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나무 아래 요괴

피로 물든 붉은 머리칼이 달빛에 깨져가고 살결에 스치는 비단과 같은 고운 옷자락이 바람과 함께 흩어진다.

날카로운 손톱이 너희들의 심장을 도려낼 것이니 멀리멀리 도망쳐라. 숨겨둔 송곳니가 너희들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것이니 훠이훠이 떠나거라. 목숨이 아깝다면 다시는 이 곳에 발을 들여놓지 말아라. 이 숲속에는 저주 받은 '붉은 요괴'가 살고 있으니.

꽃이 진 자리에 시체 한 송이 피워내리. 비릿한 향에 벌들도 모습을 감추고.

슬픔에 빠진 그 눈은 어디로 향하는가.
벚꽃나무 한 가지 꺾어 그 슬픔 달래다오.

아아. 가엾고도 가엾도다.
아름답고도 잔혹한 붉은 요괴야. 벚꽃나무 아래 영원히 시들어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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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6-08 09:18 | 조회 : 985 목록
작가의 말
sohyung

소란스러운 봄들이랑 연결되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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