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 화(花)

03 - 화(花)



"요괴?"


"응. 받아들이긴 힘들지?"


"아니 별로... 예전에..."


'늑환도 사람같진 않았어. 류인이란 자도...'


"자세히 설명해줘."


"알았어."



* * *


요괴.


전설 속에 나오는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존재.


꽤 여러 종족이 있다.


그 중 가장 강한 종족은 백귀야행.


요괴 상위 아홉 종족 중 가장 강한 족이다.


요괴는 상위 아홉 종족, 그리고 나머지는 그냥 알아도 되고, 안 알아도 되는 종족이다.


그런 떨거지 중에도 약자가 있다.


여우는 요괴들 중에서 꽤 약자에 속한다.


여우 요괴는 100년간 요력이 가득 담긴 한 동그란 구슬에서 태어난다.


그리고 900년간 살생을 하지 않으면 구슬에서 100년, 태어나서 900년을 합쳐 1000년을 살면, 구미호가 된다.


구미호가 되면 엄청난 능력을 가진 여우구슬을 가지게된다.


여우구슬을 가지게 되면 강한 힘을 얻고, 인간이 그것을 몸안에 두게 되면 만병을 없애주고 웬만한 요괴보다 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여우 요괴가 약자에 속하는 이유는 여우의 평균 수명이 짧기 때문.


예전에 여우구슬을 가지게 된 한 여우가 요괴들 중 강자에 속하는 열 족 중 한 족에게 화가 나서 단신으로 덤벼든 적이 있는데, 그때 여우구슬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깨달았다.


단신으로 가서 그 종족을 다 없애버렸으니까.


그래서 지금은 아홉 종족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 여우의 힘을 두려워한 나머지, 요괴들이 여우구슬을 가지기 전에 다 죽이거나 자신들에게 복종하게 하였다.


강한 힘을 가진 요괴는 인간세계로 가는 길을 열 수 있는데, 여우들은 힘이 약해 인간세계로 갈 수 없다.


현재 알려진 여우 족의 구미호는 세 명.


붉은 여우, 적란. 검은 여우, 초아. 파란 여우, 류인.


셋이 여우들을 다스리고 있으며, 그들이 살아있는 이유는 백귀야행에게 아첨을 떨고 아부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신들 아래의 여우들에게는 잘난 척을 하고, 험하게 대한다.


그리고 백귀야행에게 달라붙어 나머지 종족들도 무시하고 하대한다.



* * *



"요괴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여우 얘기를 한다는 건...."


"내가 여우니까."


곧바로 이하의 모습이 변했다.


파란색이 섞인 하얀 귀와 꼬리가 생겨나고, 옷은 한복으로.


"흠... 백귀야행이라고? 그리고 류인?"


"뭐 아는거 있어?"


"....나중에, 나중에 말해줄께."


10년 전, 늑환이 그렇게 말했다.


-여긴 백귀야행 본가.
-류인.


그리고 이하와 늑환이 했던 말.


청화(靑花).


"그럼 청화(靑花)는?"


이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래도 내가 심하게 궁금하단 눈빛을 보내자, 결국 알려주었다.


요괴가 생각보다 오래 못 버티네.


아님 얘만 이런건가?



* * *




화(花).


세계에 단 다섯 명 밖에 없는 존재.


청화(靑花).


황화(黃花).


적화(赤花).


백화(白花).


흑화(黑花).


화(花)들은 모두 반려와 호위무사, 한 명씩 가진다.


반려는 하늘이 점지해주고, 호위무사는 화(花) 자신이 정한다.


또한 태어날 때부터 8살의 모습으로, 정확히 8살이 되었을 때부터 보통 인간처럼 성장한다.


그리고 각 화(花) 마다 특징이 있는데.


화(花)들은 대체적으로 기본 능력과 한 가지 자신만의 능력을 가진다.


기본 능력으로 간단한 결계, 방어, 공격, 치유를 할 수 있고 선천적으로 한 가지 능력을 타고난다.


청화(靑花)는 여우족과 관련되어 있다. 반려는 무조건 여우. 호위무사는 상관없다. 그리고 정해진 반려는 구미호가 아니더라도 반려로 인정되는 순간, 즉 청화가 태어났을 때 푸른 색으로 변하고 구미호가 된다. 그리고 청화의 증표가 생긴다.


황화(黃花)는 귀신족과 관련되어 있다. 반려는 무조건 귀신. 호위무사는 상관없다. 그리고 정해진 반려는 황화가 태어나는 순간 몸에 금빛이 감돌고 황화의 증표가 생긴다.


적화(赤花)는 도깨비족과 관련되어 있다. 반려는 무조건 도깨비. 호위무사는 상관없다. 그리고 정해진 반려는 붉은 도깨비가 되고 적화의 증표가 생긴다.


백화(白花)와 흑화(黑花)는 쌍둥이. 둘은 백귀야행과 관련되어 있다. 호위무사는 상관없다. 그리고 정해진 반려 둘 다 백귀야행의 주인. 문제는 백귀야행은 많은 종류의 요괴가 모인 한 강력한 일행. 무슨 종족이든지 상관없다는 뜻이다. 백귀야행에 포함되어만 있다면. 그리고 백화는 흰색, 흑화는 검은색의 징표가 나타난다. 반려의 색은 변하지 않는다.


각 화는 오직 관련된 족에만 능력을 쓸 수 있고, 각자 징표가 생긴다.



* *



"흐음, 내가 그중에 청화?"


"어. 네 왼쪽 눈의 그게 증표야."


"흐음.... 그럼 내 능력은 뭐야?"


"나야 모르지. 본 적이 없는데. 지금은 그거 말고 너."


이하가 갑자기 날 가리키며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할거야?"


"글쎄...."


언니도 나를 싫어하고 이젠 버려지기까지 했다.


이젠 학교도 못 갈거다. 교육비도 없고.


"고아원에 가야 하나?"


"무슨 고아원이 다 큰 18살 여자애를 거둬주냐?"


"그것도 그렇네. 흠... 그럼 어떡하지? 이젠 학교도 못 다니잖아."


학교라도 다니면 기숙사에서 생활해도 되는데 어찌 일이 이리 꼬이는지.


게다가.... 별로 여우랑은 같은 집에서 살긴 싫은데.


딱-


"악!"


이하가 갑자기 내 머리를 쳤다. 난 진지한데 넌 네 일 아니라고 장난만 치지?


"으이구. 왠지 이상하게 요괴에 대한 거 잘 받아들이나 싶었더니 꺼림칙하긴 했나보지?"


"헉! 너 생각도 읽어?"


"표정에 다 나온다."


"솔직히 안 꺼림칙하면 이상한 거 아니야?"


"그건 인간기준. 너 혼혈인거 알아? 게다가 청화니까 인간이라고 해야하는지도...."


그래, 청화니까 인간에 가깝지 않다는 것은 알겠다. 화(花)라면 요괴들 틈에 있을테니까.


하지만 혼혈이란 것은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다.


"혼혈?"


"요괴들은 각자 기본적으로 자신만의 기운을 타고나. 요괴들 기운을 줄여서 요기라 하지. 그런데 너는.... 요기가 풍기긴 한데 약해. 게다가 순수한 요기가 아니라 무언가 다른게 섞여있단 기분.... 인간이 요기를 풍기는 것도 이상하고, 그 요기가 순수한 게 아니란 것도 이상해."


확실하지도 않으면서 그냥 혼혈이라고 단정짓다니.


이렇게 내 정체성이 흔들리는 건가.


"확실하지도 않잖아!"


이럴땐 분명히 해둬야 한다. 왜 그런건지.


"아니.. 같은 종족끼리는 뭔가 느낌이 오거든? 네가 딱 그래서."


"그래서. 내가 여우 혼혈이다....?"


"응."


"네 감이 틀린거면?"

".....그러고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


얼씨구. 여기 진정한 바보 납셨네.


나이가 많다고 머리가 좋다는 것이 아니란 것을 나는 이제서야 깨달았다.


아니면 이하가 요괴들 기준으로 어린건가?


"너 몇 살이야?"


"흠. 구미호니까 많지 않겠어? 대부분 여우들 평균 수명은 600년이니까 구미호인 것 만으로도 나이 많은거지."


"그건 여우 기준아니야? 요괴기준으로."


"흠.... 그건 잘 몰라. 내가 만난 요괴는 대부분 여우인데다가 다 나보다 어려서."


한마디로 전혀 모른단거지?


"그래. 그럼 정확한 네 나이는?"


"삼천 살 이후로 안 셌는데?"


쿵-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다.


삼천살~? 아니, 그 이상이잖아!


"헉. 넌 그런데 왜 학교와서 학생짓 하냐?"


"아... 그건 뭐.... 요괴세계에는 못 있고, 산에만 있는것도 지겨운데.... 거리에 돌아다니는 애들 옷 따라했다가 잡혔어."


".......아니, 그것만으로 전학 처리가 가능해?"


"아. 거기에 요괴 한 마리가 교장으로 있더라고. 나 보더니 그냥 해주던데?"


".....너 요괴세계에서 조폭이었냐?"


요괴들도 자존심이 있을텐데, 보기만 해도 들어준다고?


그것도 말하지도 않았는데?


그리고 조금만 생각해도 이런 여우가 학생짓을 할 리가 없다고 알 수 있을텐데?


지금까지 이하와의 통하여 알게 된 것은 하나였다.


'요괴들은 무식하구나.'


한창 심도있게 생각하여 내릴 결론이 사실임을 확인하고 있을때.


"야."


"왜?"


"그런걸로 따지면 너도 혼혈이니 무식하지."


"아, 그렇구....생각 못 읽는다며?"


"내가 언제?"


맞는 말이긴 했다. 이하는 단 한 번도 생각을 읽지 못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애매하게 대답했을 뿐.


"....나 낚인거?"


"낚인게 아니라 생각을 못한거지."


"......그나저나.... 언제부터 이야기가 여기로 샌거지...?"


"그러게."


"......그래서, 결론은?"


"당분간 여기서 지내. 학교는 걱정말고."


학교는 걱정말라니. 그 어마어마한 교육비는?


"어떻게?"


"뭐 교장한테 가서 ㅎ...아니다."


"....그 침묵이 수상하긴 하지만 넘어가고. 학교 다니면 기숙사 다녀도 되잖아?"


"넌 수련해야지."


"수련?"


"기본능력은 써야지. 앞으로는 내집에 있어라."


선전포고. 나에게 이 얍삽한 여우와 접전을 만들어내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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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8-27 20:29 | 조회 : 1,561 목록
작가의 말
히나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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