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 [외전] 어느 한 신의 이야기

28 - [외전] 어느 한 신의 이야기



매일이 지겨웠다.


똑같은 하루, 끝이 보이지 않는 삶.


나라는 존재의 이유조차 모르겠다.


난 왜? 어째서 여기 있는거지?


외로웠다. 그리고 힘들었다.


난 왜 혼자일까.


".....아르키."


".....?"


누구지? 이곳엔 나밖에 없는데.


"아르키."


왜 날 그렇게 불러? 나조차 내가 누군지 모르는데.


"넌 '아르키'야."


내가 고개를 돌아본 그쪽에는, 파란머리에 양쪽 눈에 특이한 문양을 가진 누군가가 있었다.


"......?"


똑같이 생겼지만 다르다.


가슴이 나와있고, 약하고 여려 보인다.


"누나라 불러! 내가 너보다 나이 많아!


"...? 나이?"


"하나도 모르는구나."


그 '누나'란 누군가는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우리가 신이고, 난 '남자'고 자신은 '여자'란 것을.


그리고 자신이 나보다 세고 많은 것을 알고있고 정확히 우리의 정체를 알고 있다 했다.


그러나 우리가 신이란 것만 알려주지 우리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누나. 누나 이름은 뭐야?"


"내 이름?"


또 누나는 내게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왜 이름은 알려주지 않는걸까.


"흐음.....그냥?"


항상 얼렁뚱땅 넘어가기 일수였다.


그래도 언젠간 말해주겠지.


난 누나덕분에 감정또한 알게 되었다.


행복. 기쁨......사랑,


밝게 웃는 모습이 좋았다.


누나임에도 불구하고, 난 그녈 사랑했다.


이 감정은 오릇이, 내 가슴 속에서만 살아가리라.


그년 날 동생으로밖에 생각하지 않을테니.


오롯이, 내 안에서만 그 감정을 가지고만 있으려 했다.


그리고 며칠 뒤었다.


행복, 기쁨.....사랑,


슬픔과 절망을 알게 되었을 때가.



* *



그건...내가 한창 힘을 다루는 연습을 하고 있을 때였다


아직 조절되지 않는 힘은 사방으로 튀어나가 난 나와 싸워야만 했다.


하필....


덜컥-


"아르키! 내 이름, 알려ㅈ......"


촤악-


누나. 왜 들어온거야. 왜, 막을 틈새도 없었던거야.


"컥...."


신의 힘이라 그런지 치료가 더뎠다. '피'라고 하는 붉은 액체도 흘러나왔다.


".......아....르....키......."


"누나....누나...!"


"내가.....없으면.....네가 외...롭지 않게......다른 이들....을... 만들어...."


"누나만 있으면 되는데, 왜...!"


왜 나에게 이런일이 일어나는걸까.


"그리고....내...이름....."


"누나...누....나..."


"잘......기억해....."


"누나......."


평소에 언뜻 보였다. 누나기 날 믿지 못한다는 것을.


그래서 기다렸다. 날 믿어줄 때까지.


그 증거로 자신의 전부인 이름을 알려주지 않은 것이겠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된 것일까, 여러번이고 생각했다.


그래도, 난 누나를 믿었고 사랑했다.


하지만 결과는....


누나는 내게 작게 속삭였다. 자신의 이름을.


날 드디어 믿어줬는데.......


"다신....못 보겠지?"


"..........했었어."


"......응....?"


"사랑...했었어."


나는 그녀를 품안에 껴안고 울며 말했다.


"........나도야, 아르키."


".......현.....누나."


"성...까지 붙....여."


"이현....누나..."


"....잘지내. 내가 사랑하는...남자."


누나의 몸은 힘이 떨어져 축 늘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나와 같은 모습의, 반투명한 형태의 누군가가 누나의 몸에서 나왔다.


그걸 보고는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한 내 머리.


난 급히 명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영혼이 환생하기를 도와주는 과정과 영혼을 가지는 요괴까지.


그리고 누나의 몸에서 빠져나온 영혼이란 것을 명계에 보냈다.


누나가 아니면 그 누구도 환생하지 못하게, 이름뿐인 명계로 만들었다.


한 가지 조건. 내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환생시키지 말 것.


누나, 난 또다시 누나를 보고싶어.


난 그날 이후로 이름을 페니스로 바꾸었다.


'이현'을 사랑하는 '아르키'가 아닌, 신인 '페니스'로.


그녀가 다시 나타나기 전까지, 그녀가 날 사랑하기 전까지 난 '아르키'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 *



그리고 얼마 뒤 난 인간세계를 만들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은 요괴세계에 발을 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따로 만들었으나, 곧 후회가 밀려왔다.


왜 그랬지.


하지만 이미 갈라진 경계는 내 힘으로 수습되지 않았다.


이미 하늘인 나의 뜻에 따라 이루어진 그 두 세계는 평형만을 이루었다.


그래서 나는 두 세계를 연결시켜줄 누군가를 찾았다.


하늘인 나의 뜻에 반할 수 있는 누군가를.


그렇게 해서 찾아낸, 늑환이란 놈과 친구가 되었다.


그동안은 정말 좋았다. 그냥 계속 친구로 지낼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이런 정에 이끌렸다간... 난 아르키가 아니야. 페니스야. 무감각한.


난 결국 늑환을 이용했다. 하지만 계속 버티는 늑환.


내가 초조해할 즈음, 누나와 동시에 또다른 역천의 아이를 발견했다.


청화는 항상 파란빛 머리라 헷갈렸는데, 그래도 눈에는 특이한 문양이 없어 누나라 생각하지 않았는데....


현은 눈에 문양이 있었다.


그녀가 늑환을 만났을 때, 난 오열했다.


얼마나 긴 시간을 기다려왔는가. 그런데 왜, 그리고 쉽게 그녀석을.....사랑하게된건가.


"하하......하하하하!"


이젠 정말, 진심으로 널 미워할 것 같아.



* *



이하가 죽고, 나에게 편지를 보고있을 때였다.


원래 이하는 환생시키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야 조금은 날 봐주지 않을까.


하지만 편지를 보자, 생각이 바뀌었다.


넌 네 연인을 못 만나는건데, 뺏기는거나 마찬가진데 날 원망하지 않는구나.


....내....친구.


........그녀를, 행복하게 해줘.


누나, 지겨운 이런 삶 알고.....연인과 함께 지내.


난 친구와 지낼테니.


누나가 죽을 때의 상황. 이하가 죽을 때와 똑같다. 그 말, 행동.


하지만....결말은 다르길 빈다.



* *



"이하!"


"....페니스?"


"너왜 여기있냐. 현은?"


"글쎄......."


명계에서 검붉은 하늘만 보고있는 이하의 영혼을 보여 페니스가 말했다.


"세 번째야. 마지막 기회."


"알아. 왜 세 번밖에 안되는지..."


"그정도면 많이 도와준거다?"


"쳇. 더 도와줄 순 없냐?"


"흠....너 하는거 보고."


그 말에 순식간에 얼굴이 일그러진 이하.


"다시......"


".....지금 가야돼."


"왜 벌써? 하루밖에 안 지났다고."


최대한, 누나가 빨리 행복해지려면....네가 빨리 환생해야해.


"........"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는 페니스를 보며 이하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일어났다.


"자주 놀러와라. 심심하잖아."


"너 나 기억못해."


"흠...기억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하'일 때도 기억했는데."


"그래. 잘가."


내 친구.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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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2-17 15:11 | 조회 : 1,460 목록
작가의 말
히나렌

외전 으로 1부 완전히 마칩니다! 이제 바로 뒤에 후기 올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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