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 전하고 싶었던 말

27 - 전하고 싶었던 말



「음.....이렇게 편지같은거 쓰려니까 어색하다.


처음 쓰는 거기도 하고, 이 상황도 참 가관이라.


류인. 만나지 못할 것 같아서 이렇게 글로 쓰는데.... 네가 보기에도 어색하지?


네 덕분에 아주 오랫동안 외롭고 고독했던 생활, 끝내고 즐겁게 보냈어.


마지막에 싸우게 되서 미안하네.


변명일거 알지만, 나 나름대로 너희를 지키려 했던 거야. 그러니까 너무 화내진 말아주라.


나....이렇게 떠나는데 화내면서 보낼거냐?


솔직히 죽음이란건 어떤걸까, 나에게 오긴 하는걸까.


사실 감옥에 갇혔을땐, 죽고싶었어.


이런 끝도 없는 무의미한 생활, 지겹더라.


그런데 막상 네가 풀어주니까, 좋더라. 잃어버린 줄 알았던 친구가 있었던거고.


날 생각하는 누군가가 있었단 거니까.


내가 현이를 만나고 살고 싶었던 건 맞아. 하지만 그뿐만 아니라 너도야.


내가 사랑하진 않지만 소중한 존재인 내 친구.


넌 반드시 오래 살아라. 내 수명은 안타깝게도 너한텐 안 갈거니까.


넌 반드시 행복해져라. 그리고.....현이도 행복하게 해줘라.


염치없을 지도 몰라. 내가 현이를 슬프게 했을테니까.


하지만 난 그래도....현이가 행복하길 바란다. 동시에 너도.


드디어 나에게도 죽음이란 것이 찾아오는구나.


그렇게 기다린 것임에도, 왜 기쁘지 않을까.


난 과연 환생을 하게될까.


마지막 부탁이다.


부디....내가 편안하게, 영원히 잠들게 해줘.」



"......바보 자식....어울리지도 않게 편지가 뭐야, 편지가...."


류인은 그 편지를 손에 꽉 쥐면서도 구겨지지 않게 잡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 여리고 착했던 친구를 제대로 보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며.


그 친구의 소원을, 그 친구의 마지막 사랑을 반드시 지켜주겠다 결심하며, 류인은 그 편지를 허공 속으로 가루가 되어 날려보냈다.


"......부탁...들어준다."


편안히 잠들어, 친구.


너의 빈자리는, 어떻게든 메꾸기 위해 노력할테니.


너를 기억하지만, 슬퍼하진 않을테니.



* *



「하하....사키나! 너도 편지 받으니 어색할거다. 쓰는 내가 이렇게 어색한데 너는 오죽하겠냐.


와. 죽을때 되고, 사랑하는 연인은 살고.


이거 너희랑 상황 너무 비슷한거 아니냐...


너랑 시아, 현과 나.


이제 보니까 알겠다.


시아가 죽을 때 어떤 생각했는지.


솔직히 그때 시아의 생각을 봤어. 하지만 나랑 현이의 일에 급급해 말하지 못했네.


절대로 행복해아한다.


시아는 너와 딸을 위해 희생한거니까.


나는 현이와 너희를 위해 이랬던거니까.


계속 시아에게 매달려있지 마.


오히려 더....마음만 불편해할거야.


나도 현이가 나에게 미련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는걸.


솔직히 나 기억해주면 좋아. 그만큼 날 사랑했던 거니까.


하지만 날 계속 기억할수록 슬퍼하겠지. 지나가던 남자만 봐도 그러겠지.


시아도 같은 생각이었을거야.


그땐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이해할것 같아.


너도 행복해라. 같은 입장인 현이도 잘 챙겨주고.」



"......내가 애냐....잔소리 듣게...."


이하의 나이로 치면 애가 맞겠지.


짜증날 잔소린데, 왜 지금만큼은 보는 것이 슬플까.


미안하다.


"시아 때처럼 울어주지 못해서...."


너보다 시아를 소중히 여겨서....미안하다.


반드시, 현이는 행복하게 해줄께.


동시에 나도 행복할께. 그러니까 너는....편히 가야 한다.


수천 년의 시간을 힘들게 보냈을 여우야.



* *



「오. 백화. 잘 지내냐?


안 쓸려다가 현이 친구에 류인 반려라 쓴다. 감사히 여겨야 한다?


이름이...이나였지?


그래, 기왕 편지 쓰는 김에 이름으로 불러주지.


네 생에 다시 없을 일이니 마음에 꼭 담아둬라.


먼저 류인이랑 사랑 이루니 기쁘지?


솔직히 리크샤 저주가 아니었어도 너희는 사랑하게 되었을텐데.


이건 넘어가고.


자. 요즘 현이는 어떤지 알겠지? 친구잖아.


아니라고만 해봐. 저승오면 죽여버릴거야.


이미 한번 죽었단 거겠지만 죽을 만큼 아프게 하지, 뭐.


이렇게 편지 쓴건, 네가 현이 친구나 류인 반려 때문이라서가 아니야.


중요하게 할 말이 있어서 그래.


류인 잘 잡아야 한다. 멘탈 붕괴되지 않게.


넌 나랑 별로 친하지 않았으니까 크게 슬프지 않잖아.


그러니까 류인이랑 현....잘 붙잡아주라.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게.


그리고 이게 가장 중요한 이야기.


………은 절대로 만나지 마.」



끝부분이 찢어져서 보이지 않는다. 누굴까....


그나저나 너랑 내가 안 친했으니 별로 안 슬프다니.


내 주위의 모두가 슬퍼하는데, 나라고 안 슬프겠니.


뿐만 아니라 너도 현이의 반려니, 내 가족인데.



「PS. 이거 흑화 커플한테 보여줘!!


좋은사랑 해라.


백귀야행 잘 이끌어가고, 현이 잘 부탁한다. 」



"왜...끝까지 남 걱정 하는거야...."


그는 바보다. 현이 아무 사이 아니라 했을때 했던 그말.


그 말 그대로 바보새끼다.



* *



「요괴들아 나를 따르라!!!!!


니네 나 죽는거 듣고 슬퍼하기라도 했냐?


악덕 독재자 사라졌다고 기뻐했다면 그 새낀 지옥 가서도 나와 같이 악덕 정치에 대해 배울 줄 알아라...


내 계획은 여우구슬은 어떻게 어찌어찌 현이에게 주고 현이를 왕으로 만드는거!!


그래서 일부러 1위종족이 되려했던거야.


갑자기 전쟁나서 놀랐던 애들, 모두 미안하다.


내 이기심으로 너희 까지 피해봤네.


하지만 그것만은 알아줘라.


난 연인과 친구뿐만아니라 너희 역시 소중히 여겨 이런 짓을 했다는걸.


어차피 말해도 못 알아들으려나.


너흰 내 죽음 가지고 슬퍼해도 돼. 어차피 얼마 안가 날 잊고 현이를 따라야지?


내 여우구슬엔 내 의지, 힘, 수명이 담겨있다.


즉 현이는 곧 나와 비슷하게 되는거야.


그러니 현이 잘 대해줘라.


만약 현이가 너무 크게 상처입고 인형같이, 차갑게 굴어도 원망하지 마라.


그만큼 힘들고 슬프단 거니까.


그러니까....현이 잘 대해주고 더 이상 슬프고 힘들게하지 마라.


마지막 부탁이다.」



요괴들은 그날, 다같이 한곳에 모여 이편지를 읽고는 모두 말없이 현에게 다가가 충성의 맹세를 했다.


자신의 왕. 모셔야하는, 행복하게 해드려야 하는 존재.



* *



「페니스! 내 유언이다.


어차피 명계가서도 넌 볼 수 있을테니 의미 없나.


나도 잘 모르겠다, 이젠.


현이가 무슨 선택을 할지.


그리고 너도 고생많았을것 같다.


나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외로움과 고독속에 지내고, 자신의 소망하나 들어주는 빛 같은 존재는 없으니....


도와주진 못하지만 네 목적은 이해한다.


이해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일이니, 난 경계를 부수지 않을거야.


내가 여우구슬을 주는 것으로 현이가 후천적 돌연변이가 될 것 같은데, 너무 무리시키지 마라.


그 구슬 다섯개 모으는데 얼마나 힘든데...


게다가 현이가 할지는 미지수고.


솔직히 난 더이상 현이와 만나고 싶지 않아.


내가 환생해서 현이와 만나면 현이가 그만큼 힘들어했단 거고, 내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단 것이니까.


현실을 부정하고 싶겠지.


나도 이별하기 싫은데...


이거 너 때문이기도 하다, 자식아.


너도.....행복해져라.


PS. 넌 나 죽어도 볼 수 있다고 슬퍼하지 않기만 해봐.」



"하....하하...!"


어떻게 이런 다정한 말을 할 수 있는걸까, 나는.


난 이렇게 괴물이 되어, 이기적이기만 하고 나만 생각하는 놈이 되었는데.


누나, 누나. 단지 누나를 위했을 뿐인데.



* *



「황화! 내 공식적인 반려이기도 하고, 현이 친언니와 다름없어서 편지 쓴다.


우선....미안하다.


반려가 떡하니 지정되어 있는데 바람. 심지어 네 동생 쪽이랑.


화가 났겠지. 당연한 거야. 하지만 그렇다고 현이에게 화내진 마라.


너무 법칙에만 매달려있지 마.


자신의 의지로, 누군가를 사랑해봐.


우린 그저 서로와 안 맞았던 것 뿐이니까, 너와 맞는 사람이 있을거야.


그러니까 우리 너무 원망하진 말아주라.


내가 법칙 이따구로 만든 놈 많이 족쳐줄께.


현이한테 화내지 마.


나 죽는데...편하게 한번 못해주냐.


넌 언젠가...네 짝 만날거다. 법칙이 아닌, 운명으로 만난 짝.」



"......현이는 내 동생이야, 바보."



* *



「.......현아.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만날 수가 없어 편지로 적는다.


미안하다. 너와 함께있는 시간이 소중했지만....요괴들과 인간, 모두가 소중했어.


곁에 계속 있어주지 못해 미안해.


그리고.....마지막까지 난 나쁜 놈이라 이렇게 적는다.


널 더 보고싶지 않아. 네가 그만큼 슬퍼했단 걸 환생한 내 존재 자체가 인정하는거니까.


그러니까 현아. 힘들게 경계를 부수려 하지 마.


그 구슬을 모으는 것도 많은 감정, 특히나 그중 특출난 감정이 필요해.


분명히 넌 아플거야.


날 환생시키려 하지 마.


그리고....나 죽었다고 슬퍼하지 마라.


내가 죽는 순간까지 네가 슬픈 걸 봐야겠니.


네가 날 떠나보낼때 웃고 있어도, 난 계속 불편할거다.


넌 그때 억지로 웃었을테니.


그러니 나한테 걱정끼치지 않게 티내지 말고, 환하게, 진심으로 웃어줘.


그리고 나에 대해 잊어줘.


내 마지막 부탁이다.


그리고.... 이게 꼭 하고 싶은 말이다.


사랑한다.
.
.
.
사랑했다.....
.
.
.
.
.
.
지금도 여전히 사랑한다.....
.
.
.
.
그러니, 내 몫까지 열심히 살고 행복해져라.」





■Epilogue■


달칵-


한 사진이 책상에 내려앉는다.


한 남자와 여자가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그리고....


찌이익-


사진이 찢어지며 사진 속의 여자와 남자는 다신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그 사진을 찢은 남자는 테이프를 가져오더니 다시 붙였다.


"슬퍼하지 마....."


행복해야 해.


그 남자는 창밖의 하늘을 보며 웃었다.


"계속 웃어, 그렇게."


그렇게 한 남자는, 모두가 모르는 곳에서 혼자 죽어갔다.


자신이 이미 죽은줄알고 슬퍼하는 연인의 옆에서 거짓으로 죽음을 연기한 그 남자는,


자신의 연인을 그리워하며, 태어날 때와 같이 조용히, 외로움 속에 죽어갔다.


"......루....ㅇ....ㅎ...ㄱ......"


그 남자는 끝까지 연인을 그리워하며 무언가를 말했다.


".......반박할 권리는 없겠지. 도망친 주제에."


행복해라, 반드시―


사랑한다, 영원토록―


"세 번째가 오지않길...."


첫번째는 이별. 두번째도 이별.


다시는, 내가 나타나질 않길 빈다.


만약 또 다시 나타나면.....현은 또다시 흔들릴테니까.


".....너만 아프다고."


바보야, 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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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2-05 13:05 | 조회 : 1,344 목록
작가의 말
히나렌

이거 분량...ㅂㄷㅂㄷ 새벽 3시까지 썼었지....1부끝이고요. 외전 한 편 있고요, 2부로 찾아뵙겠....외전 쓰고 후기로 찾아뵈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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