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 나의 자리

22 - 나의 자리



페니스가 시간을 돌린다 싶을때, 그는 시간을 바로 돌리지 않고 말했다.


<몸 안의 요기를 한 곳에 모아서 입으로 보내.>


훅-


그리고 바로 아까 전의 시간으로 갔다.


난 그 시간이 기억나는데 과거로 돌아갔다하니 기분이 좀 이상하다.


그리고 저걸 조언이라고 하는거야?


요기가 뭔지도 모르겠는데. 딱 자기 용건만 말하고, 잘 보여도 모자랄 판에!!


"어...."


내 눈앞에 펼쳐진 상황은 내가 허공에 언령도 아닌데 쪽팔리게 아샤카를 불러야 하는 일.


딱 언령 써야 되는 시기네.


"휴우....."


난 숨을 들이마셨다.


요기. 분명히....내 몸 속에 있을거야.


천천히 눈을 감고 내 것잉에도 아직 내가 발견하지 못한, 이질적인 무언가가...


있다. 특히 눈쪽에 몰려있지만, 몸 두루두루 골고루 있다.


[나와, 아샤카!!]


됐다. 분명히 힘이 담긴 목소리였어.


휘이잉-


눈앞에 바람이 몰아치더니.


쾅-


그리고 땅에 무언가가 떨어졌다.


"....아샤카!?"


"쿨럭...."


강한 구미혼데도 땅에 정면으로 떨어지는건 충격이 큰지 피를 토하는 파란 구미호, 아샤카.


"어. 피 났네."


물론 난 전혀 동요하지 않았지만.


"몇 년만에.....먼저 왜 저를 부르신거죠?"


"시아가 죽었어. 필수라는데 어쩔 수 없지."


"....그렇군요."


아샤카는 내가 만나고 싶어서 부르지 않은게 조금 씁쓸한지 표정이 어두웠다.


"공식적으로만 제가 반려인데, 왜 부르신거죠?"


저 말에 표정이 변하는 뒤의 지인언니와 적화.


아샤카, 쓸데없는 말은 자중하도록 해. 아니, 하지마.


"말 그대로 '공식적인' 자리니까."


"....그렇군요. 뭐, 도와드리죠."


"........"


순순히 도와주니 오히려 이상하다.


반려끼리는 사랑에 엄청난 집착까지 동반하고 있는것 같았는데, 나와 이하의 사이를 눈치챘으면서 왜...?


"어차피, 결과는 바꿀 수 없지 않나요?"


"무슨....소리야...?"


어감이 이상하다. 무언가...무언가....


나와 이하의 끝은 바꿀 수 없다는 듯한, 그걸 알고 있다는 듯한....


아샤카는 내 옆을 지나가며 말했다.


"어차피 돌아오게 되있으니까, 봐 드리는 겁니다."


확신한다. 아샤카는.....이하의 죽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또 확신한다.


난, 그에게 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돌아간다'가 아니라, '갈 자리가 없다'다.


내 자린 애초에 네 옆이 아니었으니까. 내 자린, 이하의 옆뿐이니까.


"난, 너에게 가지 않을거야."


뚝-


아샤카의 발걸음이 멈췄다.


난 그대로 아카샤에게 다가가 그의 앞에 서서 말했다.


"왜냐하면..."


그리고 난 발꿈치를 들어 그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곤 말했다.


이하, 알면 화내겠네. 그래도 너도 나에게 황화의 반려라는걸 숨겼으니, 쌤쌤이다?


"이래도, 내 심장은 뛰지 않거든."


난, 이하 외엔 그 누구에게도 심장이 반응하지 않으니까.


아샤카는 잠시 내가 그에게 키스, 아니 뽀뽀했단 것이 놀라운지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요. 제가 들어갈 자리는....없는거군요."


미안하다. 그러면서도 죄책감은 들지 않는다.


청화는 내가 되고 싶어서 된게 아니고, 내가 돌연변이 인것도 내가 원한것이 아니니까. 이하를 환생시킬 수 있단 면은 많이 소망했지만.


청화란 감옥에서, 누군가의 뜻대로 살고 싶진 않다.


"그러게. 내가 평범한 청화였다면, 너도 이러지 않을텐데.....아!"


난 그제서아 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말했다는 걸 인지했다.


어, 어떡하지? 아샤카가 알아도 되는건가?


"....압니다. 어머니께....페니스가 찾아왔거든요."



* *



"황화..아니 지인 언니."


현과 아샤카의 모습을 보던 적화, 다은이 지인에게 물었다.


"뭔가....이상하지?"


"그러게. 반려끼리인데.... 사이가 안 좋아. 내 쪽보다 심각한걸."


이하는 지인을 좋아하진 않아도 잘 해주었다.


하지만 저건.....


아샤카는 현을 좋아한다. 뽀뽀한 모습을 보아 현도 엄청 싫어하는 것 같진 않은데, 그를 좋아한단 느낌은 들지 않는다.


게다가 공식적이기'만' 한 반려라니. 숨겨진 반려가 있단 뜻으로 들린다.


그것도, 자신이 아는 누군가 같단 느낌이. 내가 또, 현이를 미워하게 될 것 같딘 느낌이 계속 든다.


"......그럴리가 없지. 아니, 그래선 안돼."


이하일 리가 없다.


둘 다 뻔히 반려가 살아있고 좋아하고 있는데.


나와 현이 무슨 사이였는지 알면서, 또다시 사이가 깨지길 바라진 않겠지.


"아샤카. 그냥 포기해. 너만 힘들거야."


"......포기는 못 하겠습니다. 제가 알기론 당신과 친한 백화도 저와 같은 상황이라 들었습니다. 그 말을, 백화에게 해보시지요."


".......하하."


현은 자기의 꾀에 자기가 빠졌다는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전 제가 사랑하는 상대에게 그 말을 들었으니, 제가 더 아플거라 생각합니다. 아무리 그를 사랑해도.... 조금이라도 배려해 주시면 안될까요."


아샤카가 변했다. 현은 왠지 그가 변했단게 자신의 탓인것 같았다.


분명히 아샤카가 그렇게 되길 원했겠지만 말이다.


".......미안."


"....됬습니다. 알고는 계시네요. 모이는 곳이 어디죠?"


애써 표정관리하고 애기 주제를 바꾸려는 아샤카를 보니 미안함이 더 커지기만 했다.


".........미안...."


".......가기 전에 들를 곳이 생겼군요. 아, 저도 이만큼 받았으니, 되돌려줘야 할것 같습니다."


"....?"


받았다니. 내가 준건 상처뿐인데, 설마....?


"황화, 따라오시죠. 반려 님은, 저와 황화를. 그분께 데려다주시면 됩니다."


그의 말을 거절할수가 없다.


행복한 만큼, 아픈것도 있을까.


이하, 우리가 둘다 행복하기는, 너무나 어려운 것이었어.


내가 너무 어리석어. 한순간의 죄책감으로, 우니 둘의 미래가 더, 어두워질 것 같아.



* *



".......왜.....여기에....이하가 있는거야....?"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지인 언니. 얼떨결에 따라온 적화도 힘들겠네.


나보단 지인 언니의 편을 들테니, 네가 봐도 내 행동은 옳지 않은거겠지.


"......현아....나 설명 좀 해주라....어?"


믿지 못하겠단 눈으로 날 바라보는 언니. 거짓말을 해선 안 되는거겠지. 더이상 잘못을 해선 안되는 거겠지.


".......눈에 보이는대로야."


지인 언니가 아무리 건드려도 얼굴을 찡그리고만 있던 이하가 내 손길이 이마에 닿자 바로 얼굴이 펴진다.


깨어나지 못해도....내 손길은 기억하고 있는거야?


".....현아."


언니는 어두운 얼굴로 날 향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면서 말했다.


"너......ㅈ..."


쾅-!


언니가 말을 더 하기도 전에 방에 누가 들어왔다.


"이런, 황화 님. 이렇게까지 깊이 들어오시면 안되죠. 애도식은 저기입니다. 같이 가시죠."


류인.


"......류인."


"...가자, 현아."


내가 류인을 따라가자 아샤카와 적화가 따라왔다.


언니는..... 조금 늦게 나왔다.



* *



".......이하..... 넌, 넌....왜...."


이젠 겨우 현이를 미워하지 않게 되었다.


귀신들은 나에게 잘해주었고, 나도 사랑받는단 기분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다들 날 황화란 이유로만 잘 대해주었다.


나말고 다른 이가 황화였더라도 너희의 태도는 똑같았겠지.


너에게 반려가 있단걸 알았을땐 정말로 기뻤다.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줄테니까. 그런데 왜....


"이번 화에는 이변이 많습니다. 백화의 반려도, 청화도, 당신의...반려도. 모두...."


그는 내 눈치를 보듯 조심스레 말했다.


"서로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알고 있었다. 이하는 같이 가지않고 날 보내기만 했으니까.


하지만 잠들어있는 이하의 머리카락을 보드랍게 쓸던 현. 그러자 바로 표정이 변하던 이하.


부정하고 싶던 현실이 나에게 다가왔다.


법칙이라도 누군가를 사랑하는건 그 사람의 자유다.


그럼, 난 이 절망감을 누구에게 표출해야하지?


내 절망감은 나도 모르게 커져, 현에게 다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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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0-27 11:48 | 조회 : 1,483 목록
작가의 말
히나렌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ㅠ0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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