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 고백하던 날

15 - 고백하던 날



예전에, 이하가 갈 때 나에게 말했었다.


-좋아한다, 이현.


그때, 대답했더라면 5년이란 시간까지 안 기다려도 됬을텐데.


이하가 저주가 걸린상태에서 힘을 다 써서 몇 년간 잠들어 있었다해도, 차라리 나 혼자 기다리는게 나앗을텐데.


"....."


류인에게서 그 말을 듣고, 다음 달에도 회의에 이하가 나오지 않오자 결국.


"....이하...나와...줄래?"


언령을 쓰지 않았는데도, 얼마 뒤에 이하가 나왔다.


"왜?"


툴툴거리긴 했는데, 꽤나 기분좋단 표정이었다.


"화...났어?"


기껏 숙이고 가려는데 필요없는 짓이었던 것 같다.


왠지 가만히 있어도 풀릴 화를 괜히 급하게 악마랑 거래하고 껐단 기분?


이하의 표정이 순식간에 화아악- 붉어지더니 나를 바라보지 못했다. 아니, 내가 뭘 했다고 그래!


"이, 이하?"


"아, 아니야."


"......괜찮아? 여전히 아파?"


아직도 저주 효과가 남아있어 아프나 물어봤다.


그래도 저주가 뭔지는 잘 모른다. 류인도, 사키나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런데 특별히 걱정해서 다가가주는데 이게 뒷걸음질 치네!


"야!"


내가 그래서 먼저 다가가줬다.


어쩌다 보니 얼굴이 거의 닿을 무렵에서야 내가 정신은 차렸다. 하지만 이하의 표정이 이미 변한 뒤였다.


"....이, 이하....?"


"날 불렀고....그런 말을 했고.... 그럼..."


"이, 이하...웁!"


이하가 갑자기 거칠게 나에게 입을 맞췄다.


짧을 줄 알았는데, 상당히 길게 이어진 키스.


그리고 결국 숨이 차 내가 못 버틸때쯤.


"하아...하아..."


"아, 미, 미안..."


이하는 나에게 약간 붉어진 얼굴로 미안해했다. 그런데...그나마 다행인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단 점이랄까....?


"이하... 나 물어볼게 있는데..."


내가 숨을 가쁘게 쉰 뒤에 물어볼게 있다자 이하는 궁금하단 표정으로 말했다.


"뭐가?"


"우리...무슨 사이야?"


그 말에 이하는 잠시 흠칫하다가 결국 웃으며 말했다.


"글쎄... 이제 아무 사이는 아니겠지?"


"고백은 남자가 하는걸로 알고있는데?"


"난 돌연변이라 그런거 안 통해."


"그래서, 안할거야?"


내가 세게 나가자 결국 이하는 우물쭈물 하더니 입을 열었다.


"....좋아한다, 이현..."


실제로 그럴 줄은 몰랐는데. 진짜 말할 줄이야.


그런데..... 나도 날 잘 모르겠어.


"잘....모르겠어."


그리고 그 뒤로, 또다시 그들의 숨이 하나로 합쳐졌다.


-좋아한다, 이현.
-.......조금만 기다려봐.


내가 약 한달 전, 이하를 5년만에 만났을 때 했던 그 말.


나도 왜 이러는지는 모른다.


단지, 이하와 키스하는게 기분이 좋아지고.


널 계속 보고 싶다는 것.


"기다릴께. 네가 날 좋아할 때까지. 50%는 완료된 것 같지만."



* * *



그 뒤로, 아무리 생각해도 류인이 팔짝 뛸 것 같아 결국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


그래도 얼굴은 보고 싶어서 갈등하는데 이하가 옆에서 계속 투명한 채 있겠다고 했다.


요기는 남으니까 류인이 알아챌 줄 알았는데 모른단다.


"...이하."


이하가 데려다 준 덕분에 방에 도착했는데, 내가 누워있는 침대에 눕더니 나를 마주보고 있는 이하.


"왜?"


"왜 그리 웃어?"


아주 활짝 웃고 있는 이하를 보며 내가 말했다.


"얼굴 봐도 된단게 안 믿겨져서. 5년 간 미치는 줄 알았는데."


"자기가 먼저 말 꺼내놓고선..."


"그래도 참을 수 있을 줄 알았지! 그런데... 안 되더라구.


꽤나 안타까운(?) 얘기임에도 이하의 표정은 여전히 싱글벙글.


"....나도."


"...우와. 이거 생각 외로 기분 좋다."


"그럼 안 좋을 줄 알았나보지?"


"그게 아니고..."


"킥킥. 장난이야. 그나저나.... 너 투명해지지?"


"나 보기 싫어?"


"네 모습은 투명해져도 나한테 보여."


돌연변이임에도 여우인 것은 변함없는지, 이하는 자기 말론 투명해졌다 하는데 내 눈에는 보여서 한참을 실랑이했다.


더구나 난 눈 쪽에 증표가 있어서 요기가 더 많이 몰려 더 잘 보인다.


이나가 나에게 찾아와서 평소와 똑같은 태도로 대하자 그때서야 믿었다.


"....그거 기분좋다. 우리간의 비밀이 생겼단기분?"


"킥킥."


아아. 이 순간만은, 이하가 곧 죽는단게 기억나지 않았었다.



* *



"현아!"


쾅-


류인, 사키나, 이나가 거칠게 방 안에 들어왔다.


"더럽게 시끄러, 진짜..."


"방에 있네? 미안! 집 지도 주는거 까먹었어!"


"덕분에 이상한 계단 걷다가 치료할 일 생기게 됬었다."


완벽한 거짓말. 이하가 받아줬다는 말은 못하지.


"진짜? 괜찮아?"


"응. 뭐.... 실제로 떨어지진 않고 그럴 뻔 했으니까."


"그나저나 방은 어떻게 찾아온거야?"


조금(?) 소외되어 있던 이나가 한 말. 이건 어떻게 핑계를 대야 하는거지?


"음....걷다보니?"


"하긴, 얜 랜덤이니 방이 가까웠을 수도. 지도 줄 테니까 외워."


아이고...내가 집 구조를 외우라고 지도를 받을 줄이야...


"귀찮아!"


"대학도 다닌다며!"


"이런 쓸데없는 걸 왜 외워!"


"어딜봐서! 너 길 잃어!"


"어떻게든 되겠지!"


길 잃어도 어떻게든 될 거 같단 막연한 자신감.


-저런 귀찮음뱅이.


뒤에서 이하가 욕하는 소리가 들려서 무섭다.


-난 참고로 또 무료로 안 데려다준다. 뭔가 주던가.


당장 멱살은 잡고 있지만 저 눈앞의 남자 둘과 여자 하나를 보고 겨우겨우 참는다.


"쳇. 외우면 되잖아."


"역시. 결국 외우게 되있어. 아. 현아."


"왜?"


병주고 약 준단 듯 갑자기 이나가 다정하게 말하자 퉁명한 말투로 난 대답했다.


"저번 달에 이하...랬나? 그 여우가 안 와서 제대로 안 됬다고 회의 지금 한대."


"아, 그래."


난 평온하게 대답했지만 속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왜 갑자기 지금 한단거야? 게다가 이하는 어쩌라고!


"같이 가자."


젠장. 난 여기서 들키고 싶진 않은데.


-.....나 그런 소식 없었는대? 쟤가 잘못 안 거 아니야? 셋끼리 짜고 널 놀린다든가... 내가 소식을 못 받았다던가....


그리고 마침 그때.


휙-


"청화님!"


"...하크?"


예전에 봤던 팔미호.


"왕께서 사라지셨어요! 회의 한댔는데!"


오. 너 참 절묘한 타이밍에 왔구나.


"나보고 어쩌라고."


"어디 가셨는지 아십니까?"


"내가 어떻게 알아?"


"흠... 역시 그 미친 왕은 진짜... 기다리는 사람이 몇인데 갑자기 사라지고선..."


어...어...


"누가 미쳤다고?"


내가 염려했던 것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하가 하크에게 기대고 투명화를 풀었기 때문에.


"아, 왕이...헉!"


"하크. 낮말도 밤말도 다 내가 듣는다. 사라졌다고 죽은 줄 알아? 왜 욕하니."


"어, 어떻게..."


"내가 이현 뒤를 스토커질 안 할 것 같냐? 모습만 안 나타내면 돼."


"....스토커질?"


내가 너를 위해 완벽히 연기해주지.


".....난 이만 회의장으로..."


참고로 난 실제로 누가 내 뒤를 따라다니는 걸 엄청 싫어한다.


그래서인지, 상대가 이하여서 특별히 웃으며 말했다.


"봐도 된다고 한 적도 없는데다가, 스토커질?"


"와우.. 현이 화났다. 류인, 쟤 또 사고치는거 아니야?"


"상대가 이하니까... 괜찮치 않을려나..."


".....오히려 더 위험한 건 아니야? 네 딸, 성격이 너 닮아서인지 이상하잖아."


불행한 점은 저 소리가 내 귀에 다 들린다.


".....회의실에선 어떡할거야."


"환각 쓸께..."


"스토커질은?"


"안 할께..."


"....꺼져."


이런 말은 너무 심한거 아닌가 싶었는데, 이하는 그저 미소짓고 하크를 데리고 나갔다. 아... 오늘은 평소보다 더 심하게 말한 것 같아...


안 그래도 지금은 사귀는 사인데!! 예전보다 심하게 말했어!


"....."


구겨진 내 표정을 보곤 류인이 조심스레 말했다.


"혀, 현아...괜찮아?"


오. 이러니까 다들 속네.


"......됐어..."


"회의...갈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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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9-05 15:17 | 조회 : 1,289 목록
작가의 말
히나렌

오랜만에 온 기념으로 두편 투척하고 갑니다! 아, 26화를 끝으로 로맨틱 구미호 1부가 완결나요! 그렇게 되면 제목이 바뀔 예정이에요. 2부 제목은 '꽃을 사랑한 구미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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