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 페니스

09 - 페니스



"저기, 이하? 좀 떨어지는게..."


갑작스런 백허그로 상당히 당황한 현이 말했으나, 장난기 많은 이하에게는 역효과.


오히려 이하가 더 달라붙으면서 말했다. 목 사이로 고개를 넣으며 파란 눈동자로 현을 쳐다보며.


"왜?"


이 여우, 지금 나를 놀리고 있다!


"으... 일단 좀 떨어지라니까."


말은 그렇게해도 실제로 언령까진 쓸 생각은 없다는 걸 이하는 금방 알아챘다.


그리고 이하가 입을 열자마자.


"미안. 지금은 곤란하네."


킹-


단단한 두 물체가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


지인이 요기로 압축된 칼을 들고 덤비다가 이하의 결계에 막힌 것.


이하와 나의 주위에는 지금 한 파란 둥근 막이 있다. 아니, 파랗다기보다는 허공에 드문드문 파란색이 있었다.


"이 주위로 나가지 마. 그럴 확률은 적겠지만 결계가 깨질지도 모르니까 내 옆에 붙어있고."



* * *



한편 어딘가로 꺼진 류인, 아샤카, 적란 현재 그들이 있는 곳은 백청산.


"왜 항상 꺼질때마다 백청산이지?"


매우 사소한 걸로 의문을 품는 류인의 뒤로, 아케슈나가 다가와서 말했다.


"그야 내가 데리고 와서지. 니네 그대로 꺼졌다간 인간들이 뭐라고 하겠냐? 도시 한복판에 떨어질텐데 상처도 안 입고."


"어? 아케슈나 님!"


"하... 그 호칭은 날 부를때마다 바뀌는거냐?"


"그냥 기분에 따라 달라요."


"그래, 마음대로 해. 그나저나.... 이하는 없냐?"


아케슈나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이하가 없자 물었다.


"네. 걘 귀를 막어서 못 들었어요."


"뭔 개소리야? 언령이 말이라고 만만히 보이냐? 귀로 듣는게 아니라 머리에 주입하는거야."


"....네? 그럼 이하는 왜..."


"......야, 류인."


왜 그런지에 대한 대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갑자기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놀란 류인이 생각하다 말고 대답했다.


"네?"


"너 딸 뺏기게 생겼다. 거기 하이렌 아들도."


"그게 무슨...?"


"너도 쟤 못지않은 둔치였구만. 사돈 남말할 처지냐?"


아케슈나가 아샤카를 가리키며 말했다.


중간에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아샤카도 집중해서 들었다.


"그 현이란 애가 무의식적으로 능력 조절한거젆아. 킥킥."


"......후... 아직 18살밖에 안 됬는데."


".......그냥 포기할까 싶습니다만."


"어라? 너 생각 외다?"


"반려님이 선택하시는건데 뭐.... 게다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요."


"역시. 성격은 하이렌 닮았네."


류인이 그런 아샤카를 보면서 말했다. 항상 예를 갖추고 긍적적으로 생각하던 하이렌. 정말 그녀와 닮았단 생각이 든다.


"킥킥. 아, 진짜 웃기다."


"뭐가 재밌다고 웃으세요?"


"니네가 속았단거에."


"....네?"


다시 한 번 놀란 류인과 아샤카. 속았다니, 누구한테?


"이하도 알고 있지. 귀 막는다고 해결 안 된다는 것을. 자기도 예전에 당해봤으니까."


"네? 꽃끼린 고유 능력 중복 안 되잖아요. 요괴 중에 그런 강력한 능력을 가질 자도 없고... 게다가 이하는 알고 있었는데 도박한다 치고 한 거라구요?"


"이럴 때만 눈치 백단. 딸 일에는 둔치구나."


"예전에도 언령 쓴 자가 있었어요?"


"아마, 그랬을거야."


"'아마'라니요?"


"듣기만 했거든. 이하한테서. '페니스'의 존재를."


"그게 누구예요?"


궁금한 건 못 참는 류인에게, 아케슈나가 말했다.


"약 4500년에 시작한 요괴들의 왕위 쟁탈. 시합으로 이긴 요괴가 왕이 된다고 알려지긴 했는데, 그 사이에 한 단계가 있어."


"뭔데요?"


"'페니스'의 선택이 필요해. 그에게 허락받지 못하면 왕이 될 수 없어."



"'페니스'가 누구길래 그런 선택은 할 수 있는겁니까?"


"나도 몰라. 왕이랑 이하, 둘만 알았거든. 아마 이하가 더 잘 알껄?"


"흠....쳇! 나한테는 안 알려주고."


"시끄러. 그나저나....적란은 왜 여깄냐?"


아케슈나는 저멀리 땅바닥에 박혀 기절해있는 적란을 가리키며 말했다.


"쟤가 현이 목 졸라서 현이가 꺼지라고 했거든요."


".....킥킥. 자살도 방법은 많은데 하필 저런 방법을.... 안 죽은게 다행이네. 아, 이현한테가 아니라 너희 셋한테."


굳이 '너희 셋'이 누군지는 자세히 설명 안 했지만, 이들의 사정을 아는 모두가 알것이다.


사각관계 중 세명임을.



* * *



등에 이하의 숨결이 느껴진다. 으아아악! 나 지금 위험한 것 같아!


"이...하?"


"왜."


"좀 떨어지라니까."


내 말에 이하는 눈을 한번 껌벅거리더니 나를 갑자기 안고는 말했다.


"또 공격하면 어쩌려고?"


"그래도. 일단 좀 떨어지는 게...."


"그렇게 싫어?"


초롱초롱 스킬이 시전되었다. 난 이것을 이길수 없다.


하지만 이번만은....


"안돼! 내려줘!"


"쳇. 그래도 불안하니까..."


이하의 얼굴이 점점 내게 다가오더니 그의 입이 부드럽게 내 이마에 닿았다.


내가 충격을 더 먹기도 전에, 왠지 아쉬운 이마키스가 끝났다.


그리고 뒤이어 들려온 이하의 말.


"왜, 아쉬워?"


내가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참 이지인이 쳐들어오기 잘한 것 같다.


그래도, 중요한건 지금이지.


"아, 아니거든!"


내가 봐도 전-혀 설득력이 없는 소리였다. 홍당무처럼 빨간 얼굴로 저런 말을 하니.


이하는 빨개진 내 얼굴을 보고는 싱긋 웃었다.


위, 위험해! 지금 아주, 많이!


"한동안 내 요기가 널 감쌀거야. 여우의 요기니까 너에게 해가 되진 않을거야."


"그, 그런데 가, 갑자기 왜..."


"흐음~ 솔직히 말하면 방법은 상관없어. 솔직히 손을 잡고만 있어도 되거든."


"그, 그럼 왜..."


이하는 내 말에 아주 기쁘다면서도 약올리듯이 웃으며 말했다.


"왜, 또 하라고?"


"시, 시끄럿!!"


그런 그 둘을 보며 지인이 생각했다. 아, 정말로 난.... 그렇게 필사적으로 했는데.... 나는 항상... 쟤한테 뒤쳐지는거야?


'내가 뭐가 쟤보다 못났다고! 내가 왜! 나는 쟤 때문에 무슨 꼴을 당했는데....'


"거기, 계약자."


".....?"


"무슨 일을 당했던거냐, ㄷ대체?"


이하의 말을 들은 지인이 갑자기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하! 너도... 이현은 기억하고 난 기억하지 못하는거냐?"


"무슨 말이야?"


"그래, 말해줄께. 그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 * *



류인은 그때 나와 현이를 데리고 어디로갔다.


그리고 가는 도중에 한 요괴가 다가왔다. 꽤나 모습이 흉측했다.


비명을 지르지 않은게 다행이지.


"류인 님. 이 두 명은 누굽니까?"


"내 딸이랑 그 언니."


"...네?! 벌써 이나(백화)님이랑.... 툴툴거리시더니 결국 했군요?"


"뭐래니. 리크샤 딸이야. 정신있는 쪽은 내 핏줄 아니고."


"아, 그러세요... 그나저나 정신있는 쪽이라면.... 얘요?"


그 요괴가 날 가리켰다. 헉, 알고 있었던건가?


"어. 현이한테 잘 대해주는 것 같더라고. 둘 다 보내게. 솔직히 죽일까 했지만....뭐. 현이 언니라는데."


나는 이때 정말로 현이가 내 동생인 것에 감사했다. 그런데 현이가... 당신 딸이라고?


"흠. 그럼 언제 돌려보내실 거죠? 이나 님이 아시기 전에 보내야할텐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하필이면 현이가 늑환이랑 만났다고!"


"그 돌연변이랑 만나서 큰일 나는것도 아니고 왜요?"


"그렇긴 한데... 현이도 보통 애는 아니잖아? 게다가 반려도 안 나타난 것 같은데 그러다가...!"


"....."


아무나 그 자리에 있었다면, 모두 그가 팔불출이라 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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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8-27 20:33 | 조회 : 1,212 목록
작가의 말
히나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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