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 - 3 마지막은 웃으며.

"넌 참 좋겠다. 아무 걱정도 없어서." "부러워. 그렇게 웃을 수 있다는 게." "정말 몰랐어요. 평소에도 늘 밝은 사람이어서 그런 기색은 전혀..." "뭐? 할 말? 엄마 지금 바빠. 나중에 이야기 해." "엄마 아빠는 우리 아들이 사고 한번 안치고 얌전히 잘 자라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학교에서 무슨 일은 없지?" "죽을거면 민폐 끼치지 말고 조용히 뒤져." "자살할 용기로 살아. 왜 죽을려고 해? 남겨진 가족들의 심정은 생각 못해?"

"이진성 너는.... 지금까지 한번이라도 딱 한번이라도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든 적 있었어?"

사람들은 모두 다 내가 밝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겉으로 비춰지는 단면만 보고 쉽게 판단해 쉽게 상처 입힌다. 말하지 않은게 아니야. 말할 수 없었던 거지. 난 동정도 걱정도 받고 싶지 않아. 더 이상 외톨이는 싫은 걸.



"진성아, 이진성!! 너 거기서 뭐하는 거야! 장난도 정도것 해!! 재미 없다고 이런거!"

김도윤, 언젠가 너가 나한테 물어봤었지. 지금까지 살면서 죽고 싶은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냐고.

"도윤아, 나는 말야 그날부터 지금까지 살고 싶었던 적 따윈 한번도 없었어."

그 날, 그날이 정확히 언제였더라. 은오가 자살했던 날? 아니면 더 오래전인 처음 괴롭힘을 당한 그때부터였을까. 하긴 뭐, 이제는 상관 없지만.

시리도록 새파란 하늘, 기분좋게 불어오는 바람과 작은 소음들. 나의 마지막 장소. 너가 본 하늘도 이렇게 아름다웠을까.
한 발자국. 한 발자국만 더 앞을 내밀면 죽을 수 있다. 그런데 왜? 어째서.

"안녕. 미안해."

이렇게 눈물이 나오는 걸까.

"진성아!!!!"

너가 달려온다. 굳게 닫혀진 문을 열고서 가시밭길을 밟아 손을 뻗어 나에게. 하지마. 그만해. 더 이상 나에게 다가오지 마. 너가 그럴수록 난.
줄곧 기다려왔다. 누군가 저 문을 열고 나를 구해주기를. 하지만 오지 않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강해지고 싶었다. 가시덩쿨로 휘감은 몸은 스스로의 살을 파먹었고 문을 부시고 나와도 겁쟁이의 나는 더 단단한 벽을 세워 사람들을 대했다. 바뀌는 건 없었다. 바뀔리가 없다. 그럼에도. 마지막에는 드디어 저 문이 열렸어.

늦었다. 잡을 수 있을리가 없다. 이렇게 가시가 박혀 망가진 손으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만, 분명히 닿았어. 너로 인해 다시 따스한 빛을 봤어. 이걸로 난 만족해. 고마워. 저 문을 열어줘서. 나하고 친구가 되어줘서. 미안해. 마지막은 이런 모습이라.

"잘 있어."

뻗은 손끝의 거리가 너무나 멀어 상처가 아파왔다.

떨어진다. 추락해 간다. 덧 없고도 허무한 이카루스의 날개처럼. 한번 본 빛은 너무나 따듯하고 그리워 두 날개가 녹아 사라질 때까지 바라만 보았다.

풍덩, 내 주변으로 붉은 꽃잎들이 물속에서 흩어졌다. 몸을 감싸안은 가시덩쿨이 빠져 나갔다. 자유의 몸이 되었거만 깊은 심연 속으로 가라앉는 탓에 움직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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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5-26 21:51 | 조회 : 1,061 목록
작가의 말
sohyung

급히 끝난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다음편엔 후기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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