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 난도질 당하는 가슴

25 - 난도질 당하는 가슴



"네!?"


"됐지? 나 간다."


[멈춰.]


이하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 했으나 회의장에 울려퍼진 목소리.


"크윽...!"


몸이 짓눌리면서 이하가 신음소리를 냈다.


"여전하네. 몇 년이 지났는데. 아니, 잠들어 있던건 빼야하나?"


"......왜..."


"항변 소리, 아니면 나 화나게 할 소리 중 하나는 들어야 할 것 같아서."


".......내가 언령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는 돌연변이. 얼마든지 법칙을 깰수 있다.


"넌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


"........"


".......따라와. 이건 우리 둘만의 문제도 아니고, 요괴와 인간. 둘 다의 얘기잖아?"


"...!"


내 말에 놀란 것은 그 회의장 내 나와 이하를 뺀 모두.


둘의 사랑문제가 아니라 요괴와 인간 전체의 이야기라니.


"페니스는 안되면 아예 세계를 또 만들 놈이야."


"......나랑은 관련없어."


예상했던 말이다. 류인과 사키나를 다치게 할 각오까지 하고 전쟁을 일으켰으니까.


그렇기에, 이에 뭐라 할 말을 찾을 수 있다.


"니만 관련없으면 된다고? 그럼 왜 네 친구인 루칸이랑 관련있는 요괴들의 왕의 자리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건데?"


".....그건...."


내가 슬쩍 봤을 때 류인의 표정은 과관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르겠단 표정.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그래서, 용건은?"


"......이 대답에 따라 내가 그의 부탁을 들어주는지, 안 들어주는지 판가름날거야."


페니스도 듣고 있겠지. 지금 이 대화를.


그러니까, 어디 봐바. 네가 말하는 '목적'의 끝을.


"날 사랑했어?"


아. 괜히 물었다. 이런 대답이 나올꺼, 솔직히 예상했는데. 왜 이리 아플까.


"....아니."


나는 최대한 멀쩡한 척을 하면서 말했다.


그리고, 슬프도록 아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간다."


이하는 그대로 사라졌다.


난 그뒤로 방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믿었는데. 분명히 아닐거라 믿었는데.


널 사랑했는데. 널위해선 무엇이든지 할 각오가 되어있었는데.


이하는 말했다. 자신은 '한 달'뒤에 죽는다고.


사신이라...아는걸까? 그걸 굳이 알릴 이유가 뭘까?


내가 그 사소한 것도 고민한 사이, 일주일 사이.


많은 것이 변화되었다.


1위부터 10까지를 우대하는 제도는 사라지고, 1위 종족인 이하네 종족은 말그대로, 왕.


그들은 서서히 요괴들이 이 제도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그들을 지도했다.


하지만 왕인 이하는 그들에게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 상태.


그의 모습을 알고 있는 이들도 많지 않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갔다.



* *



"청화 님."


"....?"


"아이나....입니다."


어느날 날 찾아온 한 여우. 그녀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몸 구석구석 무슨 흉터가 남아있었다.


".....?"


"묻지 마십시오. 전 단지.....이하님에 대해 알리려고 온 것이니."


"왜?"


"....네?"


내 말에 그녀는 당황한 듯 보였다.


"내가 이하에 대해 알 이유가 없잖아."


".......왜 이하님의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거죠?"


"......?"


"당신도 알고 있겠죠. 이하 님의 현재 상태를. 솔직히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난 그말을 무표정으로 들었다.


이하의 생각? 들으면 뭐가 달라지는거지?


"현재 일족에 있는 시간의 호수 안에서, 영원히 눈을 뜨지 못하고 그곳에 계시려합니다. 적어도 그 안에서는 죽지 않으니까요."


"........"


왜? 죽지 않으려고 해?


"이유는 잘 모릅니다. 그렇게까지 하시는 이유도요. 하지만 자신이 죽기에...당신을 보내주려 했단 생각은 안하십니까?"


"......날 보내서 뭐하게?"


"당신이 슬프지 않기 위하여."


난 그 말을 가만히 듣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그가 내게 차가운 말을 한것 만으로도, 충분히 슬퍼. 그런 걸로 그런 말 할 사람이 아니야."


"당연히 다른 이유가 또 있겠죠. 하지만 당신은....이미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만?"


"....."


이하가 날 미워하면, 난 경계를 부술 이유가 없으니까.


이하, 넌 왜 그렇게까지 하는거야? 경계가 무너지면, 너도 환생하고 페니스도 좋잖아.


".....시간의 호수에, 가보시겠습니까?"


"......안가..."


이미 상처받은 난, 다시 상처받을 각오를 하고 너에게 갈 수가 없어.



* *



"현아!!!"


현재 백귀야행에 있는 닭살커플은 두개다.


월야와 루나.


그래. 솔직히 3년밖에 안 지났지.


이나와 류인.


류인. 너 유부남 아니었어!?


왜 그새 그러는데?


맨날 붙어다니고 애정행각도 서슴치않고 하는 류인과 이나.


치. 내가 낄 자리는 없군.


"현아!!!"


"왜. 류인이랑 같이 있지?"


"류인은 이하때문에 골치 아프다고 사키나랑 월야랑 얘기중이야."


"그렇구나..."


멍하니 있는 듯한 느낌은 주는 공허한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날 보며 이나가 걱정하며 말했다.


"괜찮아....?"


"뭐가?"


"소식....뭔가 들은거 없어?"


"......죽어가서....시간의 호수에 있다는거?"


시간의 호수라.... 일족에 있다고 했지?


뭐, 갈 일도 없을테니.


"겨우겨우....버티고있는 거지?"


"아마 그렇겠지."


"안...가봐도 돼?"


"내가 왜?"


"....아직 너와 이하가 헤어진 것이 알려지지 않았어. 오히려...서로 사귀는 사이란 얘기가 있더라. 특히 이하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지금, 그들이 따를 사람은....너야."


타이밍 맞게 이나가 말하기 무섭게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글쎄 꺼지라고!!"


"이게 며칠째야!!"


밖에서 들려오는 류인과 월야, 사키나의 목소리.


"저 셋이 요괴들이 널 만나려는걸 막고있어. 그래서 골치가 아픈거야. 이상한건....회의장 내 사람들은 아예 일을 기억하지 못하더라. 너와 친한 이들 빼고."


그렇다면 현재 소문으로 인해 나와 이하는 사귀는 사이.


이하가 죽는걸 아는 사람과 우리가 헤어진 걸 아는 사람은 류인, 사키나, 이나, 월야, 루나.


이하가 없는 지금, 그들은 날 따르기 위해서라도, 이하를 찾기 위해서라도 나에게 올 것이다.


".....헌아. 이하는 너와 사귀는 사이라고 소문까지 퍼뜨리고, 네가 슬퍼하지 않게 헤어졌어. 그리고 헤어진 이유 중 하나...그때 말했던 싫어하는 누군가 때문이겠지."


".......나가볼래."


요괴들을 만나볼래.



* *



난 밖에 나가서 류인, 사키나, 월야에 의해 들어오지 못하는 요괴들을 보았다.


저렇게 많은 이들이 너를 찾는데, 너의 죽음을 슬퍼해줄 사람은 거의 없구나.


".......너희의 왕은, 현재 죽기 직전의 상티니야. 시간의 호수에 머무른채 겨우 살고 있지."


".........."


"그를 찾아가. 조금이라도 그의 죽음을 슬퍼해줘."


난 이곳에서, 그의 뜻을 따라 보고있을테니.


그래도, 여전히 널 보고싶다.


네가 날 싫어한대도. 난 철저히. 너의 뜻에 따라 난 계속 아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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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1-18 14:02 | 조회 : 1,573 목록
작가의 말
히나렌

으휴..............다 바보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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