 혁명이아닌 개혁을 하라고 질타하던 목소리가 선명했다.

귓가에 들리는 환청이 이렇게 까지 반가웠던 적은 없었다.

이가 대공이 창밖을 보며 유현의 생각에 빠졌을 때 여기 유현을 생각하는 또 다른 이가 있었다. 바로 아한이었다.

분노도 절망도 그렇다고 심판도 아니다. 그렇다면 아한은 이 복수를 끝내고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 가면 좋을 것일까.

삶의 방식은 살아가는 사람의 수만큼 존재했지만 아한은 아직 그 많은 선택지중 하나도 선택할 수가 없었다.

망설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동성국의 재건. 그건 네이크, 본명인 서사해가 아한에게 바라는 미래였고 새로운 황제의 호위검사 겸 그림자의 수장 그건 이가 대공이 아한에게 바라는 미래였다.

아한은 어느쪽도 상관없었지만 유현은 아한에게 멈추지 말고 나아가라고 말했다. 그것은 누군가의 의지만을 따르는 것이 아닌 자신의 선택으로 미래를 택하고 나아가는 건을 뜻한다는 것을 아한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망설였다.

아한이 바라는 미래는, 제 이기적인 욕심으로 가득차 있었으니까.

아한은 어떤 형태로든 유현이 곁에 있기를 바랬다. 잡히지 않는 바람같은 유현은 언제나 곧 사라질 것 같은눈을 하며 자신은 곧 떠날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런 유현을 아한은 잡고 싶었다.

…유현과 함께하는 미래를 꿈꿨다.

만약 유현의 검은 눈동자가 자신을 향해 준다면, 그 눈에 자신을 담아 준다면. 저 거짓된 악의 구원자가 자신만을 그렇게 대해준다면 아한은 그것만큼 가슴벅찰 일이없다고 생각했다.

두사람의 고뇌와 생각이 깊어지고 어느새 작은 마차는 숨겨진 통로로 들어서 마차는 멈추었다. 이가와 아한은 마치에서 내려 숨겨져있는 혁명단원들의 기지로 발을 들렸다.

그곳에서 내려 조금만 더 걷자 놀랍게 혁명단의 케이프를 걸친 수많은 사람들이 이가 대공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이가 대공은 단장위에 당당히 섰다.

그옆을 하얀 가면을 쓴 아한이 지켰다.

“나는 황제의 유일한 형제이다.”

소란스러웠던 지하안의 사람들의 소리가 거세졌다.

“하지만 황제는 광인이 되었고 제국민들은 많은 세금과 폭리로 고통받으며 삶의 안전조차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

이가 대공의 말에 많은 이들의 눈에 분노가 서렸다.

“또한 소중한 가족이나 친구를 황제의 권력에 의해 빼앗겨 분을 삭힐 수 밖에 없는 이들의 소리없는 비명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이곳의 이들은 모두 그런 자들이었다. 황제에게 원한이있는 제국민들.

“따라서 나는 나의 검으로 나의 혈육의 목을 칠 것이며 다음대의 황제가 되고자 한다. 이 혁명은 그대들의 도움이없었다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을 염두하며 그대들에게 깊게 감사한다.”

이가 대공이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자 살기 위해서 바꾸기 위해서 혁명단이 된 제국민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만약 황제 되는 것이 저럼 사람이었다면 제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아도 됐던게 아닐까. 하는 가정이 그들의 속을 더 헤집어 놓았다.

“나는 오늘로서! 황제를 끌어내려 무구한 이들과 제국민의 목숨을 빼앗은 것에 대한 심판을 하고자 할 것이다! 그대들도 도와주겠는가?”

그들은 대답하는 것을 대신 조용히 무기를 높이 올려들었고 이가 대공은 이를 보며 조용히 고개를 숙여 감사와 속죄의 마음을 전했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어둠속, 빛과 어둠이 뒤집힐려고 하고 있었다.




※※※



유현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감정같은 것이 아닌 본능이 알려주는 불안감이었다.

그래서 제 옆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황태자 루베리오를 바라봤다.

“루베리오.”

“루벨이라고 불러라.”

왠지 그 날 이후로 더 친근하게 구는 루베리오는 대형견같이 유현에게 둥굴게 굴었다.

“그래, 루벨.”

“왜 그러지?”

기분좋다는 듯이 싱글벙글 웃는 얼굴은 그림자 한점없이 맑기만 했다.

“나는 네가 황제가 됐으면 좋겠어.”

하지만 갑자기 나온 유현의 폭탄같은 발언에 루베리오의 눈이 커졌다. 당혹감이 눈에 다 보일 정도로 루베리오는 당황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현은 보았다. 저 푸른 눈동자 속에 잠시지만 일렁인 희망이라고 불릴 욕망을.

“…그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나?”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이가 대공이 혁명단을 이끌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니 다음 황제는 대공이 될 것이다.”

“그럼 2차 혁명으로 가면 되지.”

살벌한 소리를 환짝 웃으며 하는 유현을 보며 루베리오는 저건 진심이라는 건을 깨달았다.

“이대로 가면 너는 죽어. 무조건.”

“그건 알고 있다. 각오한 바이기도 하고.”

“각오한다고 죽음이 좋은건 아니잖아?”

나처럼. 유현은 뒷말은 삼킨채 소파에서 일어나 마치 처음 만났을 때처럼 루베리오의 앞에서서 손을 내밀었다.

“내가 널 황제로 만들어 줄게.”

달콤하게도 악마처럼 유현은 속삭였다. 네 욕심을 채워줄테니 죽지말고 살아가라고. 그것은 루베리오에게 거절할 수 없는 말이었고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기도 했다.

“…하, 하하.”

루베리오는 앞머리를 쓸어넘겨기며 결굴 웃어버렸다. 내밀어진 손은 작지만 강했다. 자신의 선택은 언제나 정해져 있던 것이었다.

“기꺼이.”

내밀어진 손을 잡은 루베리오는 진중한 표정으로 바뀐 유현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이 선택이 너를 지금보다 더한 절망에 빠뜨릴 수도 있어. 너가 스스로 자책하게 만들 수도 있어.”

“…그럼에도, 나는 황제가 되고 싶다.”

네 손으로 만들어진 너만의 황제가.

루베리오의 눈동자에 새겨진 열망은 누구보다 강렬하게 유현을 응시했다.

“원치않던 일들이 생겨나서 더이상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어.”

“네가 있어서?”

“맞아. 내가 너에게 다시는 잊혀지지 않는 큰 상처를 남길 수도 있어.”

유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루베리오의 삶의 이유를 빼앗는 다고 하더라도.

루베리오는 잡은 손은 온기에 슬그머니 눈을 감았다 떴다.

“…그럼에도 내가 널 증오하거니 싫어지지 않는다면, 그때는 너는-”

-쾅!

“황태자 전하!”

갑작스럽게 크소리를 내며 열린 문과 노년으로 보이는 기사가 들어와서는 유현을 발견하고는 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려 경계하였다.

“누구냐!”

전황태자의 호위기사인 코호트 안텐트는 유현을 향해서 적의를 드러냈다. 그러자 루베리오의 놀라서 커진 눈이 이내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등뒤로 유현을 가리며 말했다.

“…코호트 경. 해임했을 것인데 어째서 이곳에?”

“그것보다 전하, 그자는 누굽니까?”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란을 알고 있던 코호트는 수상한 유현을 경계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자는 내 하나뿐인 소중한 친우다. 무례는 용서
하지 않겠다.”

루베리오는 엄하게 말했지만 코호트의 경계는 풀릴 줄을 몰랐다.

“말보단…행동이지.”

그때 유현은 루베리오를 비켜지나갔다.

“잠깐, 유현.”

“기다려봐. 설득좀 시키게.”

루베리오가 만류했지만 유현은 내저으며 괜찮다는 사인을 몇번이나 보냈다.

“안녕. 나는 유현이라고해.”

검은 머리카락과 검은 눈. 잘못본건줄 알았는데 코호트는 제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절대멸자이기도 하고.”

싱긋웃으며 유현은 팔을 올렸다. 그러자 코호트도 검을 뽑아 유현을 겨누었다.

하지만 유현의 팔에서 부터 검은 스파크가 올라오고 있었다.

“…절대멸자라니?”

그 ‘섬멸자’와 같은 그 힘을 소유한 자가 또 있단 말인가? 보고도 믿겨지지 않는 사실에 코호트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루벨의 친구이자, 루벨을 왕으로 만들어줄 음, 그래. 권위자 비슷한거야.”

유현이 검은 스파크를 거두고 손을 내리자 놀란 얼굴의 코호트가 보였다.

“그것보다 지금 중요한 일이 있지 않았어? 반란이라던가.”

유현은 루베리오가 내보냈다는 저 노기사가 왜 저렇게 급박한 얼굴로 왔는지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일어난 것이었다. 준비를 모두 마친 이가 대공이 혁명의 불씨를 지핀 것이었다.

“아, 전하! 도망가야 합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코호트는 혼란스러웠지만 그것보다는 지금은 손자처럼 아끼는 황태자 루베리오의 목숨이 더 중요했다.

“나는 도망가지 않는다.”

반란에 대해서 들었음에도 루베리오는 고개를 저었었다.

그는 황제가 될 것이었다.

총기로 반짝이는 눈을 보며 유현은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럼 우리 대장님을 만나러 가볼까?”




※※※




부서지고 무너진다. 썩어부패한 패권이 무너지고 짖뭉개지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제국민들의 하나 둘씩 무기가 될 만한 농사기구나 식기를 들고 혁명의 행진에 따라서 황궁을 향했다.

“황제는 물러나라!”

“이 제국을 갉아 먹는 폭군은 필요없다!”

서로의 분노가 연료가 되어 모여들어 하나의 거대한 불꽃이 만들어졌다. 참아온 분노의 계기를 줌으로서 더 거세게 불타오르며 황제의 목을 조이고 있었다.

그 행렬을 주도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레비트와 고트였다.

“더 이상의 폭정은 못 참는다!”

“잡혀간 가족들을 돌려달라!”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의 분노를 대변하는 것으로 제국민들의 가슴에서는 깊은 절망이 멈출 수 없는 분노로 승화되어 나타나고 있었다. 피어오른 분노와 깊은 상처의 안개를 위에서 보던 시프의 짙은 고동색의 눈동자가 깊어졌다.

“…저것도 시프가 고칠 수 없는 것. 더 복잡하면서 단순한, 감정.”

“뭐래냐. 너 요즘 이상한거 알지?”

리언은 시프가 이상하다는 듯이보다 시프가 아무런 반응도 없자 혀를 차며 시프를 목덜미를 붙잡고 빠르게 황궁을 향해서 이동했다.

시프의 역할은 정해져 있었다. 황궁의 기사들의 진압. 하지만 시프의 신경은 다른 곳을 향해있었다.

‘…유현.’

사라졌다고 들었던 유현의 향이 황궁에 가까워지면 질 수록 더 선명하게 보여졌다.

“…시프는 서두르고 싶어요.”

“아까는 멍하니 있더만. 갑자기?”

“시프 마음이죠.”

“어차피 서둘러가야해. 우리보다 성기사놈이 먼저 황궁으로 향했으까 서두르지 않으면 할 일이 없어져.”

마치 날렵한 한 마리의 짐승처럼 유현하게 움직이며 자붕위를 달려가는 리언의 모습에 시프는 좀더 얌전히 저를 옮겨주면 어디가 덧날까 하는 생각을 하며 목덜미를 답힌채로 한숨을 쉬었다.

같은 시간 라인 베드로는 이미 황궁의 앞의 병사들을 모두 무력화 시킨채로 섬멸자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단장, 나 슬슬 지켜워질려고 하는데 저기 보이는 황금칠해진 궁좀 부서도 될까요?”

“안됩니다. 자중해주십시오.”

카신드라는 황궁의 병사들을 정리하며 차갑게 말했
다.

“하나쯤 부서도 모르지 않을까요? 나도 하는게 있는데 부수지 않고 싸우는건 힘들다고 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대공은 만만한 자가 아닙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지만요. 섬멸자가 너무 안오잖아요.”

툴툴거리며 심기 불편한 표정을 지은 하얀 갑옷의 천사처럼 생긴 저 남자가 자신의 상사라는 사실에 카산드라는 의도하지 않게 깊은 한숨이 튀어나왔다.

“…그럼 크게 불러보시던가요.”

“섬멸자!”

진짜 라인이 크게 외치자 당황한 카산드라가 뭐라고 잔소리를 할려는 순간, 굳은 표정으로 변한 라인 베드로가 순식간에 검집에서 검을 뽑아 하늘을 향해서 스킬을 사용하며 외쳤다.

“물러나요. 부단장!”

[스킬 ‘악을 배제하는 검격’이 발동합니다!]

허공에서 빠르고 날카롭게 내려오는 백금색의 검격을 금색의 검격으로 맞받아치자 그 충격으로 불균형한 바람이 불어닥쳤다.

“…드디어 오셨나보네요.”

라인 베드로는 공기를 짖누르고 주위의 마나조차 억압하는 그 위용에 침을 삼켰다. 정말 버티기는 가능할지 몰라도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저것은 괴물의 눈에도 괴물이었다.

가볍게 하얀 옷자락이 흔들렸다. 햇빛을 받아 황금색을 녹여낸듯이 신비롭게 빛나는 금갈색의 머리카락과 매섭게 빛나는 짐승의 눈과 같은 눈동자가 바닥으로 착지하며 라인 베드로를 응시했다.

[스킬 ‘가르는 검격’이 발동합니다!]

무심한 표정으로 동서양을 적절하게 썩어놓은 듯한 검이 반원의 궤석을 그리며 빠르게 공기를 베자 아까보다 더 선명한 금빛을 띈 검격이 라인을 향해서 날아왔다.

“아까는 진심이 아니었나보네요.”

성기사단 부단장 카산드라가 멀리 떨어진 것을 확인한 라인은 검에 성력을 응집시켜 검격을 한 손으로 막아냈다.

키이이이익!

마력과 성력이 부딪치며 마치 철이 갈리는 것은 굉음을 내었다. 공기중의 마나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너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3년전인가요? 그때보다 훨씬 더 괴물이네요.”

겨우 한 번 막은 것 가지고 팔이 흔들렸고 등에는 식음땀이 흘렀다.

그것을 감추며 라인은 랭커인 자신을 이렇게까지 압박하는 존재가 권위자외에도 있다는 사실에 희열
을 느꼈다.

“역시, 차원이동자들은 달라요.”

들은 이라는 말에 싸늘했던 얼굴의 미간이 순간 움
직였다.

“다른 차원이동자를 알고있나보지?”

처음으로 입을 연 섬멸자를 보며 라인의 눈이 좁혀졌다.

“검은 머리카락과 눈동자-”

순식간에 라인의 앞까지 이동한 섬멸자의 검이 라인의 목을 향해 금색의 궤적을 그리며 빠르게 내리쳐졌고 라인은 뒤로 물러가며 검을 들어올려 막았다.

챙-!

검과 검이 부딪치며 가는 소리와 성력과 마력이 부딪치며 마찰하는 소리가 섞여들었다.

동시에 두 남자의 눈이 부딪치며 신경전이 벌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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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11-01 20:55 | 조회 : 1,044 목록
작가의 말
블래티

아, 캐릭터가 너무 많아서 머리 터질것 같아요. 펑!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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