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 이기적인건 누구?

21 - 이기적인건 누구?




난 너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어.


왜냐하면....네가 언젠가 말해줄거라 믿었기 때문이야.


내 눈앞의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는 이 기억은...네것이 아닌거지?


페니스가...다른 누군가의 기억을 보여준거라 말해줘, 제발....


어째서...내 눈앞에 늑환의 기억이 있는건데?


이하. 이하. 왜.....


떠지고 싶지 않았던 눈이 저절로 떠진다.


내 눈앞에 초조해하고 있는 이하의 눈이 보인다.


그리고. 그가 말하기 전에 내가 물어봐서는 안 되는 말이 나왔다.


".....늑....환...."


바로 떨리는 그의 눈.


"늑환...이었어?"


"현아....


"왜.... 왜.....말...안해준 거야...?"


그가 늑환이라면 이해가 간다.


왜 나를 좋아하는지. 아니, 어찌보면 내가 억지로, 그렇게 만든걸지도.


내가 그날, 어쩌다 한 언령때문에.


넌 나에게 속박되었던 거지?


그런데....왜....날 좋아해줬던 거야?


류인도, 내 엄마란 여자한테도 배신당했으면서. 넌 날 미워할 자격이 있는데.... 왜?



"나중에...네가 버틸 수 있게 되면....말해주려고 했어."


"........"


"난 이미 그때의 나를 버렸고, 그 이름으로 된 그들의 왕좌는 그저 책임감으로 있는 것 뿐이니까. 네 덕분에 행복해졌어. 네가 날 속박한 게 아니라. 이건 순전히 내 의지야. 나 돌연변이 인거 알지?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었다고. 그러니까....너와 내가 만난 건 나의 의지야."


"그래. 넌 날 속인건 아니지. 말을 안 해줬을 뿐이니까."


"현아...."


분명히 그를 미워하지 않는 듯한 말이다.


하지만 그 안의 가시.


이하도 안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


"현아...이러지 마, 제발.... 내가 잠들어있다 해도 내 의식은 깨어있어.... 2년 반을 괴롭게 보내기 싫어... 너도 아플 거 잖아. 우리...서로 아플 짓 하지 말자...."


"이하....나...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 네가 누구고, 난 뭐고..."


".....뭐...?"


분명 이하의 과거에는 현에 대한 것은 없었다.


그런데 왜 자신이 뭔지 모르겠다 하는거지?


"설마....들은거야?"


"........결국...페니스는 자기 목적을 위해서....나한테 그걸 보여준거네."


아무리 환각으로 이하의 과거를 봤다고 해도 정신은 깨어있었다. 그 결과, 나는 이하와 페니스의 대화를 들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난 널 늑환이라 불러야 되는거니? '늑환'으로서 날 만났으니까."


"아니야. 지금의 난 '이하'야. '늑환'도, '이하'도 널 사랑했지만, 넌 '이하'를 사랑하는 거잖아. 나는 이기적이어서... 네가 사랑해주는 '이하'가 낫거든."


아니, 아니야. 이하, 이기적인건 나야.


왜냐하면. 내가 이미 네가 죽을걸 알았거든. 널 환생시키려고 마음 먹었거든.


그래서, 너한테 죽어도 말 못하겠어.


미안해, 이하.


"이하."


"....응."


"2년 반 뒤에...보자. 그땐....어디 많이 놀러가자."


내 말에 이하는 피식 웃었다.


어차피 이럴꺼 왜 돌아서 왔는지.


"......나중에 보자."


툭-


한시간이 지났다.


페니스가 양보해준 이하가 잠들어있기 전의 한 시간이.



* *



이하가 쓰러지자, 현은 이하를 침대에 눕히곤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페니스."


그리고 나타나는 페니스의 모습.


그는 기뻐보이는 미소를 짓고 나에게 말했다.


"하기로, 결심한거야?"


"아니. 잘 모르겠어. 하지만...."


"하지만?"


조건이 있다는 듯 덧붙이는 '하지만'이라는 말에 그가 반응했다.


"끝까지 가보게. 그때의 내가 선택한대로. 무엇보다....이하는 아직 자기가 할지 선택하지 않았으니까."


"흐음. 그럼 이 대화는 비밀로 해줄께. 하지만."


"....."


"어차피 이하는 죽게될거고, 내 목적을 이뤄줄거야."


그는 끝까지 이기적이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아파할 이들이 많을텐데.


"한 번쯤은 내 소원 이뤄야지. 신은 불행해. 기댈 자가 없고, 자신의 바람을 이뤄줄 자도 없고, 자신을 원망하는 말을 다 견뎌야 하거든."



* *



페니스가 돌아가고 난 뒤, 나는 류인에게 말했다.


".......도와줘."


"....현아?"


"저주를...풀어야해."


내가 그 말을 하는 찰나,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내가 도와줄께."


".....언.... 니?"


5년만에 보는 얼굴.


지인 언니가 왜 여기에?


"몰랐어? 나 황화잖아. 원래 화 중 한 명이 죽으면 다 모여. 여기 적화도."


그리고 언니의 뒤에 나오는 한 꼬맹이.


"언니가...청화예요?"


여덟살짜리 꼬맹이가 적화로 선택됬구나.


혈연이 아니면 무작위라 했으니.


여덟살로 보이는 것을보아 선택된지 얼마 안 된것 같은데 난 전대 적화를 안 봤군.


"응. 내가 청화야."


"우와...제 반려가 언니 진짜 예쁘다고 했어요. 회의장에선 전 조느라 하나도 못 봤거든요."


그거 누군진 몰라도 눈이 제대로 됬구나.


"그래서 다가가려 해서 제가 한 대 쳤죠."


원래 반려들은 집착이 심한가 보다. 나만 예왼가? 이나는 그냥 포기하고 기다리는 중이니까.


"오늘 데려왔는데 조금 불안하네요."


"그럼 데려오지 말지."


"원래 반려가 어딜가나 동행해요."


"그렇구나.....잠깐만."


반려는 어딜가나 같이 다닌다고.


그래. 이나는 류인이 저주거려서 싫어하니까 예외.


나도 아샤카가 어딨는지 모르니까 제외. 아샤칸 나중에 어딨는지 찾아봐야지.


루나는 월야가 있고, 요 앞의 적화도 데려왔다 하고.


그럼...


"언니는?"


"내 반려?"


"응."


내 말에 언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야."


"뭐?"


"이하라고."


"음.... 내가 이하가 잠들어서 그런지 미쳤는지 환청이 들리네?"


"제대로 들었어. '이.하.'라고."


.....언니와 싸울 날이 또 온것 같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썩을."


"!?"


"!?"


동시에 놀라는 언니와 적화.


"내가 이번에 이하 그 놈을... 한번 넘어가니까 계속 나오네? 무슨 양파도 아니고..."


"혀, 현아?"


"언니?"


"화풀이 몇 년 뒤에 해야 하잖아!!"


"몇 년 뒤라니?"


아차. 언니도 이하 반려인데 신경쓰이겠지.


이하를 뺏길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여우인 이하가 황화의 반려가 된 것은 그가 돌연변이이기 때문이고, 더욱이 그는 돌연변이이기 때문에 언니를 좋아할 리가 없다.


나도...같은 이유로 아샤카를 좋아하지 않는 거겠지.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반려도 데려와야 하는거야?"


"응. 난 이하 데려가야 돼. 너는?"


".......필수야?"


"응. 화랑 반려들끼리 애도를 하는거지."


오 마이 갓. 나 망했구나.


그리고 내가 절망하는 그때 들려오는 목소리.


"현아!!!!! 어딨어어어!!!"


저런 팔불출 아빠.


"류인, 아샤카 어딨는지 알아?"


"응? 모르는데."


시아를 애도하는 장소에 필수인 사람을 못 데려가다니!! 최악이다.


"찾아야 돼!"


"무슨 수로?"


류인은 내가 왜 그를 찾는지 알고 있는듯 어떻게 찾을건지 물어봤다.


"어, 언령 쓰면 되지 않을까."


".....현아. 넌 언령이 자유롭게 나오지 않아."


류인은 냉정하게도 현실의 참혹함을 잘 알려주었다.


이럴때만 냉정해.


"모, 몰라!"


난 그래서 허공에 그냥 대고 소리쳤다.


"아샤카!!"


안 나온다. 아 진짜 쪽팔리다.


[너 나중에 봐!!! 죽여버릴거야!!!]


그런데 왜 하필 이게 언령으로...


내 말에 듣고 있으며 경악하는 류인과 언니.


"......아샤카는 현이랑 만나면 죽는거야?"


.....언령의 효과를 없애는 방법은 없을까.


후회한다. 나 살생을 할 생각은 없었는데!!


"어, 어떡해..."


"........"


<하아...>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


<이번 한 번만 물려준다.>


내 애처로움이 그가 있는 곳까지 닿았는지, 그는 물려준댄다.


그럼 다 좋은데 무슨 수로?


<시간 돌린다.>


....이하가 누구 닮았나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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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5-10-13 19:55 | 조회 : 1,682 목록
작가의 말
히나렌

얘기가 막장으로 가고 있단 기분... 1부는 28화로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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