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 - 1 후회편.

내 친구 진성이의 마지막 모습은 학교 옥상에 평소와 다름없는 밝은 미소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말을 내뱉으며 차가운 시멘트 바닥 아래로 추락해 갔다. 그때 나는 그에게 무슨 말을 했으면 좋았을까. 내가 조금 더 빨리 그의 손을 잡았다면 너는 죽지 않았을까. 아니, 아마 무리였겠지. 이미 꺾여버린 마음은 그저 떨어질 뿐, 다시 훨훨 날지는 못 할테니까.
콰직, 진성이의 머리 주변으로 붉은 꽃잎이 흩날렸다. 마치 그의 죽음을 애도하듯 조금은 서글프게. 뒤이어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불협화음처럼 귓가를 때렸다. 공포, 두려움, 호기심, 당황, 가엾음. 그들 중 단 한명만이 순수한 슬픔을 토해낼 뿐이었다.

조용한 절규. 그것은 모든것을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진성이가 죽은 지 2일이 지났다. 그러나 생각한 것보다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공복상태의 내 몸은 당연하게도 아침밥을 원했고 천천히 와이셔츠의 단추를 끼우며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 갈 준비를 끝마쳤다. 달라질 건 없었다. 매일 같은 등굣길에 뭐가 그리도 좋은지 시끄럽게 울려대던 진성이의 목소리 대신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었고 쉬는시간에는 귀찮게 계속 놀아달라는 진성이가 없어 조용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변하는 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었다. 늦잠을 자버려 급하게 나오느라 그만 깜박하고 이어폰을 놓고 온 것이다. 처음있는 일에 걱정도 잠시 이제는 나도 익숙해져야 했다. 괜찮아. 별로, 나는 아무렇지도 않아.

푸른 하늘. 길가의 소음들과 바쁘게 걸어다니는 사람들. 똑같은 건물들과 똑같은 풍경들.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 넓은 세상 속에 진성이라는 한 사람이 사라진 것 뿐이다. 그래, 그랬을 터였다. 너는 이제 죽은 사람인데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데 자꾸만 너의 목소리가 나의 행동, 흔적 하나하나가 잊을려고 해도 겹쳐져 더욱 짙어져만 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아무리 너를 잊으려 노력해도 아무리 덤덤한 척 해보아도 나는 진성이 너가 미친듯이 그리웠다. 두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뜨겁다. 너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아무런 말도 없이 죽어버린 너를 향한 원망이 뒤엉켜 나는 잠시나마 차갑게 식어있었다. 진성이는 혼자였던 나에게 다가와준 단 한명의 친구였다. 혼자가 편하다고 생각한 나는 어느 순간부터 너와의 생활이 즐거워졌고 함께하는 행복에 익숙해져 갔다. 하지만 끝끝내 마지막엔 너를 잃었고 후회만이 남았구나. 그날 내가 너에게 다르게 말했더라면. 더 이전에 너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봤더라면 진성이는 죽지 않았을까.

행복을 닮은 너의 얼굴은 이미 먼 옛날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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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화 신고 2019-05-19 09:39 | 조회 : 1,269 목록
작가의 말
sohyung

아무리 밝은 사람이라도 겉과 속이 같다고는 확신할 수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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