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프롤로그

아침을 알리는 듯한 상쾌한 소리에 눈을 떴다. 그런데 눈을 뜨니 당혹스러운 것만이 보였다. 두 눈을 뜨고도 믿을 수가 없는 상황. 그리고 차라리 기억이 끊기기라도 했으면을 바랬지만 어젯밤의 일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버렸다.

지금 나의 눈 앞에 있는 이 붉은 머리카락을 지닌 잘생긴 남자는...뱀파이어였고, 그리고.....어젯밤에 그에게 물린 곳은 여러 군데.....정확히 피가 빨린 곳은 목덜미 그리고 허벅지 안쪽....나머지는...설명을 생략하길 바란다. 그리고 격렬했었던 어젯밤의 기억이 갑자기 생겨났다.

" ..... "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고 보니 아무 옷도 걸쳐입지 않고 있었다. 지금 내가 할 일은 이 뱀파이어 몰래, 옷을 빠르게 입고 도망치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할 일이다.

그래서 엄청난 속도로 옷을 주워입었다. 그런데 그 노력이 무색하게도 겉옷을 입는 찰나, 침대에 누워 지그시 바라보는 위험을 알리는 붉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 도망가려는건가? "

" ...... "

" 난 널 도망가게 두지 않을건데? "

매력적인 음성이었다. 그리고 도망치려는 나의 모습을 보고 잠시 화가 난 듯 꿈틀거리는 눈썹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래도 벗어나고 싶었다. 어제밤의 일은 기억 저편에 두고서 말이다.

" 어젯밤으론 부족한거였나? "

" ...기억이 안나는데요? "

모르는 척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 것 같았다. 원래 깨기 전에 도망가려는 계획을 변경해야만 할 것 같았다.

" 기억이 안나나? "

" 네. 어제 무슨 일이 있었죠? "

" 머리는 기억을 못하는 척 해도, 몸은 기억이 나겠지. "

" .....네? "

식은 땀이 등 뒤에 흐르는 것만 같았다. 불길하기 짝이 없는 소리.

" 내게로 와. "

" 싫은데요? "

" 네가 스스로 올 래, 내가 갈까, 강제로 올 래? "

협박이었다. 말을 듣기 싫었지만, 스스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으니까. 이 뱀파이어는 마법이라는 것을 사용하니, 저 말 속에는 결국 벗어날 수가 없음을 야기하는 것이다.

" ..... "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그에게로 걸어갔다. 어젯밤의 영향인지, 그에게로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뛰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았다. 그의 앞까지 다가가자, 그는 나를 끌어당기더니 품 속에 안고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달콤한 어조로 속삭이 듯 말했다.

" 잘했어. "

겨우 이 한 마디에 설레는 심장을 인지해버리고야 말았다.

" 나는 널 사랑하는데....너는? 나는 널 책임져 줄 자신 있어. "

어린애 같기도 한 말투였다. 아까는 분위기를 압도하는 군주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사랑을 갈구하는 어린아이 같은 느낌이었지만 이 말을 해야겠었다.

" 일단....옷부터 입으시죠? "

" 네가 원한다면야. "

이 상황이 너무나도 당황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맹수 앞에 놓여진 초식동물이 된 기분이었다. 여유가 넘치는 이 남자에 비해 나는 초조함이 가득하기에 두 눈동자는 초점없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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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7-10-18 21:06 | 조회 : 1,995 목록
작가의 말
겨울저녘

안녕하세요. 겨울저녘입니다>< 제가 소심하게 좀 썼는데(물론 분량이 적어도 양해부탁드려요).....다음편은 어젯밤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저도 궁금하거든요.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을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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