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 고아

02 - 고아



나는 아주 오랜만에 집에 갔다. 그것도 엄마가 날 불러서.


띠릭-


내가 간 집에는 거실에 엄마, 아빠, 언니 모두 있었다.


"....다들 깨어있네."


꽤나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다 깨어있었다.


"일찍 다녀야지. 안 그래!?"


아... 또 시작이다.


짜증난다, 다.


이래서 집에 오기 싫었는데.


퍽-퍼억-


은근 흔한 가정폭력의 환경.


대체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언니가 이렇게 변한걸까.


싫다, 싫어. 진짜로.



* * *



다음 날 학교.


"현아! 니 또 맞았어?"


"귀 울려. 조용히 해."


"치료나 해."


세현이는 이젠 내가 걱정되서인지 꽤나 커다란 구급상자를 들어서 밴드를 꺼내들었다.


내 얼굴에 붙이려는 순간.


탁-!


"....?"


"피 냄새..."


"후각하나 좋네. 치료하니까 방해하지마."


".....치료... 안 돼?"


"무슨 소리야?"


세현이의 손을 잡은 건 이하였다.


나는 내 얼굴에 닿아야 할 밴드의 촉감이 느껴지지 않아 세현이의 손을 잡은 이를 보았고.


"너 왼쪽 눈....청화(靑花)잖아?"


청화.


예전에 늑환이 했던 말이다.


벌떡-


나는 갑자기 일어나서 이하에게 말했다.


"너...그게 무슨 말이야?"


"무서운 기세론 말하지 마. 지금은 시선이 많으니까."


나와 이하의 주위론 많은 시선이 있었다.


하긴, 저 정도 외모면 눈에 띄지.


"어제는 시선 상관없다며?"


"그건 말. 얘는 비밀."


"그럼 언제 말해줄거야?"


"....나중에...."


이하는 내 상처를 언젠가부터 만지고 있었다.


"치료잘해. 그리고..."


"....?"


"힘든 일 있으면 찾아와."


이하는 그 말을 하고 자신의 반으로 갔다.


이하의 손길이 얼굴의 남아있는 것 같다.


"....."


상처가 난 부분인데도 난 그 부분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따뜻하네..."


이런 나를 본 세현이 말했다.

"현아."


"....?"


"너....상처는?"



* * *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간 나.


어제와 똑같겠지.


띠릭-


집으로 간 나를 반기는 건 역시 거실의 가족들.


"너...상처는?"


".....몰라."


지인이 언니는 내 상처가 어디론가 사라진 걸 보고는 놀라듯 말했다.


그리고 떨었다.


"너...너...!"


"....?"


"괴물! 저리가!"


딱-


언니 옆의 볼펠이 날 향해 날라오더니 머리에 맞았다.


"다 너 때문이야! 너만 거기에 가지 않았어도... 난 그런 꼴은 안 당했을거야!"


딱- 핏-


여러가지가 날 향해 날라온다.


상처는 점점 늘어가고, 급기야...


"나가! 나가라고!"


이젠 골프채까지 나를 향해 휘두르며 말했다.


퍽-


결국 골프채에 맞았다.


머리에서 피가 나는 것이 느껴진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는거야? 왜?


이유라도 말해줘야 하는거 아니야?


도대체 왜 나한테 그러냐고...


피가 너무 많이 나온다.


이럴 땐 꼭...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기절했으면....


내가 쓰러지자, 가족들 세 명은 수군거렸다.


"죽은거야, 뭐야?"


"이참에 갔다버려. 기껏 키워줬더니 우리한테 해준 것도 없고 괜히 지인이만 상처입고."


"...어떻게 처리하지?"


이럴때는 생생히 들리는 내 귀가 원망스럽다.


아아―.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 * *



내가 눈을 떴을 때는 꽤나 날씨가 밝았다.


움찔-


손가락 하나가 겨우 움직였다.


주위를 대충 보니 인적이 드문 골목길.


겨우 몸을 이끌고 나간 거리는 꽤나 익숙했다.


"...그래도 멀리 버리진 않았나보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제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거지?


이대로 죽을까? 아니면 거지가 도어 구걸하여 살아가야 하나? 최악의 경우엔...


"안 돼. 그렇게는..."


터벅터벅-


사람들이 교복을 입은 채로 피투성이가 듸어 걸어다니는 나를 보고 수군거렸다.


하지만 난 그들을 상관하지 않고 걸어갔다.


-힘든 일 있으면 찾아와.


"....도와줘..."




".....너 어떻게 된 거야? 만날 건 알고 있었지만.. 피는 다 뭐야?"


"도와줘....힘들면 말하랬잖아..."


"아, 야! 이현!"


쓰러진다―.



* * *



"....?"


눈을 뜨자 보인 것은 천장.


난 내가 다쳤다는 것은 생각 못한 채, 천장의 무늬를 보며 말했다.


"저 벽돌이 암 발생률 높인다던데...학교가 낡긴 낡았구나."


이미 쓰지 말라고 법으로 지정되었지만 지정되기전 이미 사용해서 쓸 수 있다.


학생들 건강은 안 챙겨주나?


"야, 야. 넌 네 상처는 생각 안 하고 천장 무늬나 보냐?"


"....이하?"


"보건실이야. 병원가긴 네가 싫어할 것 같고. 집은 뭐... 가정폭력인데 가고 싶을리가."


"어떻게 안 거야?"


"그럼 네가 싸움질을 했겠냐? 게다가 너 자는 동안 얼마나 소리를 지르던지...내가 소리 안 들리게 해서 다행이지."


"안 들리게?"


뭔가 이상하다.


내가 가정폭력을 당했단 것도 그렇게 쉽게 유추해 낼 수 있는 것도 신기하고, 소리까지 차단했단 게 더 신기하다.


"야."


"....?"


"조퇴해. 나 따라와."


이하는 누워있는 날 안고선 보건실을 나갔다.


교문의 선생님은 다친 내 상태를 보고 이해해주셨고.


"야. 말씀 안 드려도 돼?"


"주임 선생님이 알아서 하시겠지."


"그나저나 어딜 가는 거야?"


"내 집."


"...뭐?"


순간 내 귀가 먹었나 싶었다. 뭐? 네 집?


"귀까지 다쳤냐. 내 집 간다고. 가까워서 얼마 안 걸리니 걱정마."


"아니, 왜 네 집에 가?"


"그래야 치료해 주니까."


치료. 그 말 하니까 어제의 일이 생각났다.


"그러고보니 어제.... 네가 순식간에 낫게 한 거야?"


"응."


"어떻게.... 그게 가능해....?"


"가능해."


"넌...뭐야?"


내 말에 이하는 웃으면서 말했다.


"너희 말로 따지면, 요괴?"


내가 놀라서 말을 못하는 것도 잠시, 이하가 어느 건물 앞에 멈춰섰다.


매우 큰 건물.


이하는 엘레베이터를 타고 27층으로 갔다.


띠리릭-


2705호 에서 이하의 발걸음이 멈추고,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집이 참 넓네."


거실의 큰 창문으로 보이는 도시의 풍경, 그리고 여러개의 넓고 큰 방.


최신식 화장실과 부엌, 그리고 클래식한 인테리어.


하지만...


"야!"


이하가 갑자기 날 거실 소파에 내려놓았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왜."


"왜 데리고 왔어?"


"당분간 여기서 지내. 집에 가긴 무서울 거 아니야."


움찔-


아직도 그 일을 생각하면 무섭다.


몸에 경련이 오고, 이가 괜히 서로 부딪쳐 딱딱거린다.


"하...치료나 해줄께."


이하는 내 얼굴에 시선은 맞출 정도로 상체를 숙이더니 머리의 상처가 난 부분에 손을 갔다대었다.


그리고 그가 손을 떼고 내가 상처부위를 만졌을 땐, 이미 상처는 사라진 뒤였다.


"....뭐야?"


"말했잖아, 요괴라고."


나를 보는 그의 눈동자가, 왠지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했다.


그때 내 유일한 편이었으니까.


파란 눈동자 하니까 생각난다.


넌 잘 지내고 있니, 늑환?


아니면 아직도.... 갇혀있는거니?


어디있는진 몰라도, 부디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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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08-27 20:29 | 조회 : 1,937 목록
작가의 말
히나렌

음...내용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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