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 사각관계

08 - 사각관계



"....한 마디로 사각관계?"


"역시 범이, 눈치 빠르네?"


"왜 사각관계죠?"


아샤카는 이하가 현을 좋아하는 건 이미 포기했는지 말했다.


자신과 현, 이하만해도 삼각관계인데 왜 사각관계지?


"역시....이하, 알고 있었지?"


"내가 너를 용서한 이유 중에 하나지."


"흠... 그거 꽤나 기분 나쁜데?"


"팽팽 돌려서 말하지 말고 말하십시오."


"여기. 너, 나, 이현, 류인."


"류인 님은 왜....?"


"화는 핏줄로 이어진다. 핏줄이 없으면 무작위. 그리고 이번이 먼 처음있는 경우지. 화가 씨앗을 낫는건."


"......?"


아샤카는 여전히 모르겠단 표정. 이하는 한숨을 쉬더니 답했다.


"리크샤랑 류인 사이에 딸이 이현이라고!"


십 년 전에 류인이 지인과 현을 데리고 갈 때, 들렸다.


"으으.... 현이가 어쩌다가 하필 늑환이랑 만난거야! 리크샤가 지옥에서 살아돌아오겠다.... 현아, 네 아빠 어떡하냐...."


그 말을 들은 류인이 움찔거리면서 자리를 피하려 했으나, 뒤이어 날라온 이하의 직격탄.


"상당히 팔불출이더라."


"큭...! 킥킥. 류인, 너 진짜....!"


"이익! 사신 님까지..."


"이젠 길어서 줄여 사신이라 하냐? 그냥 백호라 불러. 사신이 몇 명인데. 그나저나...아 진짜 생각만 해도 웃기다."


"내가 너한테 주먹을 날린 이유가 그거지."


"....?"


뜬금없이 이하가 한 말. 갑자기 뭔 말이지?


"넌 네 딸이 가정폭력 당하는데도 모르고 놀고 있냐? 십 년 전에 걔 언니한테 무슨 짓 했어? 당장 불어."


이하는 웃고 있었지만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아샤카 역시 그랬고.


"하하...그냥 애들이 궁금해하길래 넘겼는데?"


"......"


".......즉, 너도 모른단 말?"


끄덕끄덕-


".....그런데."


아샤카 역시 한숨을 쉬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반려님은 이걸.... 알고 계시는겁니까?"


"......."


'반려님'이란 말이 나오자마자 어두워지는 두 남자의 표정.


"다 알게되면.... 죄책감이 많지 않을까? 아무리 류인과 리크샤가 한 일이어도...걔 생각외로 착하거든."


"'생각외로'라니. 원래 착해. 감추는 것 뿐이지."


"....그래, 그렇다치고. 그나저나, 야, 범이."


"왜."


"....아니다, 그냥."


"말해."


"나중에... 나중에.. 시간이 된다면."


이하는 그러면서 남몰래 자신의 왼쪽 손을 바라보았다.


반투명해서 손 너머의 풀색까지 보이는 상황.


"소원 하나는 이뤄야 할텐데..."


"소원? 사신으로서 닿는 범위까진 들어줄께."


"됐어. 나도 못하는데 네가 어떻게 하겠니."


"윽...! 그건 그렇지만!"


"게다가 이건 내 힘으로만 하고 싶어서."


"흠... 네 뜻이 그렇다면 말리지 않겠는데, 고민은 털어놔. 류인한테도, 나한테도."


"...."


이하는 속으로 이 말을 삼켰다.


'너희에게 말했다간, 모든 것을 알게 될 현이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


나를 그때 구해준 아이.


버려진 나에게 작은 호의로 손을 내민 그 이이는 어느새 내 안에 크게 자라있었다.


'내가 너 좋아한다고, 이현. 네가 날 보지않아도, 계속 기다릴거라고. 그러니까 제발.... 너만은 다치지 말아줘.'



* * *




그 세 여우와 백호가 떠드는 사이, 한 여자아이는 자신의 방에서 놀고 있었다.

그리고 창문 주위의 커튼이 펄럭거리고, 한 사람의 형상이 나타났다.

"넌 뭐야? 꺼져."

"입이 험하네. 난 여우 일족 수장 중 한 명인 적란. 나와 계약은 하지 않겠어?"

"뭐라는 거야? 꺼지라고."

그 여자는 나에게 다가오더니 내 턱을 꽉 쥐고 말했다.

"넌 할건지, 안 할건지만 대답하면 돼. 알겠어?"

"흥! 하면 뭐가 좋은데?"

"꽤 많은 사람들이 널 두려워하게 될거야. 인간이란 힘을 조금만 줘도 떠는 종족이니까. 나와 계약하면, 큰 힘을 얻게될 거야. 네가 하고 싶은건 뭐든지 할 수 있어."

"흐음.....내가 할 수 있는대로 할 수 있다?"

"그래."

"할께. 계약 하나로 그게 가능하다니. 다들 인생 헛살고 있구나."

"그럼 계약의 증표를."

붉은 바람이 휘날리더니 나의 귀 뒤쪽에 안착했다.

"나는 홍의 구미호, 적란이라 한다, 계약자."

"....지인, 이지인."



* *



그 여우 셋이 학교로 왔을 때, 현은 반에 없었다.


덕분에 세 남자가 충격을 먹었고.


"어디 간거야?!"


"으아아악! 현이 어떡해...."


"설마 그 사이에 사라지실 줄은.."


"....?!"


갑자기 이하가 놀라더니 어딘가로 뛰어갔다.


"야! 너 어디가!"


아샤카와 류인 둘 다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는 이하를 뒤따라갔다.


이유없이 그럴 녀석이 아니니 뒤따라갈 수밖에.


이하가 간 곳은 예전에 아샤카가 자신의 정체를 밝혔던 학교의 옥상.


"적란..."


"돌연변이?"


"그리고.... 걘 네 계약자냐?"


적란과 비슷한 기운을 풍기고 있다. 계약자인 것 같은데, 어쩌다 인간이....


"이현의 언니라 해. 얘가 살아있을 줄은 몰랐네."


"너....!"


눈 앞의 보이는 광경은 십 년전 그 꼬마와 현. 그리고 붉은 구미호 적란의 꼬리 중 하나가 현의 목은 조르고 들는 광경.


"흐음~ 얘 학교 그만두겠단 거 알리려다가 만났어. 네가 그 돌연변이구나?"


"아끼는 것 같았는데, 왜 변한거지?"


"그래. 그땐 아끼긴 아꼈어. 그런데..."


덜컹-


그때 들어온 류인과 아샤카.


"네가 날 요괴들 틈에 그냥 버리느라, 내가 무슨 꼴을 당했는지 알아?!"


지인이 류인을 가리키며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모르는데."


하지만 들려온 대답은 절망적.


"뭐!?"


"아니 내가 한 것도 아닌데 왜 나한테 그래. 정 그러면 내가 그 애들 소개라도 시켜줄까? 아, 현이는 먼저 좀 나줘라."


"싫은데?"


둘의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는데, 가만히 목을 졸리고 있던 현이 입을 열었다.


"이런 개같은 새끼가 다 있나! 가만히 있으니까 아주 만만히 보이지? 이유라도 말해야 가만히 당해주지! 당장 나 놔라, 구미호."


"......흠흠."


류인은 헛기침을 내뱉으면서 모르는 척 하려고 했다.


자기가 키우진 않았지만 성격이 저런 건 유전일 테니까.


"킥킥. 역시 이현이네."


"이하?"


"그래. 네 덕분에 꺼졌던 여우 세 마리다."


"와우. 구미호 다섯 마리 중 네 마리가 여깄다니. 아무튼, 적란. 이거 풀어."


"싫은데?"


매우 약올리는 표정을 하며 적란이 현을 쳐다봤다. 그것이 자신의 황천길을 가게 할 줄은 모르고.


빠직-


참다참다 결국 화산이 분출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하는 그 조짐을 눈치채고 아샤카와 류인에게 말했다.


"너희, 귀 막아."


하지만 갑자기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하고 이하를 쳐다보는 두 여우.


이하는 귀를 막고 말했다.


"또 꺼지기 전에."


결국 이하의 말대로 실천하지 못한 둘. 그리고 그때, 이하가 예상했던 그것이 정확히 날라왔다.


[닥치고 꺼져, 여우새끼야.]


휘이이잉-


"쯧쯧. 내가 그러게 귀 막으라 했지. 아직은 쟤가 능력 조절 못해서 주위 여우들 다 당한다고."


이하가 저 멀리 날라가는 류인과 아샤카를 향해 말했다.


그리고 류인의 외침이 들려왔다.


"진작에 자세히 말해주던가!!"


"말은 해줬잖아?"


"그게 어딜봐서!!!"


"으....쟨 지가 안 쫓겨내고지가 쫓겨나나."


이하가 이미 저멀리 나라간 류인을 향해 혀를 차며 말했다.


"후... 이현?"


"넌 안 날라갔네?"


현은 이젠 어느정도 자신의 능력을 파악했는지 말했다.


"아아. 네 행동은 예측하기 쉬운 편이니까. 언령이니까 귀만 막으면 돼. 문제는 네가 뭘 할지 알아야 한단 거지."


"넌 예측했다고?"


"내가 생각도 읽는데 네껄 못 읽겠냐. 청화라 그런지 약한 것 같긴 한데."


"아. 그런데...."


현은 남아있는 지인을 바라보았다. 지인은 여우가 아니니 여전히 남아있다. 단지 계약자일뿐.


"할 말이라도 있어?"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지인이 악에 뻗쳐서 말했다.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하자, 말은 당당히 해도 주춤하는 현을 보고는 이하가 한숨을 쉬더니 자신쪽으로 현을 당겨서 자신의 품에 안기게 했다.


"!! 이...하?"


"하..말은 당당히 해도 주춤하면 어쩌잔거냐. 진짜 어리네."


"그거랑 무슨 상관인데!"


"나이들면 자기가 뭘 해야하는지 정도는 알아. 지금은 말이야.."


이하는 현을 더욱더 자신쪽으로 끌어당기고는 말했다. 현의 귀에 가까이 대고선 작게.


"뒤로 물러나지 말고 지금까지 못했던 말이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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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8-27 20:32 | 조회 : 1,326 목록
작가의 말
히나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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