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 5년. 5년?

13 - 5년. 5년?



현은 그 일 이후로 방에만 지냈다.


백화, 이나도 웬일로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아마 현이 류인을 다른 요괴랑 똑같이 대해서겠지.


류인이 아무리 찾아가도, 현은 요지부동.


가끔씩 말한거는.


"....다 나가.."


류인이 사키나와 백화, 흑화를 데려왔을 때 한 말 뿐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요괴들 중 새 종족이 나타났다고 한다.


여러 종족이 합쳐있었는데, 그 종족의 도깨비와 도깨비족의 도깨비끼리 무언가 달랐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올라오며 요괴는 다시 상위 10종족이 되었다.


그들은 2위까진 했지만, 놀랍게도 백귀야행은 건드리지 않았다.


그리고 한달에 한번 열리는 상위 종족의 회의에서 종족의 대표가 나오는데, 그들의 특이한 점은..


"저희 왕께서는 한동안 나오시지 못합니다. 그대신 제가 나왔습니다."


란 점.


그곳엔 화들도 회의를 하는데, 현은 가지 않고 있다.


그리고.... 5년 뒤에.



* * *



"류인! 나 일하고 온다!"


"현아, 그냥 여기서 지내지..."


"지내고 있거든? 일 하나 하는게 뭐."


"흐잉... 아빠한테 거짓말 하는거야? 친구가 소개해준 남자 만난다며.."


"일하고 나서야. 게다가 남자 만나는게 뭐?"


"네 반려가 울겠다."


중간에 낀 사키나가 말했다. 저 부정적인 분을 보게.


내 아빠와는 이리도 다르니.


"안 울어. 아샤카가 그런 일로 울거면 진작 울었겠지."


"....다녀와."


사키나는 그 말에 부정은 못하겠는지 결국 말했다.


"아! 류인."


"응?"


"나 이번 회의에는 나간다?"


탁-


류인과 사키나가 놀라 말하기도 전에 내가 나왔다.


"하... 맞선 상대가... 누구랬지?"


탁탁탁탁-


약속 시간에 늦은지라, 난 급하게 뛰어갔다.


난 요즘 낮에는 인간세계, 밤에는 요괴세계에서 살고 있다.


직업은 류인도 같이 나와서 지내 자칭 NS그룹 회장의 외동딸.


그런데 평소엔 그냥 학생이라 한다. 사실이지, 뭐. 대학생인데.



* * *



한편 남은 류인과 사키나. 사키나는 현재 분노(?)한 시아로 인해 인간세계로 도피해있는 중이었다.


"너 왜 현이한테만 냉정하게 구냐?"


"'내숭'이란 걸 한 번 떨어보고 싶어서."


"시아도 있는 놈이 왜 이래. 빨랑 꺼져."


"난 아직도 너같은 놈이 딸이 있단게 안 믿겨진다."


"너도 정 신기하면 만들어봐."


"뭐, 뭐?!"


상당히 빨갛게 달아오른 사키나의 얼굴.


"킥킥."


"야!"


둘이 집안에서 술래잡기를 하다 너므 시끄럽게 구는 건 아닌가 싶어서 멈췄다.


"....그런데 네 딸, 진짜 날짜 잘 맞춘다."


"...?"


"아니, 이번에 그 2위 있잖아."


아마 그 5년전에 새로 나타난 종족을 말하는 거겠지.


"응."


"'이 가면'벗고 온다 했거든."


가면. 2달 전에 나타난 그 종족의 왕은 항상 환각을 쓴 채로 나타난다. 그리고 절대 풀지 않아 '가면'이라 한다.


"....'이'잖아. 다른 가면 쓰고 올 수도 있지."


맞다. '이 가면'이란 것은 얼마든지 '다른 가면'을 쓰고 올수도 있단 얘기기도 했다.


".....그렇네..."


"무식하긴. 그 머리로 무식한 짓이나 하고 다니니 시아랑 싸우지."


"난 그냥 걔랑 아이 얘기 하느라...!"


류인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역시."



*



"아~ 이번 남자도 최악. 학생이란 말에 바로 태도 변하더라."


[이 년아! 그러게 그냥 정체 밝히지!]


"싫어~"


[우이씨! 끊어! 나 현욱 오빠랑 놀러갈거야!]


뚝-


내 친구란 놈은 남친이랑 놀러가겠단다. 휴...


"아. 빨리 끝날 줄은 알았는데 늦었네. 오늘 회의 한댔는데."


평소에는 학교에 갔겠지만 방학이기도 하고, 난 약속을 중요시 하는 편이라 안 갔다.


게다가 한 달에 한 번 있는 회의날이 오늘이다. 처음가는데, 괜찮으려나.


나는 곧장 요괴세계로 넘어갔다.


류인과 사키나는 어디에 갔는지 없고. 난 그 사이에 시아와 이나에게 몇 가지 조언을 구했다.


"회의 안은 어때?"


"너 갈꺼야?"


"흠. 지루한데. 다들 성격은 밝은데 회의할 때는 조용하다니까. 아, 류인이랑 사키나 빼고."


미운 정도 정인 법. 이나는 더이상 날 적대시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 2위 수장이란 놈은 말을 한 걸 본적이 없어. 진짜 짜증나."


"그런데... 거기에 화는 몇 명?"


"당연히 너 빼고 다."


괜한 질문이긴 했나. 당연히 참석하는건데.


"아. 이제 시작한다. 가자."


나는 시아와 이나의 손에 이끌린 채 회의장으로 갔다.


끼이이익-


문의 크기가 꽤 크기도 하고 오래되서인지 끼익거렸다.


그리고 내가 들어가자 보인건 남자 열 하나와 여자 둘.


천천히 얼굴을 둘러보는데...


"젠장. 쟨 왜 온거야."


생전 말 안 하던 2위 종족의 왕이 입을 열자 다들 놀라서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은 곧 내 쪽을 향했다.


털썩-


아마 내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기 때문이겠지.


"혀, 현아!"


류인은 놀라서 내게 다가왔고 사키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왜 그래?"


"저, 저기..!"


난 아까 그 나를 보고 처음 입을 연 그 2위 종족의 왕을 가리켰다.


"왜 그래?"


"류, 류인. 안 보여...?"


"무슨 소리야."


"저, 저기에 이하가...!"


"....뭐!?"


내 말에 그 자리의 류인, 사키나, 시아, 이나가 내가 가리킨 그를 쳐다보았다.


"역시. 청화라 안 통하는건가."


스르륵-


환각이 사라지며 그의 얼굴이 나타난다.


푸른 눈에 언뜻 파란색이 섞여있는 백발.


"5년만인가? 네 기준에선."


"......"


"아아. 나도 원했던 건 아니야. 평소에 안 오길래 마음놓고 있었더니 이런식으로 들킬 줄이야."


"......"


"넌 그 사이에 성격도 안 변했냐? 말이 왜 이리 없어?"


"......."


말투가 변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기억해 둬. 너와 나의 접전은... 내가 먼저 만들지 않는다."


그의 모습이 점점 사라져간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를 향해 손을 뻗는데.


흠칫-


놀라면서 뒤로 물러나 얼마 있지않아 사라진 그.


아아. 아직 날 잊진 않았구나. 난 확실히 널 잊었는데.


그런데. 왜 내눈에선 이리도 눈물이 떨어지는걸까.


탓-


내가 울기 시작하자 눈앞에 누가 나타났다.


얘도 5년 만인가...? 그 팔미호..


"전하라 하십니다. '이건 만난 거 아니다. 넌 그러게 왜 가자마자 울어가지고는...! 아 진짜.'"


"....."


"덕분에 저희 종족도 한동안 화풀이 감당해야 합니다. 정말 맨날 청화..청화... 정말 시끄러워서 진짜.."


<내가 하크 이 새끼 때문에 항상 나오기 싫은데 나오지.>


"......처, 청화 님...!"


나에게 매달리려는 하크란 팔미호.


<하하하하. 그럼 내가 특.별.히. 자이X드롭 타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지. 그거 재밌더라. 아. 그거보단 높을거야.>


"그정도는 괜찮습니다!"


하크가 사람 말을 끝까지 들었다면.


훅-


하크 아래의 바닥이 갑자기 꺼졌다.


<참고로 바닥 없다.>


"저런 사악한 놈..."


<오, 류인이냐? 아 참고로, 나 다음달에 못 나온다?>


"왜."


움찔-


나 때문은 아니겠지?


<아~. 나 다음 달이 저주잖아.>


"아...맞다."


<아! 너 거기서 이현 좀 나가라 해줄래? 아무 사이도 아니라지만 좀 무거운 얘기라.>


"....나갈께."


나는 말없이 나갔다.


잠시 내려앉은 침묵. 하긴, 우리 둘 얘기는 퍼졌을려나.


어차피 그 대화 내용은 나에게 들리지 않지만.



* * *



"자...현이가 그렇게 들으면 안 되는 말이 뭔데."


<아...귀찮아라... 이현도 없고.... 악!>


"...?"


<꺼져 이년아!>


저 멀리 들리는 또다른 목소리.


<이하님~>


<아 꺼지라고 수백 번은 말했다!>


<안 들려요~>


<젠장.>


그리고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상황파악을 하려는 류인 앞에.


휙-


"아...겨우 살았네."


"그럴거면 진작에 오지 그랬냐."


"이거 체력 소모 크다고..."


"야. 하나만 물어보자."


"어머. 고백 같은건 단둘이 있는 장소에서...악!"


듣다가 순간적으로 짜증나 이하의 머리통을 휘갈긴 류인.


"백귀야행 안 건드린거, 왜냐?"


"그야 당연히 난 친구 둘이랑 화 둘을 지키러...."


"야. 사키나."


"난 그딴 대화에 끼고 싶지 않다."


"지금 내가 얘를 팼다간 싸움나는거지...?"


"싸움 안나."


류인은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사키나를 쳐다봤다.


아니, 분명 엄청 팰텐데 싸움이 안 나다니.


"왜?"


"밖에 문에 청화 있잖아. 싸움 나면 걔 꼼짝없이 이하.....만나는 거고, 만났다간 니네 둘 다 언령으로 닥치는거지."


"......"


"역시 사키나~ 나도 이현 때문에 여기 못 왔잖아~ 만나면 안 되는데 어떻게 쳐들어오냐? 나도 이현 다치게 할 맘도 없고. 류인 넌 딸 잘 만나서 복받은거다~"


"....."


류인은 부정하진 못하겠는지 가만히 있었다.


"....왜 또 온거야?"


"응? 아 맞다. 할 말 있다고 해서 왔지."


"뭔데?"


"아, 그게....."


철면피를 두껍게 깐 이하가 우물쭈물거리자 더욱 궁금해지는 건 당연한 일.


사키나도 성격을 안 드러내서 그렇지 장난기가 많아 같이 궁금해하며 다가왔다.


"뭔데?"


"음....이현...한테 안 말할거지....?"


"알았어, 알았다고. 뭔데?"


이하는 여전히 꾸물거리다가 겨우겨우 말했다.


"내가...그러니까...결혼....할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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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8-27 20:35 | 조회 : 1,167 목록
작가의 말
히나렌

오늘 연재는 여기까지 입니다! 시간 날 때마다 들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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