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어젯밤(1)

새까만 머리카락은 꼭 밤하늘을 연상시켰다. 아름답게 찰랑거리는 매력적인 흑발에 잠시 눈 앞의 남자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철부지 같은 여동생의 이러한 모습은 아니 여동생의 어떤 모습이든 사랑스럽게만 비춰졌으니 콩깍지가 꼈다면 그가 단단히 낀 것일지도 모르겠다.

" 키엘 오빠. 그럼 이번 연회에도 오빠가 내 파트너야? "

" 아니...이번엔 파트너가 되어달라고하는 편지가 왔는데.... "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궁금증을 표현하는 여동생의 모습에 잠시 심장 부근을 움켜잡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럽고 소중한 여동생을 누구에게 시집보낼지 아니 꼭 끼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고있는 그였다.

" 누군데....? "

" 제 3황자....응? "

잠시 두 눈을 깜빡였다. 기껏 해봤자 조금 신분이 높은 귀족의 자제일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황자의 편지였다.

" 뭐라고 적혀있는데? "

언뜻보기에도 짧은 문구는 아니었다. 그래서 궁금증만 커져갔다. 그런데 정작 그 편지를 읽는 그의 표정은 심각해져만 갔다.

" 왜 하필 황자 중 3황자의 눈에 띈거니.....블로우.... "

안쓰럽다는 눈빛으로 그는 블로우를 바라보았다. 영문모른다는 순수해보이기 그지없는 푸른 눈동자를 마주하니 착잡해지는 마음이 더 커져버렸다.

" 3황자가 누군데? "

" 제국....아니 세상에서 제일 성격이 더러운 존재. "

" .... "

" 거절할래? "

" 아니. 괜찮아. "

3황자의 소문은 성격이 더럽다는 것이 유명하지만 그 성격에 묻혀서 그렇지 그 다음으로 유명한게 얼굴과 비율이었다. 제국의 귀족 영애라면 모를리 없는 3황자의 외모에 대한 소문이기에 한 번정도는 만나보고 싶은 것이 미혼의 여성이라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보고싶다해도 왜인지 대부분의 연회에서는 그림자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하여 보기가 힘든 그 3황자가 이렇게 편지를 보내왔고 게다가 파트너 신청의 편지라는 것에 기분이 설렜다. 제국의 미남 중 한 명인 3황자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설레는 마음이 가득해졌다.

" 응? 근데 이건 뭐야? "

" 편지와 함께 보낸 드레스랑 장신구? 일걸 아마? "

상자를 열어보니 살짝 푸른 빛이 감도는 새하얀 순백의 몽환적인 드레스가 눈길을 사로잡았고, 작은 보석함에 담겨있는 목걸이의 끈은 은으로 되어있었고 그 사이사이에는 사파이어 촘촘히 박혀있다가 가운데에는 정교하게 세공되어있는 다이아몬드가 있었다. 척보아도 고가의 목걸이었고, 이번에는 귀걸이가 눈길을 끌게하였다.

목걸이와 한 세트인 듯이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 그리고 은으로 세공된 귀걸이와 아까의 목걸이 그리고 드레스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그리고 다른 상자에는 순백의 바탕에 장식만 푸른 색으로 되어있는 구두가 들어있었다.

" .... "

" 역시 황실은 황실이라는건가? "

" .... "

모든 것을 보자, 소름이 끼쳤다. 자신의 취향을 전부 알고 보내왔다는 듯. 하나같이 자신의 취향 투성이었다. 원래 연회에 갈 때는 물빛 드레스나, 녹색의 드레스 혹은 자색의 드레스를 즐겨입고 나갔다. 그런데 거의 순백에 가까운 드레스이나, 옅게 다른 색을 품은 드레스에 놀라움이 터졌다.

친오빠인 키엘노드보다도 취향을 정확히 꿰뚫어본 본 적도 없는 소문의 3황자에게 설레는 마음에서 두려운 마음으로 전환되어버렸다.

" ..... "

" 블로우? 표정이 왜 그래? "

" 아무것도 아니야. 오빠. "

" 곳 널 데리러 황실의 마차가 올 거야. "

" 응. "

불안한 마음 반 설레는 마음 반을 안고 도착한 황실의 마차를 타고 연회장으로 향했다. 비밀스런 잘생겼으나 성격이 파탄난 3황자. 그리고 황제가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들려오기까지하는 그런 영향력있는 그의 생각을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연회장이 서서히 보여졌다. 이번 연회의 주체는 황실에서 주체했다고 들었다. 그렇기에 3황자가 모습을 드러내고 내게 편지를 보내왔던 것이었다.

" .... "

내 신분을 확인한 남자는 입장 소식을 알렸다.

" 블로우 루드 크리시 백작 영애 입장 하셨습니다. "

파트너도 없이 홀로 입장하는 나의 모습이 우스운지 시선이 내게 집중되었다. 파트너인 3황자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것이니까. 그래서 벽의 꽃을 자처하였다. 그러자 늘 사교계에서도 사이가 좋지 않은 영애들이 떼거지로 달라붙었다.

" 크리시 영애가 아니십니까? "

" 파트너는 어디가고 영애 혼자 계시는 겁니까? "

" 그 잘난 오라비는 어디가서 안뵈는 것입니까? "

이들의 파트너들은 그들끼리의 모임을 가졌을 터이기에 이리도 귀찮게 구는 듯 싶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각자기 3황자가 원망스러워졌다. 홀로 입장하게하고 홀로 납둔 3황자가 원망스러웠다.

" 파트너는 있으니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 파트너가 누구시기에 영애를 이리 홀로 둬도 된다는 소리입니까?"

조롱하며 비웃는 소리가 이 공각을 가득히 메웠다. 짜증나고 모든게 싫어져버렸다. 멀리서 입장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제국의 3황자 유제르안 펠 칸시올 전하 입장하셨습니다. "

나와 한 세트로 맞춘 듯이 순백에 푸른 물감을 조금 적신 듯한 옷이 눈에 들어왔고, 이내 불꽃같이 붉은 머리카락과 태양을 담은 듯한 붉은 눈동자 그리고 넋을 놓게 만드는 환상적인 화려한 외모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모든 이들의 시선은 그를 향하고 있었으나, 그 눈길을 받는 그 남자는 모든 눈빛을 무시한 채로 서서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내 근처에서 날 조롱하고 비웃던 영애들의 뺨에 홍조가 드리워지는 모습을 보자, 기분이 급격하게 가라앉았다.

그것도 잠깐이었다.

" 제가 영애를 기다리게한 것 같아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

소문과는 달리 자상하고 여성들을 설레게 만들 법한 달콤한 어조 그리고 살짝 손을 잡는 그의 행동에 모든 감정이 사르르 녹으며 설렘으로 뒤바뀌었다.

" 아닙니다....황자 전하. "

" 영애와 단. 둘.이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

살짝 미소짓는 그의 표정에 심장이 쿵쿵거리며 빠르게 뛰었다.

" 잠시 저를 위해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

상냥한 그의 미소에 이끌려버렸다.

" 네. "

스스로 맹수에게 달려가버린 꼴이었다.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이런 실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것이고, 그의 미소에 홀리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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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0-18 22:40 | 조회 : 1,670 목록
작가의 말
겨울저녘

앞 편의 분량이 적어서 또 올립니다. 댓글은 저의 힘이 됩니다! 그리고 제대로된 씬(?)은 다음편에서 나올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시크블로ts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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