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사랑에 목 말라 있다.

그건 있지, 무척이나 따듯하고 부드러워 달콤한 향기가 났어. 음... 그래 맞아 생크림이 가득 올려진 딸기 케이크 같아. 포크로 푹 찌른 다음, 한 입 베어물면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 끝맛이 계속 혀에 맴돌아. (부족해. 한 조각으론 텅 빈 내 마음을 채울 수 없어.) 나는 그것을 한 조각 더 먹고 싶었어. 하지만 엄마는 내일 다시 주겠다며 냉장고 제일 윗칸에 올려 두셨지. 흥, 내가 모를 줄 알고? 내가 잠이 들고 나면 분명 엄마 아빠 둘이 나 몰래 케이크를 전부 먹어버릴거야. 그야, 두 사람은 욕심쟁이인걸. 특히 엄마는 분명 외로움을 많이 타 케이크 하나로는 턱 없이 부족해. (어쩔 수 없어. 먹기 전에 먹을 수 밖에.) 나는 의자를 끌고와 위로 손을 뻗었어. 잡힐 듯 잡히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며. 아아, 딱 2cm만 더 키가 컸으면. 그때였어. 나는 중심을 잃고 아래로 추락해 갔어. 날개 꺾인 이카루스 처럼. 처음이자 마지막일 그 사랑은 무척이나 밝고 아름다워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두 날개가 녹아 없어질 때까지. 풍덩, 붉은 꽃잎이 물 속에 흩어져 가, 몸은 점점 깊은 심연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때였다. 놀란 얼굴로 뛰어오는 엄마와 아빠. ''''나 여기 있어요!'''' 하지만 말이야 물속에서 아무리 도와달라 소리쳐도 금붕어 처럼 뻐끔거리기만 할 뿐 들리지 않아. 오히려 숨만 더 쉬기 힘들어 졌어. (불쌍한 아이, 가엾은 가나코.) 동화 속 왕자님은 예쁜 인어공주가 와서 구해주는데, 나는 누가 구해줄까?

다음날 아빠는 또 케이크를 사오셨어. 그날은 정말이지 비가 엄청 많이 왔어. 엄마는 동창회에 갔고 아빠도 일 하러 나가 집에는 나 혼자였어. 무서웠어. 방안에 들어가 이불을 감싸안고 벌벌 떨었지. 이렇게 비가 많이 온적은 처음이었거든. 이 빗물에우리집이 잠겨버릴 것 같아. 이 빗물에 잠겨 죽어버리는 게 아닐까. 그때였어. 현관물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비에 젖어 축축한 옷을 입은 아빠가 집에 들어왔어. 한 손에는 케이크를 들고. 나는 한달음에 달려가 아빠 품에 안겼어. 내 옷도 축축히 젖어 버렸지만 뭐 어때 아빠가 케이크를 사오셨다는 게 중요한 걸. 옷도 갈아입지 않고 케이크 한 조각을 다 먹고나자 나는 그성이 또 먹고 싶어졌어. 그러자 아빠는 놀이를 해서 이기면 상으로 나에게 이 케이크를 전부 주겠다고 했어. 꿈만 같은 일이야! 나는 한번도 케이크를 다 먹어본 적이 없었거든. 룰은 간단해. 아빠가 나를 간지럽히고 정해진 시간 동안 내가 웃지 않으면 이기는 게임이야. 아빠는 나를 침대에 눕히고 간지럽히기 시작했어. 참, 깜박 잊고있었는데 아빠는 게임을 잘해. 저번에도 엄마랑 아빠가 게임을 한 적이 있는데 몇번이나 엄마가 졌어. 왜 둘다 옷을 벗고 있는지 아빠한테 물어봤을 때 그건 놀이에 너무 열중하다 보니 땀이 나서 그런거래. 얼마 안가 난 까르륵 웃었고 게임에서 지고 말았어. 아쉽게도 케이크는 먹지 못해. 그런데 아빠는 게임을 멈추지 않고, 아빠의 땀인지 빗물인지 모를 눅눅해진 두터운 손이 내 팬티를 벗기고 아빠의 바지벨트를 풀었어. 그리고 내 원피스를 벗기고는 엄마에게 했던 거랑 똑같은 행동을 했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싫어.

나는 식탁 위의 케이크 한 조각이야. 포크로 푹 찔러, 한 입 베어물면 끝인 케이크. 그 사람의 입속에 넣어져 녹아 없어지고 마는 불쌍한 케이크. 아빠는 몇번이고 나에게 ''''사랑해'''' 라고 말했어. 그건 정말이지 무척이나 차갑고 딱딱해 역겨운 냄새가 났어.







후시지마 카나코. 이 지상에서 단 하나뿐인 아름다운 생물. 천사 같은 목소리로 사랑을 속삭이던 너는 지금 어디에 있어?

카나코.

카나코.

카나코.

"사랑해. 카나코. 사랑해줘. 카나코."





그 아이는 악마야. 인간의 탈을 쓴 악마. 카나코는 누구에게나 다정하고 남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을 해주고 사람을 미혹시키고 잔혹하고 그리고 엉망진창으로 만들지. 사실 다 알고 있잖아. 그 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괴물 이라는 걸.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모두 죽어버리고 말았어. 그런데 왜 다들 카나코에게 빠지는 거야?
카나코는 거미야. 우리는 그 거미에게 잡힌 먹잇감. 알고 있었어. 이용하는 것도 버릴거라는 것도. 전부 알고있어. 거미줄에 묶여 서서히 죽는 날만 기다리고 있는거야. 죽기 전까지의 그 순간은 행복하니까.

딸아. 아름다운 내 딸아. 사랑하는 내 아내. 모두 어디로 가버린거야? 웃기지 마. 웃지기 마!! 찾고 말겠어. 찾아서 죽여버릴거야. 이미 죽었다면 그 시체까지 찾아서 다시 죽일거야.
돌아가고 싶어. 행복했던 그날로. 가족이 있던 그때로.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미쳤어. 사랑해. 용서해줘. 죽여버리겠어.
그녀를 괴물로 만든 건 누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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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6-08 10:03 | 조회 : 1,071 목록
작가의 말
sohyung

딸기 케이크=사랑 입니다. 후카마치 아키오가 쓴 갈증 책을 보고 생각나서 써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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