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어젯밤(2)

그에게 이끌려가 듯이 반쯤 홀린 상태로 그의 뒤를 따라갔다. 그를 따라가자 화려하게 된 휴식실이 보였다.

" 이곳은.... "

황족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황실 전용이었다.

" 쉿! 아무도 없는 것 같군요. "

주위를 살피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자 그는 본색을 드러냈다.

" 하-. "

처음은 두려움이었다. 성격파탄자라는 소문이 있었어도 지금은 믿기지 않았다. 상냥하고 자상한 행동과 미소는 온데간데 없이 차갑게 얼어붙은 표정과 거칠게 답답한 넥타이를 푸는 그의 모습만이 보였다.

" 내가 널 얼마나 찾아 해맸는지 넌 모르지? "

" ....네? "

" 이제와서 모르는 척하기엔 너무 늦었어. "

벽 쪽으로 서서히 밀렸다. 눈 앞에는 성질 더러운 맹수가 있었고 그런 모습에 두려움이 앞섰다.

" 그 때도, 지금도 네겐 달콤한 향이 진동해. "

찐득하게 내리깔은 목소리와 유혹하는 듯이 귓가에 속삭이다 귀를 혀로 햝는 느낌이 귓가에서부터 전해졌다.

" 그래서 내 후각을 미치게 만들고 말야. "

살짝 턱을 들어올리는 그의 손길에 내 시선이 강제로 그를 향하게 되었다.

" 왜? 예전에도 한 번 봤잖아? "

그의 눈은 먹잇감을 찿은 맹수의 눈처럼 빛나고 있었다.

" 내게 안길래? 아니면 날 기억해 볼래? "

" .... "

저 눈동자를 보니 그 때가 다시 기억났다.

" 기억나요...어찌 제가.... "

그 때를 기억하지 못할 수가 있을까...몰랐던 것은 그 때의 그가 지금의 그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뿐이다. 물론 그 때의 그 역시 잘생겼지만 신분은 전혀 몰랐었었다.

" 그럼 그 때 내가 했던 말은 기억해? "

" ..... "

" 기억나는 것 같은데....지금도 말할 수 있는데. "

장난기가 가득히 담겨있는 개구져보이는 또다른 모습. 그리고 무섭고 두려운 존재다.

" 그 때도 지금도 널 사랑하고- "

그의 부드러운 손이 나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 때가 되면 네게 청혼할 거라고 했던 말. "

" .... "

" 기억해? "

그 때는 서로 어렸을 적이었다. 그렇기에 그 때의 말을 이제와서 책임질 필요도 없는데...어린 아이끼리 했던 뜻없는 말의 책임이 굳이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 그건 어렸을 때의 말 아닌가요. 그리고 그 말은 당신이 황자인 것을 몰랐을 때의 일입니다. "

" 그 때는 날 좋아했어? "

" ...... "

" 그 때의 넌 날 어떻게 생각했는데? "

" 좋은....친우라 생각했어요. "

그 때의 당신을 사랑한 것이 내겐 왜인지 후회감이 밀려들어왔다. 그를 사랑한 모든 것이 내겐 죄책감으로 돌아와버렸으니까.

" 나는 그 때도 지금도 변함없이 너를 사랑하고 너를 계속해서 찾아다녔는데..... "

" 차기 어릴 적의 감정이 아닌가요. "

" 나는 널 잊을 수가 없었는데...너는 날 잊은 모양이구나. "

" ...... "

" 안아봐도....될까? "

작게 고개를 끄덕여 승락의 표시를 취하자 그는 애달픈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날 끌어안았다. 그의 품 안은 따뜻했다. 사람의 온기가 가득 느껴지고 좋은 향기가 가득하게 진동했다. 어찌 이런 그를 잊을 수가 있었겠냔 말이냐. 잊은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그저 지금은 밀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황제가 될지도 모르는 3황자이고 나는 그저 한낱 백작가의 영애일 뿐이니. 정확히는 백작의 여동생일 뿐이니 아무런 힘도 없었다.

" 사랑해.....사랑해 블로우. "

조심스럽게 끌어 안은 채로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는 그의 행동에 두 눈이 스르르 감겼다. 온기가 넘치는 그의 품 안은 편안했다.

" 너도 대답해줘... "

그의 따스한 품에 의해 홀렸던 것일까. 나도 모르게 진실을 말해버리는 내 입이 미웠다.

" 오래 전부터 당신을 보고 싶었어요. "

당신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던 그 날에서부터 나는 당신을 그리워할 수 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당신과의 그 추억들을 잊으려고 했는데, 막상 당신을 마주하니 당신에 대한 감정이 다시 피어오름에 당신에게 흔들릴 수 밖에 없는 나 자신이 미우면서도 좋게 느껴진단 것은 당신을 알까요...?

" 그 때도 말했 듯이...난 변함없이 널 사랑해. "

어딜보아 그 싸가지 없다던 3황자인지. 지금 눈앞에 있는 그는 성격파탄자인 3황자가 아닌, 순수한 어린 아이 같은 3황자라고 잠시 생각이 들었다 이내 지워졌다.

" 블로우.... "

홀려버릴 듯이 황홀하기에 그지없는 영롱한 붉은 눈동자에서 찰나였으나, 보였다. 애절하게 부르는 이름은 거짓인 것만 같이 찰나의 순간에 굶주린 맹수의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 갑자기 두려워졌다. 무엇이 그의 진짜 모습일까...

" 날 그런 눈으로 보지마. "

" .... "

모든 걸 다 알고있다는 듯한 어감이었다. 나는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사소한 그 어떤 거라도 알고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것 같았다. 정확히는 더 이상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할 수 있었다.

" 네 머리카락 한 올마저도 내 것이란 흔적이 있다면 좋을텐데.... "

강한 소유욕에 미세해졌던 두려움이 서서히 다시 밀려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흠칫했는지 그 미세한 떨림마저도 느낀 듯, 조심스레 붙잡듯 안고있던 그의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느껴졌다.

" 거부하지마. "

" 거부하지 않아요. "

나도 당신처럼 표현하지 못할 뿐이지 당신을 무척이나 사랑하는데 어찌하여 당신을 거부할까요.

" 밀어내지마. "

" 안 밀어내요. "

당신의 체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데 왜 밀어낼거라는 바보같은 생각을 할까요?

" 도망치지마. "

" 제가 먼저 도망친 적은 없네요. "

당신이 먼저 도망간 걸지도.....적어도 저는 도망친 적이 없으니까요.

" 내 눈 앞에서 사라지지마. "

" 안사라져요. "

당신이나 사라지지 말 것이지. 당신이 먼저 사라져 놓고서는....

" 네게 키스해도 될까? "

" .... "

대답 대신 미소와 그의 목을 휘감는 태도로 화답했다. 그러자, 그는 기다렷다는 듯이 하지만 다정하고 부드럽게 조금씩 세심하게 움직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와의 입맞춤은 거칠어지며, 격렬해진 듯 싶었고, 공간은 뜨거운 공기로 가득 차있는 것만 같았다.

그의 품에 안긴 채로, 그와의 달콤한 입맞춤에 취해있을 무렵, 뜨거운 입술과도 비슷한 온도의 그의 손은 허리에서부터 서서히 내려갔다. 그래서 갑자기 정신이 번뜩하며 들었다.

" 여기서는.... "

" 내 침실로 가면 상관 없다는 소리인거야? "

오늘만큼은 왠지 놓치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품에 안긴 채로 가면을 쓴 맹수에게 잡혀 맹수굴에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그대로 마법진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물론 뜨겁게 그리고 끈적거리는 것 같은 입맞춤을 계속하면서.

1
이번 화 신고 2017-10-19 23:22 | 조회 : 1,693 목록
작가의 말
겨울저녘

저를 포함한 분들이 좋아하실만한 내용은 다음화에 계속되길 바랍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올린지 하루만에 순위권에 진입한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네요! 모두들 감사합니다!

후원할캐시
12시간 내 캐시 : 5,135
이미지 첨부

비밀메시지 : 작가님만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익명후원 : 독자와 작가에게 아이디를 노출 하지 않습니다.

※후원수수료는 현재 0%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