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 여우의 꾀

11 - 여우의 꾀



이하는 지인을 냅두고 뒤로 물러나며 쓰러질 듯한 현을 부축하고 말했다.


"네가 하고 싶은게 뭐야?"


"....늑환은 지금 이현 옆에 없으니까 상관없어. 복수. 아마 그 말이 가장 적합할거야."


아. 늑환은 이현의 옆에 없으니까 상관없다라.... 조금 찔리네. 방금 죽이려고까지 했는데.


"누구한테?"


".....너한테 기대고 있는 애한테."


지금 이하의 부축을 받고 있는 애는 현. 지인의 말에 상당히 충격을 받았는지 꽤나 힘들어보였다.


"왜 얘한테 그래?"


"다들 걔네 편만 드니까."


"사실은 그 너 성폭행 한 놈한테 화내면서?"


"그럼....어쩌라고."


털썩-


지인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풀 데가 없다고.... 걔도 원인제공자잖아!"


"뭔 소리야? 얘는 아무것도 한게 없고, 게다가 그 일 하나 가지고 아주 애를 때려?"


"....."


"그래. 아무튼. 그... 너 성폭행 했다는 놈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나?"


"왜?"


"그냥 말해."


지인은 풀썩 앉은 이유도 까먹은 채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짜증도 내지 않고.


"음....노란 눈에다가.... 동공은 세로로 찢어져 있었고.... 초록색 머리카락."


"....그래. 잠시만."


이하는 어디를 가려는지 현을 먼저 달랬다.


"잠시만 있어."


"....그게.... 무슨 소리야? 넌.... 알고 있었던거야?"


"....미안해. 나중에 말할께."


이하는 끝까지 부정하지 못했다. 현과는 사이가 멀어지겠지만, 부녀간의 얘기는....


이하는 그 말을 하고는 옥상에서 뛰어내려 어딘가로 갔다.


지인은 웬일인지 무방비한 현을 냅두었다. 현 주위에 있는 이하의 요기 때문도 있겠지만, 지금은 이하가 뭘 하는지 더 궁금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이하는 손에 누군가를 들고 돌아왔다.


노란 눈에다가 동공은 세로로 찢어져 있고 초록색 머리카락을 가진 팔미호를.


그리고 그 여우를 지인의 앞에 던지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자, 상또라이 새끼야."


털푸덕-


"이, 이하님!"


"자, 기억나냐? 십 년 전에?"


"그, 그건 이미 용서해 주신걸로 압니다만..."


"말을 안 했을 뿐이지 용서한 건 아니야."


"그, 그런데 가, 갑자기 그 일은 왜..."


"네 옆의 여자애, 기억나냐?"


"...네?"


그 여우는 이하의 말에 자신의 옆에 있는 지인을 바라보았다.


그 여우는 지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놀라며 말했다.


"그, 십 년 전에...!"


"손가락질 하지마. 청화의 언니이자 네가 죄지은 사람이다."


"네, 네!? 청화 님의 언니요?"


그 말에 이하는 시선을 현에게로 옮겼다.


그리고는 다가가서 또다시 부축했다.


"얘야. 눈은 지금 감아서 증표는 안 보이지만."


누군가 자신을 부축해주는 손길과 익숙한 목소리에 현은 눈을 슬그머니 떴다.


".....이하...?"


"괜찮아?"


걱정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현을 보는 이하.


그 눈빛을 본 지인은 단번에 둘이 무슨 사인지 알아냈다.


그런데, 왜 이리도 아픈걸까. 솔직히 말하면 이하와도, 현과도 상관없는데. 좋아하는 사람은 늑환인데....왜. 이리도 아플까.


"......."


그런 지인을 보고 여우가 말했다. 머리속으로


{이봐 인간.}


"....?"


{소리내지 말고. 에전엔 미안했다.}


"......?"


이렇게 바로 사과할 줄은 몰랐는지 꽤나 놀란 표정의 지인.


{표정 드러내지 마. 이 말은 너한테만 들려. 차라리 생각으로 말해. 이하님과는 다른 경우로 있는 내 고유능력이야.}


'무슨 속셈이야?'


{너, 이하 님 좋아하지?}


'무, 무슨...! 난 늑환이란 사람이...'


{그러니까. 늑환 님이 이하 님이잖아.}


'...뭐?'


{너 진짜 몰랐냐? 그런데너 저 여자애 싫어하지? 그러니까 그냥...}


콰강-!


그 여우의 발치에 뮈가 날라오더니 터졌다.


"바보 새끼. 아까 지입으로 말했지? 나 생각 읽는다고. 그런데 그딴 짓을 하고 있냐? 넌 게다가 급기야 청화까지 죽일생각?"


"헉! 이, 이하 님. 그게 아니라..."


"지금 나 매우 곤란해. 이 자리에서 너무나 많은 것이 밝혀졌어. 류인이 현의 아빠란 것도, 그리고..."


이하의 손가락이 지인과 그 여우를 가리켰다.


"넌 복수하라고 얠 데리고 왔는데 일 꾸미고 있냐?"


"아, 아니 난 아직 대, 대답도 안 했고.."


싸늘한 표정의 이하에게 옆에 기대고 있던 현이 말했다.


"이하..."


"응?"


"알고 있었단 말이네, 그럼."


-지금 나 매우 곤란해. 이 자리에서 너무나 많은 것이 밝혀졌어. 류인이 현의 아빠란 것도, 그리고...


"'그리고'는 뭐야? 네 손도 그렇고."


"......."


"말해."


단오한 말투였다. 거절은 용납되지 않는단 듯이.


"........미안."


하지만 사이가 더 깨지더라도 말할 수는 없다. 더 이상 말했다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아파..."


"....?"


"아프다고..."


"야, 야! 너 왜 그래?"


휘익-


누군가가 이하의 품에서 현을 가로채갔다.


"너...!"


"미안, 이하. 내가 지금 나타나면 딸이 더 충격받을 것 같긴 한데 좀 그래서."


"......잘 달래줘. 나중에 불러."


"알았어."


류인은 현을 안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 뒤따라온 아샤카와 아케슈나.


".....이하."


"왜, 범아?"


".....무시하려 했는데 안 되겠다."


"....그러게."


"등 보여줘, 당장."


누가보면 남자끼리 무슨 짓이냐고 할 것이다. 바로 아샤카처럼.


"그게 무슨...!"


"쟤 봐라, 쟤. 태어난 지 20년 된거 당당히 증명하고 있다."


"그러게."


이하는 그 말을 하자마자 바로 등'만' 보여줬다.


정중앙에 있는 노란색 황(黃)자에 주위의 몽환적인 분위기의 꽃.


"언제부터냐?"


".....쟤가 태어난 해에."


이하가 가리킨 쪽은 놀라보이는 표정의 지인.


"그, 그건 내 등에도 있던...!"


"......젠장.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하크."


"...네?"


지인의 앞에 팔미호가 '하크'란 말에 반응했다.


"그 여자애 데리고, 귀신족에게 데려다 줘."


"갑자기 무슨.."


"황화(黃花)잖아. 귀신족에 데려다주라고. 나라고 화(花)를 건드릴 맘은 없어. 난 그게 너도 마찬가지일 거라 믿는다."


"그 말은... 이하님께서..."


"그래, 내가 반려야."


그 말에 아샤카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황화의 반려는... 무조건 귀신 아닙니까?"


"....난 하늘의 법칙이 통하지 않으니까."


돌연변이. 태어날 때부터 구미호였다. 그래서 옛날에 한때는 차별을 당한 적도 있었다.


".....그럼.... 이현 님은요...?"


"아아. 걱정 마. 그렇다고 이지인을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 아까 말했잖아. 하늘의 법칙은 상관없다고."


"야. 아무리 그래도 본인 앞에서 대놓고..."


"현이는 없잖아?"


"....한 마디로 청화만 모르면 된다?"


"역시 범이."


이 무슨 간단한 사고방식인가. 한 명만 모르면 끝나는 일이라니.


"그럼 이하 님, 같이 가시는겁니까?"


"하크, 머리가 돌았어? 내가 왜?"


"그야 반려시니까..."


"참나. 너 아주 좋아라 웃고있다, 속으로."


"그럴리가 없지 않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왕을 보내는건데..."


탕-


하크의 머리가 곧바로 무언가에 맞았다.


"미친 새끼. 내가 말 하랬어, 말랬어? 아... 젠장. 오늘 기분이 참 뭣같네. 너 자. 범이 빼고 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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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8-27 20:34 | 조회 : 1,159 목록
작가의 말
히나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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