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 상상이 아픈 이유

26 - 상상이 아픈 이유



여전히 호수에 머물러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이하.


그는 보이지도 않고, 흔적조차 없다.


요괴들은 하염없이 울고만 있다.


퉁명스럽긴 해도 이하가 좋긴했나 보다.


그리고....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현아."


"....? 이나? 왜?"


"너....괜찮은거야?"


내가 평소와 같은 태도란 것.


"........"


그를 만날 수 없다. 속으론 울고 있다, 나는.


또다시 이하가 내게 뭐라 할까봐.


내가 또다시 상처받을 것 같아서.


"......현아."


"어?"


"보고 와, 그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하지만..."


"지금 네가 상처받을 말 들을까봐 그런거면, 애초에 그것도 감당할 각오를 하고 이하를 사랑한거 아니었어?"


"내가 가면...."


아직 이하와 내가 헤어졌다는 건 이나, 류인, 루나, 월야, 사키나와 페니스밖에 모른다.


이하가 없지만 그의 연인인 상태로 요괴들의 정신적 지주인 나.


내가 가면 혼란스러워 질것이다.


"......괜찮아. 너 혼자 감당하려 하지마. 나말고 다른 애들도 있다구."


"......이나..."


"왜?"


"나.... 가도 되는거지?"


내 말에 이나는 씩 웃으면서 말했다.


"이하는 영원히 널 만나지 못하고 혼자 있는게 나을 것 같아, 잠시라도 네 얼굴을 보는게 나을까?"



* * *



미친듯이 달렸다.


여기에서 너무나도 먼 시간의 호수.


능력조차 쓰지 않고, 나는 달렸다.


발에 살짝 피가 나서 아프기도 했지만, 그런건 상관없었다.


드디어 도착한 시간의 호수 앞엔 많은 요괴들이 있었다.


그들은 날 보고 놀란듯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하지만 난 그걸 상관하지 않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잡은채 걸어갔다.


그 호수 중앙에 있는 이하.


그는 물속에 떠있으며 잠들어 있었다.


온몸이 거의 투명했다.


그 호수에 다가가자, 나의 눈물은 당연하다는 떨어졌다.


뚝-


내 눈물이 파장이 되어 호수 멀리 퍼졌고,


".....이....현...?"


"이....하...?"


내 말에 흐느끼던 요괴들이 멈췄다.


푸확-


이하는 물밖에 나오더니 나에게 다가왔다.


풀썩-


금방 쓰러지고 말았지만.


다행히 나의 품에 쓰러진 이하.


이하는 물기젖은 손으로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미안...하다...."


"......"


"난... 어차...피 떠나...니까.... 이러는게....나을 것...같았어..."


아니, 그래도 그러면 안됬어.


차라리 마지막까지 사랑하다 가지. 너도 아프고, 나도 아팠잖아.


"있잖아, 이하."


"....."


이하는 말없이 내 말을 들어주었다.


"우리는...나중에... 평범한 연인들처럼 사랑하고, 매일 어딘가로 놀러나갈거야. 좋은 경치가 있는 곳에."


"....."


"우리는 매일 사랑을 속삭이고... 결혼까지 할거야... 아이는 나을지 모르겠네. 내가 죽게 되니까."


"그러게...."


툭- 투둑-


나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져서 이하의 얼굴을 적셨다.


그리고 드디어 이하의 입에서 나온 말.


"우린....꼭 그럴거야."


이하는 그 말을 하고 애써 몸을 올려 나에게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나는 계속 눈물만 흘린채 그를 받아들였다.


또르르륵-


".....?"


입안에 들어온 무언가에 궁금해하는 순간 이하는 들어올린 몸을 다시 내려놓았다.


"......사랑해, 내 반려. 잘...지내...."


또르르륵-


그의 눈물이 떨어져 붉은색 고체가 되었다.


그리고 그 위로 내 눈물이 떨어져 붉은색 구슬 주위에 푸른색 막이 생겼다.


나는 그것을 무시한 채 그에게 애써 웃어보였다. 난 괜찮다고, 그러니 편히 가라고.


".....웃어줘서, 고마워."


스르륵-


이하의 몸은 사라졌다. 이제 그의 흔적은 그를 따랐었던 요괴들의 눈물, 그리고 그가 내게 남긴 선물.


"........여우....구슬....?"


내 안에 들어온 여우구슬.


탁탁탁탁-


그리고 그때 내가 없단걸 눈치채고 온 이나와 류인, 루나와 월야, 그리고 사키나.


"현아...너 모습이...."


나는 차가운 눈으로 그들을 응시하고 있었고, 나에게서는 귀와 꼬리가 달려있었다.


파란색과 하늘색 중간의 색에 흰색이 중간중간 박혀있는 귀와 꼬리.


반요도 아니고, 완전한 요괴도 아니다.


".....하...하."


이제 널 따르던 요괴들도 점차 널 잊어가겠지.


그럼 너의 흔적은 나에게만 남아있는건가.


"하하...하...!"


이하. 네 마지막 말은 못 지킬 것 같아. 네가 없는 내가, 잘 지낼리가 없잖아.


<....이현.>


혼자서 가만히 있는 나에게 들려오는 목소리.


<약속, 할거냐.>


".....그런 말은 얼굴을 맞대고 해야하지 않겠어?"


<보는 눈이 많다.>


"....이하가 나 싫어하는 줄 알고 망설였는데.....이젠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네."


<......>


"이젠 네가 기다려야겠다, 이하."


우리, 나중에 반드시 그렇게 살자.


"시간은?"


<너도 구슬은 모아야 할테니.... 백 년. 이젠 거의 구미호니까 이정도 시간은 상관없지?>


"......내 수명은 어디까지야?"


반요는 단명. 하지만 여우구슬을 가진 반요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현은 여우 혼혈에 청화.


청화라 그런지 여우구슬의 힘을 더욱 발휘했고, 이젠 여우도 반쪽 여우도 아니다.


심지어 돌연변이인 이하의 구슬.


<.....그 구슬에 담긴 수명 만큼.>


저주로 인해 짧아진 이하의 수명. 저주가 없었으면....


".....그거 너무하네. 거의 한계가 없잖아."


<그러니까 이하가 준거지.>


......별로 기쁘지 않은데.


<큭큭. 기념품이다.>


아까 그 눈물 구슬이 나에게 왔다.


이건...


<이하가 남긴 또 하나의 물건. 다른 네 개의 구슬과 함께 기화되어야 했지만 네 눈물에 덮여서 남았네.>


"......"


<........>


"나도 이하를 환생시키고 싶어."


내 말 한 마디에 주위가 고요해진다. 이나와 류인, 루나와 월야, 그리고 사키나가 특히.


"그런데...."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기다리다 떨어지는 저들의 땀 소리가 들린다.


"아무것도....느껴지지 않아."


인형이 됬단 기분이야.


슬픔, 절망. 그것말고 느껴지는 것이 없어.


"......이하...."


나는 애써 눈물을 삼켰다.


내 모습을 보고 모두 고개를 숙였다.


페니스는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대로는....안돼. 불가능해.>


이미 무감각해진 내가, 구슬을 다섯 개나 만들어낼 수 있을까.


노력할께, 이하. 다시 널 만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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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1-26 12:44 | 조회 : 1,362 목록
작가의 말
히나렌

에라이...2부 곧 시작하겠군. 다음화가 2부 마지막화...일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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