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 부서지는 바램

24 - 부서지는 바램



"설....마...."


이하가 그럴리가 없다.


제발. 내가 아직도 잠들어있다고 해줘.


[이하.]


제발. 대답해줘.



* *



한편 전장. 현재 류인과 이하가 맞대어 있는 곳.


"...이하."


승부는 나지 않고 있다.


분명히 이하가 더 강한데, 어째서 그런걸까.


"왜."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이하. 그리고 그때 그의 귀에 들려온 목소리.


[이하.]


그리고 앞에 펼쳐진 손을 꽉 쥐고 있는 현.


"......"


이하의 눈매가 잠시나마 흔들렸다.


류인은 그걸 놓치지 않았고.


".....현이가...깨어났어?"


그 말에 정신이 든 이하는 다시 차가운 눈초리로 말했다.


"상관할 바가 아니야."


"....너...왜 그러는거야? 아까부터 불안해보여. 분명히... 눈도 흔들렸어, 너."


"......."


"게다가 이미 네가 이겼을텐데, 왜 승부가 여기까지 이어지고 있는거지?"


이하는 말없이 요기로 만들어진 칼을 만들어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야, ……니까."


류인은 차마 그때 말을 듣지 못하고 그의 공격을 막았다.


류인은 모른다.


내가 왜 이러는지. 나의 생각이 어떤지.


"뭐?"


류인은 내 공격을 막으면서도 할 말은 다 했다.


거참...


"네가 죽으면, 요괴들이 따를리가 없으니까."


"정말....그뿐이야?"


".....그뿐이야."


캉-


두 요기로 만들어진 칼이 다시 부딪쳤다


"졔대로 상대해줄께, 류인."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여우구슬의 힘.


구슬은 멀쩡하다. 리크샤의 저주는 풀렸다. 단지 다른 저주가 있었을 뿐.


이하의 푸른 눈이 점점 진해졌다. 그리고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끝이야."


휙-


천 년간 굳건히 1위의 자리를 버티고 있던 백귀야행은, 1년의 전쟁으로 2위로 물려났다.



* *



그들이 1위가 됬지만 내 생활에 달라진 건 거의 없었다.


회의는 그들의 저택에서 하고, 요괴들은 그들을 따르고. 그뿐이었다.


회의는 한동안 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여러가지 혼란스러운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류인과 월야, 사키나는 다쳐서 돌아왔다.각각 이나, 루나, 내가 붙어있다.


"사키나."


"왜."


"나 몇년간 잠들어있었다고?"


"삼 년 반."


그럼 난 이하가 깨어나고 일 년 뒤에 일어났었겠네.


"이하는 깨어나자마자 사라지고 선전포고를 했다고."


"어."


"왜 그런대? 자긴 1위 해도 좋을거 없으면서."


사키나는 상처입어서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고 나에게 물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하한테 무슨 일 있었어?"


"......글쎄...."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 있긴 했지.


"......,"


사키나는 어두워진 내 표정을 보고는 묵묵히 말했다.


"내일, 회의한대. 얼굴... 볼 수 있겠어?"


".....미안하지만 그 정도로 힘든거 티 안내. 지가 찔리면 안 나오든지 하겠지."


내 기분을 괜히 티내고 싶지 않다. 더 비참해질 뿐이니까...


"아. 사키나."


"왜."


"내가 깨어났을 때...누가 칼을 나한테 겨누고 있었어."


사키나는 그 말에 정말로 화난 표정으로 내 어깨를 붙잡았다.


"그게 진짜야!?"


아마 끝까지 그 생각을 버리지 못했던 거겠지.


이하가 날 신경쓰고 있다고. 그래서 1년이나 시간을 끌었다고.


"아, 어? 어."


".......그....래?"


사키나는 표정을 풀고 다시 누웠다. 사람 말 끝까지 안 들어요.


"끝까지 들으라고."


"......"


"그리고 내가 눈을 뜨고....내 눈의 증표를 보고는 사라졌어."


"......진....짜냐...?"


내가 끝까지 그를 미워하지 못하는 이유.


그를 믿는다. 그리고 사랑한다.


하지만 다음날 회의에서, 난 철저히 망가졌다.



* *



".......저희 일족 왕께서는..불참입니다."


이하 대신 온 하크. 왜. 어째서.


".......대신 전해달라 하십니다. 뭐....상대는 안 말해도 누군지 아시겠지만요."


하크는 괜히 날 보면서 말했다.


"'그걸 지금까지 믿었냐? 바보.'"


이게 끝까지 농락하나.


난 웃으면서 하크에게 말했다.


"나도 이 말 좀 전해주라."


"....?"


"그딴 말은, 본인 앞에서 하라고. 그리고, 영원히 회의에 불참해달라고. 나도 보기 싫어."


난 왜, 내 말에 상처받는걸까.


".....뭐, 전해드리죠. 아. 제 성격은 아실거라 믿습니다."


하크의...성격?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하크는 말이 끝나자마자 회의장 중앙에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한 어두운 방안. 그런 방의 침대 위의 한 남자.


이....하?


"이하님. 청화님이 뭐 전해달라시는데요."


아. 내가 나쁜년 됬단 기분이야.


"........?"


화면 속의 이하는 몸을 일으키더니 이쪽을 봐라봤다.


그리고 싸늘한 눈빛을 보내며 입을 열었다.


".......꺼져. 하크, 넌 바로 와라."


허. 나 지금 욕 들은거야? 나....너 믿으려 했는데, 왜 그래?


하지만 내가 뭐라 하기도 전에 뭐라 한 이가 있었으니.


"어휴....이하 님 요즘 기분 최악이에요, 최악. 다가가는 앤 용자라 불린다니까요."


허. 저 하크도 만만치 않네. 정말 성격하나 더럽다. 내가 봐도.


웬만하면 긍정적으로 보는 내가봐도.


"......워프."


화면 속의 그가 말 한 마디를 하자, 하크가 사라졌다.


그리고 화면 속에 나타났다.


"....."


이 어이없는 상황은 뭐지.


그리고 또 용기있게 저 분위기에서 이하에게 뭐라하는 요괴가 있었다.


"이, 이제 1위 종족도 되었는데. 회, 회의엔 참여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예, 예전에도 빠지고 더, 더구나 이제 모든 요괴를 지휘해야 하, 하는데."


그대신 말을 더듬긴 했지만.


"......하. 뭐, 그래. 나로선 손해볼 것도 없으니."


......난....이대로 이하 얼굴을 볼수 있을까.


휙-


화면이 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샌가부터 누가 1위 자리에 앉아있었다.


".......할 얘기는?"


이한 아까 자신에게 말을 건 요괴에게 물었다.


"아, 그게....."


"보나마나 넌 회의장에 있고 난 놀고 있으니까 그런거겠지. 내가 놀고 있어보인다니.... 어딜봐서?"


피곤해보이는 그의 눈동자. 그리고 푸른빛과 함께 빛나고 있는 붉은색.


왜...붉은색이?


난 옆에서 뭐라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요괴와 이하를 무시하곤 류인에게 작게 물었다.


"저, 류인..."


"왜?"


"그....요괴가 죽을때, 이상현상은 없어?"


"다쳐서 죽는거 말고 수명때문에 죽는거라면....외형이 조금 변한다고 들었어. 머리색이나, 눈색."


아. 괜히 물었다. 괜히 찝찝하네.


내가 그걸 듣곤 조금은, 조금 슬픈 눈빛으로 이하를 봤다.


이하는 내 시선은 눈치채고 표정을 차갑게 굳히며 말했다.


"흠.... 뭐, 내가 갑자기 전쟁 일으킨 이유가 궁금한가 보지?"


궁긍하긴 했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지 다들 입을 닫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해. 첫째, 지금 이 제도가 싫어서. 천 년 전이 나아. 둘째, 내가 싫어하는 누군가 때문에. 셋째,"


난 그때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가 지금 하려는 말을.


그는 안 아파보이지만, 아파할 것이고. 난 겉으로도, 속으로도 아파할 것이다.


그의 죽음에.


"내가 곧 죽어."


하지만 그는 별로 아파보이지 않는다.


왜지? 자신의 죽음인데?


"흠....내가 봐도 오래 살았고. 유희거리도 흥미 떨어졌고....원하는 것도 없고.... 그래서 말한다. 난 회의에 안 나와. 한 달 뒤에 죽는데, 놀고 죽을거야."


이하 답다. 하지만....유희...거리...


얼마전까지만 해도 같이 있던 나. 이하에겐 난 유희거리였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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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1-04 19:43 | 조회 : 1,397 목록
작가의 말
히나렌

어이구..,막장을 향해 달려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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