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 봄의 시작

07 - 봄의 시작





"......"


"......."


이게 본 성격이군.


류인도 꽤나 놀란 표정이네.


"하하. 8살인데 말이 상당히 거칠네."


"정신연령은 16살이거든? 태어날 때부터 8살, 지금까지 8살. 16살이다."


".......베짱도 대단하네."


"허... 저리 가. 흠... 그런데 익숙한 기운이 나네."


"....?"


"....."


익숙하다니.... 청화라 그런건가? 아니, 그럼 나한테도 똑같은 반응을 보여야 하는데.


"류인."


"....?"


"아까 말했잖아. 시간 준다고. 애도 싫어하는 것 같은데 가지?"


".....그럼 2시간 뒤에 올께. 나도 억지로 뭐 시키는 건 싫다고. 특히 어린애한텐."


"...그거 다행이네."


"그나저나, 네 옆에 엎드린 여자애 좀."


청화라면 몰라도, 쓸모없는 여자애는 왜?


"내 언니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언니? 네 언니?"


"그런데."


"흠....그럼 걔도 이따가 데려갈께. 같이 올 줄은 몰랐는데...."


그가 나가면서 조용히 말하는 것이 들렸다.


네가 보냈구나.


다시 어색한 침묵이 도는 이곳에,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너 말 꽤나 심하게 하더라?"


"......내숭 떠는거지, 뭐. 할 말은 하고 사는 타입이라."


"......어린애가 아니라 욕설하는 미친 여자 같은데."


"대놓고 말하지 마."


그리고 2시간 동안, 헌과 꽤 친해졌다.


류인이란 자가 오기 얼마전, 현이 나에게 물었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글쎄. 보다시피 묶여있어서."


나는 내 양팔에 묶여있는 족쇄를 보여주며 말했다.


"어차피 다시 만나도 못 알아볼 것 같네. 모습이 안 보여. 눈 빼고."


"눈까지 보이는 거면 엄청난 건데. 아무튼, 다시 만나긴 힘들거야. 언제 나갈지 모르거든."


"......만날 수 있으면 만나자."


"된다면. 네가 늙어 죽은 후에나 보려나..."


말은 한없이 차가웠지만 속은 정반대였다.


네가 죽기전에, 한번은 보고싶다.


[다시 보자, 꼭.]


그 순간, 몸이 종속되는 기분이었다.


아, 이게 네 능력이구나.


그렇다면.....


그때 류인이 들어와서 현과 여자애를 데리고 갔다.


차가웠던 나의 겨울에, 봄을 가져다 준 너.


다시보자, 꼭.



* * *



그리고 몇 개월 후.


류인이 갑자기 들어왔다.


"....?"


"나가."


다짜고짜 류인이 내뱉은 말은 그거였다. 나가라니.


".....무슨 소리야?"


"왠지 불길해서."


".....?"


"빨리 나가라고!"


류인은 내 손의 족쇄를 풀어주더니 백귀들 몰래 나를 본가 문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꼭...잘 지내야 한다."



* * *



"이하, 너...알고 있었냐?"


"어."


"....."


상당히 어두운 류인의 표정.


그리고 모처럼 진지한 분위기에 한 눈치없는 구미호가 끼어들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늑환 얘기입니까?"


류인과 이하의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아샤카를 보았다.


"이런 둔치."


"...?"


"내가 늑환이라고. 어?"


".....네? 늑환..이요? 그러고보니....들은 것 같기도..."


"내 이름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는데, 2000년 전이라면 몰라도. 날 알아?"


2000년 전 이후로 인간세계에만 있어서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 일 이후의 생존자도 거의 대부분 나란 존재도 모르고.


"아...그 어머니께서 가끔 말씀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


"네. 저희 어머니 아시나요? 그... 하이렌라고..."


"....뭐?"


백호, 류인, 이하 모두 그 말에 아샤카에게 달려들어선 말했다.


"하이렌? 걔가.... 어떻게 아직까지 살아있지?"



* *




여우 역시 구슬에서 태어난다지만 그 구슬은 남녀 한쌍에게서 태어난다.


그 구슬은 인간처럼 여자의 뱃속에서 태어나는데, 인간과 달리 뱃속에 있는 시기는 제각각이다.


둘 다 여우면 태어난 여우는 순수한 여우.


한쪽만 여우라면 반쪽짜리 여우.


그리고 그 반쪽짜리 여우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단명이다.



* * *



"왜...왜요? 제 어머니가 무슨..."


"걔 살아있어? 인간인데? 너까지 낳고?"


속사포로 이어지는 그 셋의 말.


"잠깐만요!"


질문 세례를 받다가 결국 버티지 못한 아샤카가 외쳤다.


이대로 있다가는 아무것도 못할 거라고 생각하며.


"제가 먼저 질문하죠. 제 어머니가 왜요?"


"흠....아까 말했지? 2000년 전의 왕이 한 여자 살리려고 희생했다고. 그 여자가 하이렌이야."


"....설마요. 동명이인 아니에요? 2000년이나 지났는데."


"솔직히 말하면 너, 몇 살이냐?"


"....구슬에서 태어난 지는 얼마 안 됬습니다. 한.... 20년?"


"......"


"........"


잠시 동안 이어진 침묵.


20살 꼬마가 구미호니 당연한 거겠지.


"도대체 어쩌다 너란 놈이 현이 반려가 된거지? 하늘이 미친거야?"


"이하, 아무리 그래도 욕은..."


"넌 몰라도 난 하늘에 종속되지 않아. 그러니까 욕해도 돼."


"....."


"하...따박따박 대들기에 나이는 꽤 있는 줄 알았더니 20년? 넌 두 살 때 구미호가 됬냐, 그럼?"


"그렇죠...."


".....하이렌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있는거지?"


하이렌이 아무리 한때 요괴세계의 왕의 반려라 해도 근본은 인간.


그런데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살아있고 애까지 낳았다니.


"....여우구슬..."


"...뭐? 범아?"


"여우구슬. 만병을 없애주고 엄청난 힘을 가져다준다.... 인간은 육체가 쇠약해져 죽지. 하지만 여우구슬을 먹었다면...."


"......진짜로 , 그 자식 미쳤었네."


자신을 희생하더니 이젠 여우구슬까지 줬단다. 정말 미련한 친구.


남은 이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게.... 자기가 죽고 요괴들은 어떻게 될 지 생각하지 않았나봐.... 그래도 예전에는 여우들이 다 왕이었는데.... 여우들이 무능하다 생각했나 봐?"


"그런데 너도 여우잖아. 그런 여우가 백귀야행의 주인이라니. 애들은 납득한대?"


"아까 말했잖아.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난다고. 내가 백화를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러고보니 왜 그런거죠? 제 반려님도 그렇고 류인님도..."


"......자, 어디까지 얘기했었지?"


류인은 자신에게 질문이 날라오자 갑작스레 웃으며 화제 전환을 했다.


이럴 때 보면 참 그를 말로 이길 사람이 없을 것 같단 말이야.


".....그래, 이 얘기 하려고 온 건 아니니까."


이하가 기껏 맞장구 쳐주는데....


"'온'게 아니라 '꺼지게 된'거지."


".....그러고보니 반려님 능력이 뭐기에 셋다 '꺼진'거죠?"


"언령이야. 나도 십 년 전에 걔한테 당했어."


"언령이요?"


"말로 명령을 내린다. 특히 여우들에겐 잘도 해당되잖아."


"......무서운 능력이네요."


"....나도 몰랐는데, 이하 넌 어떻게 안 거야?"


"십 년 전에 감옥살이 하다가 당했다고."


"아, 맞다.....가 아니라. 그럼 그때 그 언령으로...!"


"왠지 그 교장이 학교에 입학시키는 이유가 있더니만. 휴.... 야, 우리도 돌아가자. 여기에 죽치고 앉아있으면 뭐해? 다 같은 학굔데 또 만나겠지."


이하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는데.


탁-


"....?"


류인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


"왜."


"자진해서 감옥살이 했다면서 난 왜 때렸니."


"아. 너한테 잘 보여야 하긴 하는데, 그때는 정말 화나더라."


"그러니까 왜."


그 말에 이하가 씩 웃으며 말했다.


"현이가 정말 좋아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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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8-27 20:31 | 조회 : 1,178 목록
작가의 말
히나렌

저런 팔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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