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 후회하고, 슬퍼하고, 절망한다

23 - 후회하고, 슬퍼하고, 절망한다



시아의 애도식은 간단히 끝났다.


사키나는 실신했고, 그 옆을 루나와 월야가 지키고 있다.


아샤카는 또다시 사라지고, 언니와 적화, 즉 다은이는 말없이 돌아갔다. 자신들의 자리에.


그리고, 언령을 쓸 수 있게 된 나.


"이나, 저주를..... 류인의 저주를....풀수 있어."


".....진짜?"


"......하지만.....언령은 할 수 있는데.... 리크샤가 건 저주이다보니 다른 해야할 말이 있을텐데 그걸 몰라."


"....내가 알려줄께."


".....류인?"


어느샌가 다가와서 말을 건 류인.


무엇보다 왜 류인이 도와주겠다하는 거지?


분명히 저주때문에 이나를 도울 이유가 없는데....


"리크샤가 쓰던 책이 있어. 거기에 나와있을거야."


".....왜....."


이나는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류인은 그런 이나를 보며 피식 웃으며 이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흰 꽃이 너무 고생하는것 같아서."


어쩌면, 류인은 저주가 있어도 이나를 좋아하게 되지 않았을까.


백화의 반려가 아니라, 그저 한 남자로서.


리크샤도, 반려 때문이 아니라 한 남자로서 이나를 사랑하란 뜻이 있었던 게 아닐까.


리크샤도 반려의 법칙 때문에 이하에게 상처를 줬으니까.


"자."


나는 류인이 건네준 한 책을 받았다.


파란색 꽃이 표지 가운데에 있는게 청화가 생각나는 책.


사락-


나는 천천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여러 저주와 그에 따른 풀 방법도 있었다.


그리고 쉴 새도 없이 움직이던 내 손을 마지막 장에서 멈췄다.


「늑환의 저주


네가 나말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이미 류인의 저주의 해결방법은 봤다. 그저 흥미로워서 계속 읽고 있었을 뿐.


마지막 장의 짧은 문구.


......이하의 저주는, 이미 풀려 있다. 십 오년 전부터...


그런데 왜, 수명은 그렇게 많이 닳고, 지금까지 저주의 날이 오고 있는거지?



* *



"흐음~"


"페니스, 여긴 왜 온거야. 여긴 내 의식 속이라고."


갑자기 나타난 페니스에게 질책은 하는 이하.


이년 반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버틸까 생각중이었는데 갑자기 온 불청객이니 반가울 리가.


"넌 동의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날 돕진 않을거지?"


"......."


긍정의 침묵. 페니스는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그래. 하지만..... 그럼 넌 죽을거야. 그럼 청화, 아니 현은 어떻게 하려고 그래?"


움찔-


가장 물어보지 않길 바랬는데.


"힘내. 아니, 이건 현한테 해야할 말인가?"


"......"


"너도 힘들겠네. 하지만 걔가 더 힘들겠지?"


".....현이를....위해서라면..."


"뭐. 난 네 생각이 맘에 들어. 그래야 내 목적을 이루기 쉬울테니. 하지만 충고 하나할께, 옛 친구."


페니스는 일부러 '옛 친구'를 강조하며 말했다.


신이 아닌 친구로서 해주는 충고.


"뭐가 청화에게 더 좋을지, 생각해봐."


"......"


꽈악-


이하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간다. 의식 속이라 그런지 다치진 않고.


"변하지 않아."


굳은 이하의 눈빛을 보며 페니스는 웃으며 말했다.


"참 웃긴 일이야. 넌 저주의 해결법을 알고 있었지. 동시에 살 맘도 없었고. 그래서 나에게 유사한 저주를 달라했지. 여우구슬은 멀쩡하지만, 효과가 똑같은 저주를. 어차피 자기가 또 누군가를 사랑할거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런데 어느날 천장에서 한 여자애가 뚝 떨어지고. 사랑에 빠지게 되어 자신의 예전 일을 후회하고."


그만.


"또 이별을 기다릴 수밖에 없어 슬퍼하고."


그만해.


"이젠 자기 스스로 그녀를 아프게 해야 한단 것에 절망하고."


더이상.....듣기 싫어.


"참 웃기지 않아?"


미안하다, 현아.



* *



지금은 이하의 저주가 먼저가 아니었다.


류인의 저주가 먼저였지.


그런데......해결법이 참 간단해서 놀랐다.


"아우. 괜히 고생했어."


난 책을 바닥에 내던졌다.


책 읽는걸 얼마나 지루해하는 난데 저 한 문장 읽겠다고.


「말의 힘.」


단어다, 단어. 문장도 아닌 단어!!


내가 책을 내던지자 류인은 책을 줍고 먼지를 털었다.


치. 여전히 미련을 못 버리는군.


난 이때 알았다. 리크샤는 해결법은 적어놓되, 결코 쉽게 적어놓지 않았다.


짜증나.


"이거 어쩌란 거야!!!!"


"음.....말의 힘....이니까...언령 아니야?"


"....그런가?"


"그런거면 해결법이 까다롭네. 언령의 힘을 가진 이는 드물고, 아마 힘도 많이 써야 할거야."


"......"


새삼스레 내 엄마란 리크샤가 미워진다.


아빠에겐 저주걸고, 나에겐 힘 쓰라고!?


"흠..... 힘이라면 어느정도?"


"내 예상으로는....이하랑 똑같은 경우?"


이하랑 똑같은 경우라면....잠든...다고?


기다릴 필욘 없겠네.


"좋아. 해볼께."


요기를 모아 먼저 눈으로 보냈다.


내 눈이 양쪽 다 파랗게 변하면서, 류인을 보니 이상한게 보였다.


류인의 심장 가운데의 검은 무언가.


보인다. 빼낼 수 있다.


[저주 해제.] (작가의 네임 센스를 이해해주십시오.)


털썩-


우와...하늘이 까맣다.


이게, 이런 기분인가?


내가 깨어나면, 부디 너와 내가 웃고 있길 바랄께.


하지만, 내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잔인하게, 부서지고 있었다.



* *



".......?"


내가 눈에 뜨자 보인 것. 그건 칼이었다.


그것도 날 향해 금방이라도 찌를 것 같은 칼.


"......꺄아아악!!!!!"


"........청...화....?"


그는 내가 눈을 뜨자 내 눈에 있는 증표를 보고는 말했다.


그리고 주춤하더니 결국 사라졌다.


"뭐, 뭐야?"


"......청...화....?"


내 옆에 쓰러져있던 누군가가 눈을 뜨면서 내가 있는 침대에 걸쳐 누웠다.


"하아...."


배에 나고 있던 피. 숨쉬기도 버거워 보이는 모습.


"왜.... 그래요?"


"전....백...귀입니다.... 1년 전, 2위....허억... 종족이...쳐...들어오면서.... 전...쟁이.... 백귀..야행은.. 현재... 밀리...고..."


풀썩-


그는 그대로 쓰러졌다. 설마... 내 옆에 있는걸보니, 날 지키다가?


2위 종족이라면....이하의....


"......말도, 안돼."


류인은 이하의 친구. 난 그의 연인. 그런데... 어째서?


순간 내 머리를 스쳐간 리크샤의 저주 해결법.


넌....날 사랑하지 않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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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0-27 11:49 | 조회 : 1,457 목록
작가의 말
히나렌

1부 마지막 에피소드, '이별의 눈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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